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정규는 40년간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고 다독였다. 국내에 심리치료가 대중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 독일,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심리학자로서 후학을 양성했고, 심리치료자로서는 많은 사람을 치유했다. 예전에 비하면 심리치료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심리치료의 문턱은 높다. ‘먹고사는 데 딱히 문제가 없는데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까?’ ‘이 정도는 누구나 힘든 거 아닐까?’ 망설이다 자기 마음을 챙기지 못하곤 하는 것.
그러면서도 심리치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마음을 치유해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부쩍 늘었다. 저자는 소설 형태라면 차분히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해 간접적으로나마 심리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40년간 공부하고 경험한 심리학과 심리치료의 과정이 녹아든, 독특한 형태의 심리치료 소설 『뉴런하우스』 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책 이야기에 앞서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참 많았어요. 어른들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고, 혼자 사색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어릴 때의 상처로 인해 청소년기에 많이 방황하면서 지냈습니다. 문학과 종교를 통해 내 아픔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좀 더 근원적으로 파고들어 보았습니다. 철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느껴 심리학으로 눈길을 돌렸어요. 대학 졸업 후에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내적 치유를 경험했습니다. 귀국한 뒤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과거에 내가 겪었던 아픔들이 그들을 돕는데, 그리고 나 자신이 더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그들을 돕는 과정이 언제나 내게도 큰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담자를 만나는 시간이 마음 아프고, 슬플 때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보람되고 행복한 느낌이 더 많습니다.
국내 게슈탈트 심리학 최고 권위자로 알고 있어요. 게슈탈트 심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우리의 마음을 보고, 알아차리는 공부입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아픈 줄 모르고, 왜 아픈지는 더더욱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 우리들 삶의 모습입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란 말이 있습니다만 마음의 문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르면 고통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을 상상해보시면 동의가 되실 겁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프다는 걸 좀 더 빨리 알아차리고, 또 왜 아픈지도 깨닫도록 도와주는 공부입니다. 결론적으로 알아차림과 깨달음이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는 것이 게슈탈트 심리학이 주창하는 진리입니다.
다른 심리치료랑 다른, 게슈탈트 심리치료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 움직이는 현상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막연한 추상적 논리가 아니라 생생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따라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며, 느낄 수 있는 구체적 현실을 기반으로 치료를 한다는 것이죠. 가령, 내담자가 마음이 아프다, 수치감이 느껴진다, 화가 난다, 이런 말을 하면 그런 감정이 ‘지금’ 느껴지는지, 그것이 몸의 어느 부분에서 느껴지는지, 어떤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등을 물어서 상담자뿐 아니라 내담자 자신도 그것들을 명료하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거죠.
또 하나는 관계를 중시한다는 거죠. 내담자의 문제를 상담자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는 그 무엇 (객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가령, 내담자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떤 상담자 앞에서는 마음이 편안한데, 다른 상담자 앞에서는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죠. 따라서 상담자는 자신이 내담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모든 인간의 문제는 관계 속에서 생기거나 유지되며, 치료 또한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심리치료 소설이라는 점이 특별합니다. 교재는 여러 권 쓰셨지만 소설을 처음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대중서로, 소설 형식을 택하게 되셨나요? 소설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중들에게 심리치료를 알기 쉽게 알리는 가장 적합한 도구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론서나 에세이로 쓴다면 주로 추상적 개념들에 의존하게 될 텐데, 그렇게 하면 머리로만 전달될 뿐 생생하게 가슴에 와 닿지는 않겠죠. 반면에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 생각들을 세세하게 묘사한 것을 독자들이 읽으면서 동일시함으로써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깊이 있게 만날 거라 믿었습니다.
소설 쓰기는 20대 초반에 한 번 도전한 적이 있었으나 도중에 포기해버렸어요. 당시로서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재도전했을 때도 처음엔 과연 내가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소설을 쓰는 과정에 몰입이 되면서부터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면서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도중에 막혀서 며칠씩 쩔쩔맬 때도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고, 세부적인 구도를 조정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변 지인들과 편집자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뉴런하우스』 라는 제목이 독특한데요. 제목을 어떻게 붙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제목은 ‘껍질’과 ‘너에게 말하기’였습니다. ‘껍질’이란 이름은 내가 청년기에 제목만 정해두고 쓰지는 못했던 것인데, 많은 애착을 가졌던 제목입니다. ‘너에게 말하기’는 이 소설을 통해 제가 전하고자 하는 철학적. 심리학적 메시지가 담긴 이름이어서 이 또한 애착이 많았어요. ‘뉴런하우스’란 제목은 이 소설의 스토리들이 펼쳐지는 주요 무대인 셰어하우스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었습니다. ‘뉴런(neuron)’은 신경계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로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명활동 정보들을 다른 뉴런들과 공유함으로써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죠. 뉴런들처럼 우리 삶도 다른 사람들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소통됨으로써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를 제목으로 결정했어요.
소설을 보면 심리치료 과정에서 마음의 치유가 서서히 이뤄지기보다는 어느 특정 말이나 사건을 계기로 반전 드라마처럼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소설이라 극적으로 설정하신 건가요? 아니면 실제 심리치료 중에도 소설처럼 극적으로 치유가 이뤄지기도 하나요?
참 좋은 질문이네요. 답은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즉, 소설이라서 그렇게 극적으로 썼다기보다 실제 치료 장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소설에서 최대한 유사하게 묘사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치료 장면에서 모든 치유과정이 다 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극적 반전 같은 것들은 의외로 자주 나타납니다. 게슈탈트 집단상담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치유과정을 보면서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란 말을 하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치유라는 것이 일상의 삶에서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상담에서 일어나는 장면들이 상대적으로 더 극적으로 체험되는 것이 아닐까요? 바꿔 말해서 치유과정에서 일어나는 만남들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것들인데, 우리의 삶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마치 드라마에서나 봄직한 ‘비현실적인’ 현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심리치료가 어떤 건지 궁금하신 분, 심리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 두려움을 느끼시는 분, 심리학에 관심이 있지만 이론보다는 좀 더 치료현장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 심리치료사가 되고 싶은 분, 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치료적 기술에 관심 있는 분 등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은 누구나 읽어보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부하직원을 둔 회사의 상사, 성직자나 수도자를 비롯하여 공동체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분들, 서비스나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 공무원,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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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하우스김정규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이런 ‘따귀 맞은 영혼’들이 책 속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오랜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