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후배가 물었어요. “선배는 취미가 뭔가요?” 아… 잠시 정적이 찾아왔어요. 예전에는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엽서도 모으고 맛집도 즐겨 다녔는데요. 요즘은 퇴근해서 저녁밥 차리기 바쁩니다. 독서가 취미이긴 하지만 일로서 읽는 책이 더 많아서요. 취미를 묻는 질문에 ‘독서’를 말하기엔 민망하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재밌는 책을 몇 권 발견했어요.
1. 『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사람을 보는 눈도 중요하지만, 좋은 물건을 보는 눈도 중요하다. 명품이란 무엇인가? 용도에 적합하면서 단단한 물건이 ‘명품’이다. 사진가이자 오디오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윤광준의 신작. 항균탈취제부터 신발, 우산까지,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생활 명품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뭔가 수집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든다. 취미가 뭐 별건가. (윤광준 저, 오픈하우스)
2. 『일상그림』
물감을 많이 쓴다고 화폭이 크다고 멋진 그림은 아니다. 무척 단순한 드로잉이 더 마음을 파고들 때가 있다. 화가 김희수는 “무엇인가 남겨두고 다시 발견하지 않으면 그 때의 감정을 잘 기억하지 못해 낙서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기록이 훗날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올 것을 알기에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오늘부터 내 취미는 낙서다. (김희수 글 그림, 1984)
3. 『서평 쓰는 법』
서평 쓰기가 취미여도 괜찮냐고? 아니 무슨 그렇게 서운한 말씀을! 좋은 서평이 얼마나 만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채널예스> 독자님들은 아실 텐데요. 서평 덕분에 첫 책 『거대한 사기극』을 쓰게 된 저자 이원석은 “말과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야 독서는 완결된다”고 한다. 짧게라도 서평을 쓰다 보면, 독서의 질이 달라진다. (이원석 저, 유유)
한 때 피아노 좀 쳤다고? 아, 그런 사람들은 많고요. 그러니까 지금 피아노를 치냐고요?! 피아노를 놓을 데가 없어 팔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시금 피아노를 조율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피아노를 즐기는 59가지 실질적인 해법부터, 레스너가 알려주는 레슨비 아끼는 방법까지. 아, 오늘은 컴퓨터 키보드 말고 피아노를 두드리고 싶다. (홍예나 저, 시루)
미술을 너무 몰라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미술관에 가면 기분은 좋지만 왠지 모르게 할말은 없다. 물론 말은 안 해도 감상은 가능하지만! 간혹 친구가 공유해준 명화를 패러디한 ‘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래도 가끔은 아는 화가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자. 취미까진 아니더라도 미술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이연식 저, 은행나무)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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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helm
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