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못 입는다!” 우리는 쉽게 타인의 한마디에 기가 죽거나 유행을 못 쫓아가겠다고 자책하며 ‘옷 입는 즐거움’을 잃곤 한다. 『옷을 입다』는 네이버 포스트를 연재한 지 1년여 남짓 만에 8만 팔로워가 믿고 보는 채널로 거듭난 에디터 하구만의 ‘현실적인 코디법’을 그대로 담았다.
저자 ‘패션 에디터 하구’ 김혜정은 ‘옷 입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알아내고 옷 입는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스타일링의 기본 원리들을 쉽게 풀어냈다. 에디터 하구가 제시하는 옷 잘 입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작가님이 포스트에 올리는 패션 콘텐츠 ‘현실코디’를 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구독자가 8만 명이 넘더라고요. ‘현실코디’란 무엇이며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실코디’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현실코디'를 패션 잡지 속의 '가격 미정' 아이템들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해요. 멋지고 화려하지만 가격대도 상상할 수 없어 눈으로만 만족하는 옷이 아니라 오늘의 출근룩, 내일의 데이트룩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코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으로 선정하며, 대단히 튀거나 활용도가 낮은 트렌디 아이템으로 코디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어요. 이렇게 현실적인 아이템으로 완성된 스타일링이 초라하거나 세련미가 떨어져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가장 기본적인 코디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옷을 입다』를 보면 기본 아이템에 충실하자고 하셨는데요. 몇 해 전에 외국인이 우리나라 지하철을 찍은 적이 있는데, 죄다 검정 옷을 입고 있어서 화제가 되었죠. 이렇게 기본 아이템에만 충실하면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우선 기본 아이템이 옷을 지루하고 밋밋하게 만든다는 것부터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맨몸에 티셔츠 한 장만 덜렁 입고 나갈 게 아닌 이상 스타일링이란 결국 상의, 하의, 신발, 가방, 외투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서로 조합하여 완성합니다. 즉, '무엇을 입느냐'보다 '무엇과 입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기본 아이템은 여기서 ‘무엇과 입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해요. 어디에나 매치하기 쉽기 때문이죠.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더욱 돋보이게 연출하려면 적당한 무채색이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처럼 기본 아이템은 본래 갖는 고유의 간결하고 차분한 성격을 잘 드러낼 뿐 아니라 정반대의 화려한 컬러와 패턴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더 강조하는 것이죠. 덧붙여 지하철의 수많은 검정 옷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사실 전 '파리' 하면 '프렌치 시크', 영국하면 '클래식 룩'을 떠올리는 것처럼 나라마다 특유의 '패션 감성'이 존재한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여성분들이 유독 선호하는 컬러나 스타일이 있다는 것도 '그녀들만의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여성들이 블랙과 심플함을 선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개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더 개성이 있고 없고를 나누는 건 애초에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왜 옷을 잘 입어야 할까요? ‘그냥 편하고 깨끗하게만 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옷을 잘 입게 되면 가장 좋은 점은 뭘까요?
조금 힘 빠지는 답변일 수 있지만 사실 '옷을 잘 입고 싶다'는 생각에 크게 공감 가지 않는다면 잘 입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옷을 잘 입는다고 하루아침에 없던 자존감이 치솟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180도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요. 또 하나 우리가 생각해 볼 부분은 과연 '잘 입는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누군가는 날씬해 보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반면, 누군가는 얼굴이 화사해 보이는 것, 누군가는 편안한 착용감이 '잘 입었다'는 것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잘 입은 옷'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해결의 수단을 '옷'으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즉, 옷은 도구입니다. 누군가에겐 날씬해 보이기 위한 도구, 누군가에겐 화사해 보이기 위한 도구이며 이 도구를 잘 활용해야 '옷'이란 것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죠.
팔로워들과 소통을 잘하시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하구 언니’나 ‘왕초’로 불리시고, 작가님은 팔로워들을 ‘품바’라고 친근하게 부르더라고요.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제 콘텐츠에도 그렇지만 모든 패션 콘텐츠엔 '그래 봤자 패.완.얼이다.' '어차피 말라야 어울리지!'라는 댓글이 꾸준히 달리는데요. 사실 이런 회의적인 반응이 콘텐츠 창작자들에겐 매우 힘 빠지게 만드는 요소라 저 또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체 왜 이렇게 회의적인 반응이 많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재미있게도 결론은 그냥 '푸념'이더라고요. 정말 댓글처럼 인형 같은 얼굴과 마른 몸매가 패션이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패션 콘텐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유독 패션 콘텐츠에 이런 푸념을 늘어놓을까?'를 고민해봤고 '공감대 형성 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리고 독자의 시선에서 모든 패션 콘텐츠들을 다시 살펴보니 대부분의 콘텐츠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다음 날 '살 빼면 입고 싶은 로망 코디'라는 주제로 콘텐츠를 발행했고 어투도 친구끼리 서로 대화하듯 친근하게 바꿨는데 이 콘텐츠가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 거죠. 특별한 정보나 꿀팁이 있던 것도 아니었어요. 저의 푸념 가득한 워딩에 로망처럼 생각한 코디를 담은 것이었는데도 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꼭 정보 전달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제 진심을 글에 담을 수 있었고, 이런 모습에서 친근하고 옆집 언니 같은 느낌을 받아 구독자 분들과 서로 애칭까지 주고받으며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이나 포스트를 보면 ‘정말 잘 차려놓았다’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대로 따라 입으면 될 것 같거든요. 이렇게 코디가 직관적으로 참 잘 보이는데, 이런 패션 콘텐츠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이 질문은 협업을 위한 미팅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사실 저의 콘텐츠 제작 방식이 다른 에디터 분들과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포스트는 시즌과 이슈에 맞게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에 맞는 아이템을 골라서 스타일링한 뒤 콘텐츠 디자인을 거쳐 발행합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주제 선정부터 발행까지 과정 전부를 저 혼자 담당한다는 것이죠.
작가님이 보시기에 사람들이 흔히 패션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또 ‘옷이 사람 위에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을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패션 에디터로서 느끼는 업계에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면요?
가장 큰 오해는 패션에 '절대적인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법칙과 원리는 있지만 모든 법칙은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상황과 시대에 따라 충분히 변화할 수 있어요. 가령 따뜻한 계열에 속하는 '핑크'는 퍼스널 컬러가 웜 톤인 사람에게 잘 받아야 맞지만 핑크가 어떠한 명도와 채도를 갖는 핑크냐에 따라, 또 그 사람이 어떠한 타입의 웜 톤이냐에 따라 잘 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코디에 두 가지 아이템을 똑같은 색으로 맞추는 일명 '깔맞춤' 패션이 어떤 시대엔 세련됨의 상징이었다면 또 어떤 시대엔 촌스러움의 상징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패션뷰티 업계에 느끼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시즌마다 새로운 법칙을 만들어내고 은연중에 그들이 만들어낸 법칙을 따라야 세련된 사람인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있는데요. 이러한 시장 구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옷을 못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옷으로 나를 더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에게 『옷을 입다』의 매력을 어필해 주세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단 하나의 원리로도 수만 가지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며 『옷을 입다』는 스타일링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에요. '이렇게 입으면 좋다'가 아니라 '이렇게 입으면 왜 좋은가'로 ‘왜’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당장의 위기만 모면할 수 있는 코디법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는 '코디 응용력'을 키우실 수 있을 거예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ilu4687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