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cm’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과생 친구에게 말해준 적이 있다. 돌아온 대답은 ‘그럼 시속 0.18km네?’였다. 세상 만물을 이과적 프레임으로 보는 그들의 만행 때문에 ‘이과 망했으면…’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과적 프레임이 큰 일을 해냈다. 『비커 군과 실험실 친구들』 은 연구실에 있는 각종 실험 기구들을 의인화한 만화다. 이과출신이 그렸다보니 내용에도 이과 감성이 묻어난다. 정밀분석저울군과 약수저군이 힘을 합쳐서 칭량(가루의 무게를 재는 것)을 해냈건만 영점 조절을 안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든지 하는 식의 개그코드다.
책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아까 그 친구에게 한 권을 선물했다. 마냥 재밌어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란다. 저자의 노하우를 함축한 책이기 때문에 현직 대학원생도 몰랐던 기구 사용 꿀팁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교수님께서 가져가 읽으시고 필히 일독하라고 권장했다고 하니 내용 면에서 팩트체크도 된 셈이다. 첫 책의 인기에 힘입어 비커 군 시리즈가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미리 입덕해 놓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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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 군과 실험실 친구들우에타니 부부 저/오승민 역 | 더숲
미처 몰랐던 실험기구의 진면목을 유쾌하게 분석하고, 실험기구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는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과학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과학 공부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신은지(도서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