당신의 작업실
작가들의 작업 뒷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작가들은 어떤 날들을 보냈을까요?
김지우 작가의 반려 키보드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의지한 반려 [ _______ ]
제 글 작업을 도와주는 일등 공신은 반려 키보드입니다. 사 모으고 직접 조립하고 하다 보니 벌써 세 개가 되었습니다. 좋은 소리가 나서 뭐라도 적고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원고 초안을 뚝딱 쓸 수 있습니다. 이경미 감독님의 명언 ‘쓰레기를 쓰겠어!’ (『잘돼가? 무엇이든』 중에서) 를 되새기며 일단 무엇이든 써 내려가기에는 좋은 반려 키보드만 한 것이 없습니다.
작업 환경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 주로 사는 곳 근처의 카페와 도서관을 전전했어요. (이렇게 쓰니 원고 안에서도 밖에서도 계속 떠도는 것 같아 재밌네요..!) 아침 일찍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씻고 후줄근하게 나가 그날 끌리는 곳에 가서 1~2시간 정도 쓰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원고를 할 때도 있습니다. 『의심 없는 마음』을 마감할 때는 미국에 있었는데요, 기숙사 근처 도서관에 가서 큰 창 바로 앞에 앉아 마지막 원고를 작업한 것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마감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사실 원래의 계획은 마감 이후 즐겁게 호주 여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감은 12월 말이었는데요, 어지러운 국내 상황과 숨 막히는 미국 출국 준비로 원고 작업이 미뤄져 계획해 두었던 호주 여행은 원고를 끝내지 못하고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덕분에 책에 다시 호주를 방문한 이야기까지 넣을 수 있어서, 오히려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완전히 마감한 이후에는 시카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작업 중 특히 재밌게 본 남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다큐멘터리처럼 삶을 조명하는 데 관심이 많이 생겼고, 가장 많이 영감을 준 크리에이터는 <Life of Riza>입니다. 아주 세밀한 연출을 통해 삶을 담아내는 방식이 놀라워요. 이 채널 대부분의 영상을 공부하듯 보았어요.
『의심 없는 마음』 작업 후기
벌써 네 번째 책이지만 『의심 없는 마음』은 그중에서도 내보이기 긴장되는 책이에요. 장애를 가진 작가로서, 무의식중에 모든 에피소드를 장애와 엮어 보기 좋게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세상에서 경험한 많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데 집중했어요. 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외부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홍콩의 내가 호주의 나를 만든 것처럼, 호주의 내가 미국에 가기로 결심한 나를 만들었다."(202쪽)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어떤 결심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익숙한 세상 밖을 나서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 틈과 턱을 앞에 두고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 “작은 여행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여행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책을 쓰면서, 하나하나의 작은 선택과 실천들은 내 몸 어딘가에 쌓여 기필코 새 발걸음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처음으로 지하철에 다이빙하듯 휠체어를 몰았던 스무 살 김지우를 생각해요. 그 순간이 있었기에 떠밀리듯 계속해서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책에 썼던 것처럼, 동네에서 좋은 카페를 찾아 음료를 마시는 것, 집에 돌아올 때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는 것, 늘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의 손에서 벗어나 잠시 혼자 있어 보는 것 모두가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은 여행들을 하다 보면, 떠밀리듯 물결을 타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8월에 LA에 가게 되었어요. 장애 청년의 여행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합격해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장애 동료들과 같이 다시 미국에 갑니다. 사실 LA는 3월에도 가봤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어서 꼭 다시 와 더 좋은 여행을 해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가서 다른 장애가 있는 크리에이터들도 만나 고민도 나누고, 영상도 찍을 계획입니다.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 교환학생 다큐멘터리 수업 영상을 보고, 교수님과 동료들에게 받은 피드백들이 작가님을 또 다른 어딘가로 향하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롭게 생긴 목표나 향후 작업 계획을 살짝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은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 학기 동안 머물렀는데요, 저는 주전공이 사회학이지만 교환 대학의 허가를 받아 미디어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중 인원 초과로 어렵게 들어간 수업이 다큐멘터리 수업이었습니다. 제 학기 목표가 셀프 다큐 찍기였기도 해서 영상을 만들어 교수님께 보내드렸는데요, 교수님께서 저를 ‘이 녀석(Dude)’라고 부르면서 ‘너는 스토리텔러다. 그중에서도 아주 잘하는’이라고 칭찬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사용한 음악과 편집 기술들을 언급하시면서 꼼꼼히 봐주셨는데, 메일에 ‘힘든 상황인데 열심히 해서 좋다’ 등 장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 색다른 기분을 느꼈어요. 미국에 있는 내내 영상을 만들었고, 제가 있는 이야기들을 잘 조합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데 큰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돌아오고서도 꾸준히 다큐 형식의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의심 없는 마음
출판사 | 푸른숲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