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오래전 처음 크레파스를 쥐고 동그라미를 그렸던 경험이 있다. 동그라미는 곧 우리의 얼굴이었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얼굴이 되었다.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즐거운 놀이였던, 얼굴 스케치의 재미를 되살려 보자! 누군가의 얼굴을 그린다는 것은, 그 사람을 떠올리고, 집중하며,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일이다. 천천히 60까지 세어 보면 우리가 1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5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도 깨닫게 된다. 당장 균형 잡힌 얼굴을 잘 그려 내기는 힘들겠지만 욕심을 버리고 꾸준히 연습하면 얼마든지 얼굴 스케치를 즐길 수 있다.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림과 그리움은 어원이 같습니다. 그리워하는 대상, 즉 좋아하는 무언가를 그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우리의 본성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시절, 집안에서 30여 종의 작은 동물을 키웠습니다. 동물을 키우면서 시간이 나면 서로 다른 동물의 움직임이나 표정을 그리며 놀았죠. 또 도감을 찾아보면서 커다란 동물을 많이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렸던 그림들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야기를 꾸며 짧은 동물 만화를 여러 편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다방면으로 드로잉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림을 그리실 때 영감을 얻는 장소라든가, 최근의 관심사 등도 궁금하고요.
모든 창작의 출발은 ‘호기심’입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 세상에 대한 호기심,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은 그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거든요. 어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초창기 음악을 들었어요. 음악을 듣다가 문득 그의 초상화를 그려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고, 실제로 그림을 그렸죠. 그림을 그리면서 그의 음악 세계에 조금 더 다가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제 호기심들이 저를 여러 방면으로 끌어 주면서 드로잉 활동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더라고요.
최근 작업하시는 <5분 스케치> 시리즈가 벌써 11권이 되었어요. 새 책 『5분 얼굴 스케치』 , 『5분 아이 얼굴 스케치』 도 나왔고요. 권마다 다양한 그리기 소재를 다루는데, 작가님은 무엇을 그릴 때 재미를 느끼시나요?
대부분 작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저는 작가이기 이전에 미술 선생이기 때문에 특별한 대상이나 기법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늘 자주 그리게 되는 대상은 역시 ‘사람’입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변화무쌍하고, 가장 까다롭지만 동시에 가장 쉽고 재미있게 그릴 수 있는 대상이 저에게는 사람이거든요. 특히 누군가의 얼굴을 그릴 때 더 즐겁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내기도 했고요. 제 인스타그램 팔로워 가운데 가장 많은 분이 즐겨 그리는 소재가 뭔지 아세요? 바로 ‘연예인’입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해요. 그만큼 사람을 그리는 일은 재밌고, 특히 좋아하는 사람을 그리는 일은 행복하기까지 해요.
지금까지 많은 미술 관련 책을 출간하셨는데,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25년 전에 만든 <예쁘게 그려보자> 시리즈를 꼽고 싶습니다. 그 책 덕분에 ‘김충원 미술교실’이 탄생했어요. 그게 이어져,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책이나 비디오를 통해 미술을 배우고 전공으로 삼은, 이른바 '김충원 키드'를 수만 명 양산할 수 있었죠. 여러모로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유튜브로도 그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소통을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변화하는 다양한 소통 플랫폼에(SNS 활동) 재미를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유튜버(Youtuber)가 되기로 결심한 건 올해 봄부터입니다. ‘Choong's DRAWPEDIA’ 채널을 열고, 이것저것 장비를 마련해 책상에 설치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그림 그리기를 즐길 수 있는 타이틀 ‘okidokids’도 열었고요. 아직 큰 반응은 없지만 올가을에 태어날 저의 첫 손주가 유치원에 다닐 때쯤이면 반드시 탄탄한 콘텐츠로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도 많은 친구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SNS 팔로워들, 책의 독자들과 스케치에 관해 나누는 대화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mydrawingnote’를 찾아 주시면 언제나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2006년에 『스케치 아프리카』 라는 책을 낸 적이 있어요. 올해는 꼭 세 번째 아프리카 스케치 여행을 가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나 책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그가 만든 보사노바를 좋아합니다. 그의 읊조리는 듯 나른한 목소리가 저를 언제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쪽의 이파네마 해변으로 데려다주거든요. 영화는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좋아합니다. 굳이 꼽는다면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을 좋아해요. <마스터>,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만든 감독이에요. 제가 광팬입니다. 또 좋아하는 작가를 꼽아 보자면 수없이 많지만…, 딱 한 사람을 꼽으라면 어린 시절 제게 큰 감동을 선사했던 리처드 바크(Richard Bach)를 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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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얼굴 스케치김충원 저 | 진선아트북
얼굴의 특징을 강조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면 누구든 ‘5분 얼굴 스케치’를 할 수 있다. 스케치의 70%는 눈, 나머지 30%는 손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얼굴 스케치를 즐겨 보자.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yucie77
2018.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