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특집] 어바웃 주 52시간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워라밸라이프의 서막이 열렸다. 새로운 노동법을 파헤쳐 슬기로운 직장생활에 임해보는 건 어떨까?
글ㆍ사진 기낙경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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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는 왜 실행되었나


회사에 다니는 김대리가 있다. 그의 평균 근무 시간은 하루 10시간 58분, 그 중 생산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32분, 회의와 보고에 쓰이는 시간이 근무시간의 70%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서 회의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것들의 경우, 보고 역시 사소하며 형식적인 것에 해당한다. 그 뿐인가? 김대리는 일주일에 평균 2.3일은 야근에 시달린다. 비효율적이고 형식에 치중하는 업무도 문제고 야근도 문제다. 그렇다면 야근을 하면 생산성이 올라갈까? 조사에 따르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야근을 많이 할수록 생산적인 업무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야근의 역설’이 나타났다.

 

여기 두 사람을 비교해보자. 하루 11시간 30분 일하고, 주 5일을 야근하는 A대리와 하루 9시간 50분 일하고, 주 2.3일 야근하는 B대리. 두 사람 중 A대리의 업무 생산성은 45%, B대리는 57%, 생산적인 업무시간은 A대리가 5시간 11분, B대리가 5시간 36분이다. B대리는 일도 덜하고 업무효율도 높다. A대리는 일하는 시간은 훨씬 길지만 그 긴 시간이 업무효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야근이 잦은 사회, 지독한 과로 사회다. 지표가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 코스타리카(2212시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1363시간)보다 무려 50% 이상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3.1달러로 OECD평균(47.1달러)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숫자를 보면 알게 되고, 알고나면 깨달아 달라져야 한다. 그 깨달음의 결과가 바로 주 52시간제다.

 

 

직장인의 관심사, 주 52시간제란?


지난 2월 국회는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 이후 유예기간을 거쳐 300명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7월부터 고용노동부 지침과 개정된 노동법에 따라 주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제 연장근무수당이나 야근수당을 더 주더라도 주52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조건 금지! 토요일과 일요일(휴일)이 근로일에 포함되지 않은 덕분(?)에 평일 근로와 연장근로까지 꽉꽉 채워 52시간을 일하고 휴일까지 추가로 16시간을 일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었던 지난 날과는 안녕이다.

 

일의 특성상 야근이 불가피한 업종들은 조금의 예외를 두긴 했다. 하지만 고질적 야근이 행해지던 기존의 특례 업종은 26종에서 5종으로 축소되어 보건업(의료, 병원 등),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만이 해당된다. 하지만, 예외 업종이라고 해도 주 12시간 연장근로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11시간 연속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계산은 간단하다. “주 5일 40시간 근무 모든 초과근로 12시간”만 기억하면 된다. 공휴일 근무든, 주말 근무든, 야간 근무든, 연장 근무든 1주일에 초과근무 시간은 12시간을 넘길 수 없는데, 주5일 근로자가 매일 연장근로를 한다 하더라도, 하루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2.4시간을 넘기면 안되는 것이고 사무직이든 3교대 근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때 점심시간 1시간은 휴게시간이므로 52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유연 근무제

 

주 52시간제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역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주 52시간제를 맞추기 위해서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고 업무의 효율성도 높이고 있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선택 근무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자택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 중 우리 회사, 나에게 맞는 것은 어떤 것일까?

 

선택근무제 : 1주 평균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하는 제도로 근로시간 또는 근로일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시차 출퇴근제 : 주 5일 근무와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이라는 기본 근무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 일이 많은 주(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일)의 근로 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 내로 근로시간을 맞추는 근무제도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개월 단위로 도입할 수 있는데, 계절에 영향을 받는 일이거나 성수기, 비수기 등 업무량 편차가 많은 업종이 이용하기 좋다.

 

재량 근무제 : 근로자의 재량에 따라 업무수행방법과 시간배분을 정하는 제도. 연구개발직이나, 디자인 업무 등에 활용하면 좋다.

 

재택ㆍ원격 근무제 : 말 그대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집 또는 출장지 등에서 인터넷 또는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근무하는 제도다.

 

 

선택한 시간만큼 일하는 시간선택제


일과 생활을 병행하는데 있어 가장 힘겨운 때는 언제일까? 업무 외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럼에도 어느 하나에 온전히 시간을 내지 못하고 모든 것이 뒤엉켜버리는 때일 것이다. 임신과 육아가 그렇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특별히 돌봐야하는 가족이 생겼을 때가 그렇다. 물론 지금 꼭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기간동안 근로시간을 줄여 일하고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안성맞춤! 유연근무제와 함께 또 다른 일하기 방법으로 떠오른 시간선택제가 바로 그 대안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는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시간선택제란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전일제보다 짧게 일하면서 전일제 일자리와는 차별을 두지 않는 제도. 일정한 전환기간을 정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는 전환형시간선택제와 전일제 근로자보다 근로간이 짧은 일자리를 만들어 근로자를 새롭게 채용하는 신규채용형 시간선택제가 있다. 266개 기업의 인사담장자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72.6%가 제도 도입에 찬성하고 있고,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75%가 피크타임의 인력난 해소, 생산성 향상, 근로자의 만족도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결과도 있으니 앞으로 두루두루 활용될 만한 제도되시겠다.

 

 

고용 노동부의 근무혁신 10대 제안


주 52시간제에 맞춰 고용 노동부가 벌이고 있는 캠페인을 보면 실천 방안이 나온다. 모든 부서장,팀장들이 아래 내용을 숙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크게 장시간 근무관행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정시 퇴근 합시다! : 불필요한 야근은 줄이고, 가족과 문화가 함께하는 저녁을 실천하자.

 

퇴근 후 업무 연락은 자제하세요! : 근무시간이 지났다면 업무와 관련한 전화나 문자, 단체카톡도 자제하는 것이 예의다. 퇴근 직전에 업무지시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센스!

 

업무 집중도를 높여라 : 근무시간 중이라면 사적인 용무는 자제하고 업무에만 집중하자.

 

똑똑한 회의도 있습니다 : 꼭 필요한 것만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일정과 안건은미리미리 공유하는 것이 똑똑한 회의랍니다.

 

업무지시는 명확하게 하세요. : 두루뭉술은 피하자. 업무 지시는 무엇을, 왜,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하는 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보고서 역시 사전에 협의하고 명확히 하는 것이 효율성, 생산성을 높인다.

 

유연한 근무 : 눈치 보지 않고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하게 하세요. 업무의 질과 성과로 평가하는 문화가 확산됩니다.

 

똑똑한 보고 : 꼭 얼굴을 마주봐야 하나요? 대면보고 대신, 메모나 구두, 영상으로도 보고 할 수 있습니다.


회식도 문화라면 건전해야지요 : 꼭 필요한 회식만 하세요. 일정은 사전에 공유하고요.

 

소중한 당신의 연가, 다! 쓰세요! : 이유는 묻지 마세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연가랍니다.

 

관리자님부터 먼저 실천합시다! : 부서장부터 해볼까요? 장시간 근무, 일하는 방식,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데 앞장서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재미로 보는 고용노동부발 설문조사

 

일과 가정의 양립을 권장하는 말 1위는?

111법칙-일(1)은 알(1)터애서, 일(1)찍 퇴근해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저해하는 말 1,2위는?

1위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2위 벌써 가게?

 

직장인의 당신! 휴가 중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압도적 1위: 정말 받고 싶지 않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현실은 받는다.(ㅠㅠ)

 

시간을 거스르는 자! 업무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가장 갖고 싶은 능력은?
아침형 인간은 너무 힘들어. 내 맘대로 출퇴근 능력(단 하루 8시간 근무)

 

자료출처 : 고용노동부(worklif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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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