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포기하지 않는 눈』은 <뉴스타파>가 취재한 네 가지, 이명박 정부의 적폐와 국정원 대선 개입,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세금 사용 실태, 원전을 둘러싼 카르텔 등을 담아낸 책이다. 이 이슈들은 모두 과거인 듯 현재인, 미처 해결되지 않은 폐단을 안고 있는 중요한 이슈들. <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와 최승호 PD는 이 진실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정권 교체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며 “<뉴스타파>도 그 과정에서 하나씩 알리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 다음 시대로 가는 첫걸음이므로.
권력에 대한 견제
MB 정부의 비리, 국정원 대선 개입, 세금, 원전 등 네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뉴스들이 있었잖아요. 이 네 가지를 선정한 이유가 있었나요? 가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같은 뉴스도 기억에 남거든요.
김용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일단 내용이 너무 많죠. 그것으로만 충분히 책 한 권 분량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기회를 보려고 해요.
최승호: 이 뉴스들을 선정할 때 나름대로 임팩트 있던 것을 골랐어요. 취재 뒷이야기를 쓴다고 할 때 독자들이 흥미 있게 볼 수 있는 뉴스들이죠. 기자들이 취재한 것들 중에 써보고 싶다고 한 주제들을 모으고 회의를 거쳐 선정한 거예요.
보도 당시가 기억납니다. 이 뉴스들이 보도될 때마다 큰 파장을 일으켰죠.
김용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대선 개입처럼 중대한 범죄가 연루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2013년 3월 1일, <뉴스타파>가 조직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출범할 때 첫 보도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했어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었거든요. 당시만 해도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국정원 여직원 사건’ 정도로 규정했었죠. 박근혜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었고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거든요. 때문에 이것이 <뉴스타파>가 본격적으로 다뤄야 할 이슈라는 판단으로 인력을 투입해서 다루게 된 것이에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취재 비화가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김용진: 처음에는 국정원 여직원의 행적을 집중해서 봤어요. ‘오늘의유머’라는 사이트에서 활동한 것들을 보다가 취재 범위를 넓혔고요. 과연 한 사이트에서만 활동했을까, 국정원 직원이 개입되었다면 보다 크게 여론 작업을 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활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취재를 본격적으로 한 것이죠. 실제 취재를 해보니 어마어마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고요. 지금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윤석열 검사가 당시 수사 팀장이었는데요. 그쪽에서 공식적인 수사에 들어갈 때 우리가 취재한 방법론들을 알려달라는 요청도 있었어요. 그것을 통해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 씨가 기소되고, 끝내 구속되기에 이르렀죠. 저희들에게는 굉장히 애착이 큰 이슈였고 당연히 저희 기획을 모아 책을 낼 때 우선적으로 고려한 아이템이에요.
국정원 사건뿐 아니라 책에 다룬 주제들 모두 <뉴스타파>가 아니면 몰랐을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렇다면 두 분이 생각하는 <뉴스타파>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두 분의 역할의식을 듣고 싶습니다.
최승호: 기본적으로 <뉴스타파>가 생긴 이유가
김용진:
국정원이나 4대강 뉴스 같은 것들은 애써 <뉴스타파>를 찾아봐야만 했었죠. 그것은 이런 뉴스를 공영방송에서 다뤄주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승호: 그렇죠, 당시
‘taesan4’는 국정원 연계 의혹의 트위터 계정 65개 가운데 하나였다. 이 사용자가 쓴 트위터 글 1,700여 개는 리트윗을 통해 3개월 동안 487만여 명에게 전달됐다.(중략)
여러 정황을 볼 때 ‘taesan4’는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취재진은 ‘taesan4’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같은 방식으로 활동하는 다른 계정들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취재 결과 100개의 계정들이 추가로 확인됐고, 다시 600개가 훌쩍 넘는 계정들이 밝혀졌다.(149쪽, ‘문제의 계정, taesan4’)
독한 사람들
침묵하는 공영방송이나 언론에 대한 자괴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후배들에 대해 미안한 생각도 있었을 테고요.
최승호: 후배들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건 당연히 있었죠. 방송이 한꺼번에 너무 크게 무너졌기 때문에 방송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미안함, 자괴감도 물론 있었는데요. 한편
웃으면서 말씀하시지만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에요.
최승호: 원래 탐사보도를 한다는 게 힘든 거예요. 굉장히 힘든 겁니다. 언론인이라고 하지만 탐사보도를 자기의 주 영역으로 삼아서 계속 탐사보도를 하겠다는 소명을 갖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죠. 그만큼 독한 사람들이라는 게 기본에 깔려 있는 거고요. 보통은 기자들도 정치부 출입하고, 좋은 데 출입하고 싶어 하지 우리처럼 누구 쫓아다니고 싶은 사람이 많겠어요? 그런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요.(웃음) 원래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걸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죠. 그런 소명의식을 갖고 살던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에서 철저하게 징계당하고, 좌천당하던 상황 속에서 펼치지 못한 뜻을 김용진 대표가 대표직을 맡으면서 <뉴스타파>에서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이라고 봅니다.
김용진: 책에는 총 네 편의 기획이 있는데요. 보통 프로젝트 하나 당 3-4년씩 걸려서 취재하는 거거든요. 사실
4대강 문제는 확실히 새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모양새예요.
최승호: 박근혜 정부 초기에 감사를 한 번 한 적이 있어요. 웬만큼 나왔는데요. 실제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데까지 가야 하는 거죠. 당시 감사 때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정황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도까지야 내놓았거든요. 그렇지만 책임은 장관한테 물었어요. 이번에는 진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우리 언론이 분발할 필요가 있어요.
책에서 다룬 이슈들을 쭉 쫓아가다 보면 정치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두 분은 이제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대선 이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눈에 띈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최승호: 많이 달라지겠죠. 우선 제일 큰 것은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커졌다는 거고요. 사회가 실제로 많이 바뀌었다기보다(웃음) 심리적인 면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김용진: <뉴스타파>가 지금 ‘적폐 청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요. 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도 회원들에게 공지한 내용이 있어요. 정권 하나 바뀌었다고 해방 이후 수십 년간 쌓인 적폐가 사라질까 하는 질문이죠. 지금 정권을 바꾸었다는 성취감으로 그걸 놓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였어요. 실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기득권 세력들이 만만한 세력이 아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정권 교체는 아주 작은 시작일 뿐이고,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뉴스타파>도 그 과정에서 하나씩 알리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려고 해요. 실제 구체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 중에 바뀐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런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이런 기획을 하고 있는 거죠.
‘적폐 청산 프로젝트’에서 다룰 내용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김용진: 여러 가지가 있어요. 검찰의 경우도 그래요. ‘정윤회 사건’ 때도 검찰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중요한 사실들이 묻히진 않았을 거란 말이죠. 법무부가 검찰에 장악되어 있는 부분, 각 국가기관 도처에 검찰이 파견 나가 있는 부분 등 적폐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사실은 간첩 조작 사건 때도 핵심적으로 책임져야 할 게 검찰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수사 지휘를 검찰이 했으니까요. 검사가 국정원 대공수사국에 가서 한 일도 있고요. 게다가 검찰 적폐는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너무 많이 느끼잖아요. 노무현 정권 때 검찰이 한 행태를 보면 말이에요. 결국 그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뉴스타파>가 조금 더 명징하게 드러내면 해법도 찾아보는 일을 할 수 있겠죠. 시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근거들을 제시해서 여론이 모이면 새 정부가 정책 방향을 마련할 거라 기대합니다. 각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렇게 하나씩 밝혀보려고 해요.
비참한 9년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최승호: 만일
김용진: 박근혜 정부를 되돌아 봤을 때 그런 조짐은 초기부터 있었어요. 언론이 제대로 감시와 견제, 비판을 했으면 이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요. 그것은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갔다고 하면 ‘세계를 사로잡은 패션 외교’, 이런 말도 안 되는 보도를 하기 바빴죠. 대통령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정책을 움직이는 사람이 누군지 시스템을 계속 체크하고 문제가 있으면 경고음을 울리고 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언론의 감시 기능을 전혀 못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가진 거죠. 결국 나라를 바로 세운 것도 국민이잖아요. 그 점은 결과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언론으로만 봤을 때는 굉장히 비참한 9년이었습니다.
종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종편이 돌아섰기 때문에 여론이 뒤집혔다는 이야기도 하는데요.
김용진: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동의하기 어려워요. 이번 대선이든 지난 총선이든 거의 일방적으로 거대신문과 방송이 여당 편향 보도를 했잖아요. 그럼에도 결과는 소위 말하는 주류 매체들의 의도와는 굉장히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요. 기본적으로 기성매체의 언론 장악력 같은 부분들이 이전에 비해서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봐요. 현재 미디어 이용자들이 언론보다 훨씬 더 뛰어난 분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최승호: 기본적으로 종편이건 조중동이건 총수가 지배하는 체제에 있는 재벌신문들은 한계가 분명하게 있어요. 매체 자체가 총수가 가진 이익에 복무할 수밖에 없거든요. 미국의 <뉴욕 타임스>처럼 오랫동안 언론에 대한 철학을 가진 가문이 경영과 편집을 철저히 분리해 가면서 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요. 언제든지 지배하고 있는 총수가 자기 의지를 편집에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죠. 그런 의미에서 뿌리라는 걸 절대로 간과할 수 없다고 봐요.
종편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용진: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종편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부 박근혜 정권과 각을 세웠던 측면이 있지만요. 그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를 장악해온 일종의 이익동맹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결과로 보아야 할 거예요. 종편 입장에서도 박근혜 편을 계속 들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어요? 어쨌든 정권 자체가 기득권의 이득을 보장해줄 능력이 떨어진 정권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엄호를 해주고 정당성을 찾아주려고 하다보면 우리까지 망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겠죠. 그러므로 종편의 뿌리가 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요.
최승호: 이번에는 상업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어요.
다른 종편과
최승호: 상업적인 선택을
김용진: 상업언론, 오너가 있는 언론은 어쨌든 지금 환경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거예요. 최순실 당시가 그랬고,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그렇겠죠. 만약 그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 토대에 위해가 가해지거나 영향이 축소되는 부분들이 발생한다면 그 매체의 힘을 이용해서 또 최대한 방어를 하려고 하겠죠. 그건 합리적인 선택인데요. 웃긴 것은 정작 공영방송은 그런 합리적인 선택을 못한다는 사실이겠죠.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신뢰를 먹고 사는 건데 스스로 신뢰를 망가뜨리면서 어떻게 하려는 건지 말이에요. 공영방송에 대한 의식이 없는 거죠.
최승호 PD “권력을 비판하기는 쉽다, 어려운 것은 진실이다”- ②에서 계속 됩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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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SOEUN
2017.07.07
민주주의는 촛불과 같아서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도 꺼질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