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원이 된 걸 축하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 과업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고, 취업의 다음 과업은 스스로가 정할 수 있길 바란다.
글ㆍ사진 김지연(예스24 굿즈MD)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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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계약직, 인턴, 그리고 정규직까지. 나는 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총 네 번 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작년 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정규직이 되는데 꼬박 21개월이 걸렸다. 길고 길었으나,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고, 쓸 때마다 월급이 조금씩 오르는 희귀한(?)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난 레어템이야!’ 라고 생각하며 회사에 다니는 중이기도 하다.


며칠 전, 정직원이 되자, 회사는 축하 꽃바구니를 보내줬고 부모님은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친구들은 진정한 취뽀(취업 뽀개기)라며 함께 즐거워했다. 그러다 “정직원이 된 걸 축하합니다. 이제 결혼 준비도 하셔야죠?”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자, ‘아! 하느님 이제 다음은 결혼인가요?’ 싶었다.


수능이 끝났을 때만 해도, 이제 다 끝났다 싶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취업이라는 문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마침내 그 정규직이 되니, 결혼이라는 현실이 나를 마주했다. 결혼을 하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이, 다 키우고 나면 노후에 대한 고민이 나를 기다리겠구나 싶어 아찔했다. 아직 26년밖에 안 살았지만, 참 너무한 과업이 아닌가.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닐 테고 삶은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일 테니 받아들이고, 바로 다음 단계인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취업 전후로 극명하게 다르다. 평생을 사랑할 만큼의 사람이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젠 결혼은 어디서 해야 할지, 부부 합산 소득은 얼마쯤일지, 집은 어디로 구할지 등등 무수히 많은 현실적인 얘기들에 동조하는 내가 있다.


정규직이 아니면 연애도 결혼도 못 하는 급여 수준을 가진 나라. 아이를 낳기가 힘든 환경 속에서 ‘저출산’이라는 짐을 여성에게만 부여하는 나라. 기득권을 위해 돌아가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지쳐만 가는데,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보여주고 있다. 매일 뉴스를 통해 느끼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 젊은이들의 절망, 기성 세대의 변명. 이러려고 대학 나오고 취업하고 연애하나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다. 아, 정말 이런 나라에서 결혼을 하는 게 맞을까?

 

점점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즈음, 신간 미팅을 하면서 한 책을 만났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 비혼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찬양하는 책인 줄 알았다. 작가도 독신주의일 줄 알았다. 놀랍게도 작가는 기혼이었고, 주제도 ‘나와 비슷한 사람 vs 나와 다른 사람’, ‘부부라는 이름의 민낯’, ‘결혼이 현실이듯 비혼도 현실이다’ 등등으로 미혼, 기혼, 그리고 비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결혼이든 비혼이든 사회의 시선에 상관없이 그저 나를 위한 선택을 하라고 조언해주니 반갑기까지 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제 결혼도 생각하셔야죠? 가 아니라, 결혼은 ‘선택입니다’였나 보다. 결혼이라는 제도마저 존폐 위협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결혼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며,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결혼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결혼을 해야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 과업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고, 취업의 다음 과업은 스스로가 정할 수 있길 바란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이선배 저 | 허밍버드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지만, 행복에 관한 고정된 시선이 있는 한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힘들다. 『선택하지 않을 자유』는 온전히 나답게 행복할 수 있는 다양한 논의를 진지한 마음으로 담았다. 무엇보다 결혼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혼 여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선택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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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원 #선택하지 않을 자유 #선택 #사회적 과업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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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

2016.11.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분명 앞으로도 좋은 선택, '온전히 나답게 행복할 수 있는' 선택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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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너스

2016.11.21

날아올라 저하늘~~ 20자 이상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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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2016.11.21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사회 전체 분위기를 통찰해내는 글쓴이의 날카로운 시선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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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예스24 굿즈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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