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계속 듣고 싶은 에너지
다른 건 몰라도 흉내 내지 않은 독보적인 DIM(Do It Myself)형 작품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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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레퍼런스의 반복’이란 의미망 사이 온도 차는 극명하다. 앞선 단어가 말 그대로 칭찬이라면 뒷말은 한계, 정체, 무(無)성장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다. 그렇다면 누구든 얻고 싶을 칭호의 개성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간단하다. 레퍼런스의 반복이 아니면 된다. 즉 주된 질감의 변주, 흐름의 각색과 같은 미묘한 각도 조절을 통해 대표적인 개성을 완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특유성이자 아티스트가 설립한 취향관이다.

 

그러한 면에서 안예은의 정체성은 확실하다. 지난 2015년 출연 당시부터 끊임없이 따라붙던 지나친 자기 색깔로 인한 대중 검열의 우려는 명확한 호오의 차이를 둘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를 세상에 알린 드라마 <역적>의 OST 「봄이 온다면」 「홍연」과 같은 꺾는 창법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해 서정성을 무겁게 채색한 대표적인 안예은 스타일이 자기 복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음반의 「이방인」 「눈물눈물」 「피루엣」과 같은 반복되는 사극풍의 멜로디 진행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유다.

 

피아노로 뼈대를 잡고 갖은 현악기로 웅장함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구성은 유지한 채, 수록곡은 세부사항의 변화를 준다. 「눈물눈물」은 ‘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만을 하나인’ 그를 그리는 처연한 가사로, 「피루엣」은 왈츠 박자의 반주로, 「별, 그대, 별」은 당찬 시작의 멜로디와 특유의 눈에 그려지는 노랫말로 듣는 재미와 특출난 취향관을 설립한다. 더불어 첫 곡 「이방인」의 메인 멜로디를 조금 더 강렬하고 재지한 피아노 선율로 확대한 「유」는 처음 시도한 랩 실력과는 무관하게 새로움을 더하고, 같은 선상의 「호구」는 퓨전 재즈 느낌의 키보드로, 「스티커」는 베이스로 익숙한 고전미 사이에 색다름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프로모션과 음반 구성에 아쉬움이 든다. 「편지」로 시작해 「사람들은」으로 이어지는 후반부 진행은 전반부 뉘앙스와 다른 결을 지닌다. 목에 힘을 뺀 채 부르는 창법은 트레이드마크인 기교가 느껴지진 않지만, 음색에 더욱 집중하게 하고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신시사이저 등을 통해 만든 사운드는 앞의 예스러움과 반대편에 놓인다. 한 마디로 소리가 더 젊어지고 보컬이 훨씬 자연스러워지는 또 다른 색감을 꺼내 보이는 것이다. 한 가지 이미지에 매몰되지 않고 매력적인 이중성을 지녔음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면 자칫 헐겁게 다가올 앨범의 얼개를 꽉 조일 수 있었을 것이다.

 

「홀로봄」과 끝 곡 「사람들은」의 곡 단위 가치는 아주 높다. 일본 밴드 세카이 노 오와리가 연상되는 「홀로봄」은 모두에게 공감을 살 수 있는 평범하지만 속 깊은 가사와 쉬운 리듬감으로 온기를 전하고, 피아노 발라드 「사람들은」은 진행을 확장하는 방법이 조금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일기장 한 면, 속내를 고백하는 듯한 서사와 향수 어린 멜로디로 예쁜 풍경의 마무리를 건넨다. 이렇듯 CD를 반으로 접은 양 뒤바뀌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작사/작곡 능력과 보컬리스트 안예은의 변화는 계속 지켜보고, 듣고 싶은 에너지를 지닌다. 다른 건 몰라도 흉내 내지 않은 독보적인 DIM(Do It Myself)형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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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