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언제나 뛰쳐나오고 싶은 게 회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난 회사 체질이 아닌 것 같아’라고 되뇌면서도 퇴사 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회사를 찾아 헤맨다. 회사 밖에서 먹고사는 삶은 마냥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상상도 못한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보통은 후자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기에 우리는 다시금 몸담을 조직을 찾아 헤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회사 밖’이라는 달콤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흔히들 예상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도 더 불안하고 굴곡 많은 길이라고, 하지만 회사 체질이 아니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지금 단지 ‘회사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불행하다면, 그래서 퇴사하고 싶지만 회사 없이는 먹고살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 망설여진다면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서메리 저자가 전하는 독립근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평범한 사무직 퇴사자가 회사를 뛰쳐나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까지, 힘겹지만 경쾌한 프리랜서 도전기가 펼쳐진다. 회사 밖이라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립근무의 꿀팁은 덤이다.
책과 프로필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라도) 상당히 무난한 삶을 살아오신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작가님께서도 책에서 특별히 직장에서 갈등을 겪은 적은 없다고 말씀하셨고요. 그럼에도 입사 5년차, 직장생활이 안정될 법한 연차에 ‘프리랜서’로의 전향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규직으로 회사에 다닌 경험은 한 번 밖에 없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프리 선언’을 하기 전에 두 번의 인턴 경험을 포함해서 총 세 군데의 회사를 경험했어요. 공교롭게도 그 세 곳의 회사에는 전 직원이 다섯 명도 안 되는 중소기업과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 딱 그 중간 규모인 중견 기업이 모두 포함되었죠. 어찌 보면 저는 우연히도 길지 않은 기간 안에 다양한 기업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얻었던 셈이에요. 물론 직장생활 세 번으로 모든 회사를 일반화해서 평가할 순 없겠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모두 겪어보니 제가 직장에 다니며 힘들었던 부분들이 특정한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회사’라는 조직 자체에 내재된 특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꼽자면 내 컨디션이나 업무 스타일과 관계없이 무조건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하는 점(물론 퇴근 시간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지만), 너무나 비효율적인 복장 규정과 회의 문화, 내 업무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결재를 기다리느라 하염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점 등이 특히 힘들었어요. 일 때문에 야근을 하는 건 괜찮은데, 어디선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상사를 기다리기 위해 내 시간을 버리고 사무실에 묶여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따로 떼어놓고 보면 사소한 부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런 스트레스가 쌓이고 또 쌓여서 몸이 아플 지경이 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아, 나는 회사 체질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직접 영업을 뛰어야 한다는 점에서 프리랜서를 꿈꾸긴 하지만 차마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작가님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그리고 실제로 프리랜서가 되어보니, 저 걱정은 정말 유효한 점인가요? 프리랜서가 되기 전 막연하게 꿈꾸던 삶과 실제 프리랜서의 삶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확실히 영업은 쉬운 일이 아니죠. 저만 해도 낯을 가리는 편인 데다 아쉬운 소리를 못하는 타입이라 애초에 프리랜서가 되기를 결심하면서 영업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했어요. 과연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회사에 무작정 연락을 해서 일을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 쳐도, 그쪽에서 뭘 믿고 내게 일을 맡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왔죠.
하지만 열심히 찾아보니 다 방법이 있긴 있더라고요. 저는 다양한 직업 중에서도 출판 번역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데, 적어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직접 영업을 뛰는 대신 수수료를 받고 일감을 나눠주는 출판 번역 에이전시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요즘은 웹툰이나 유튜브 같은 분야에도 에이전시가 있어서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받고 일감 분배나 스케줄 관리, 회계 처리 같은 부분을 도와준다고 하잖아요. 만약 꼭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 영업에 자신이 없어서 고민된다면 에이전시 소속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이 부분에서는 각 프리랜서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직접 영업해서 수수료 부분까지 챙기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제가 자신 없는 일들을 맡김으로써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런 만큼 퇴사하기 전에 생각했던 프리랜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작가님께서는 현재 프리랜서로서 먹고 사는 방법을 어떻게 구성하고 계신가요? 작가님 하루 일상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된 생계 수단은 번역과 글쓰기인데요. 지금은 조금 바쁜 시기라 번역서 여러 권과 제 에세이 단행본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번역서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의뢰받고, 그 외의 책 작업은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번역서든 단행본이든 책과 관련된 일은 대부분 작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세세한 하루치 스케줄을 짜기보다는 일감의 양을 기준으로 일정을 큼직하게 통으로 나누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지금 당장은 월, 수, 금요일에 일정 분량씩 번역을 하고, 화, 목요일에는 에세이를 한 꼭지씩 쓰고 있어요. 스케줄을 격일로 나눈 이유는 일 사이사이에 일종의 휴식기를 두면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검토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가령 에세이 한 편을 막 썼을 때는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오타나 비문이 안 보이는데, 하루 이틀 정도 쉬었다가 다시 읽으면 그게 딱 보이곤 하거든요.
프리랜서의 삶은 오히려 워라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보통 의뢰를 받아 어떤 마감 기한까지 일을 마쳐야 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그 ‘마감’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물론 작가님도 번역가이다 보니, 마감에 시달릴 것 같고요. 프리랜서의 진짜 워라밸은 어떤지요? (출퇴근, 휴가 등)
개인적인 성격상, 그리고 책 작업을 주로 하는 직업 특성상 마감 직전에 일을 몰아서 하느라 무리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대략 아침 8~9시쯤 일어나서 하루치 일을 하고 저녁에는 남들이랑 비슷하게 휴식을 취하죠. 물론 프리랜서다 보니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전날 술을 마셨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일과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대개는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몰리는 시즌에는 며칠, 혹은 몇 주 정도 정신없이 바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야근과 주말 작업도 밥 먹듯이 하죠. 특히 프리랜서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초반에는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들어오는 일을 닥치는 대로 받았더니 워라밸이 심각하게 나빠지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깨달은 건, 프리랜서는 쉴 시간이 ‘나는’ 게 아니라 직접 쉴 시간을 ‘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하지만, 또 휴식을 소홀히 하면 금방 체력이 망가질 수 있거든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지금은 ‘아무리 바쁜 시즌에도 일주일에 하루는 통으로 쉬기, 책 한 권이 끝나면 짧게라도 휴가 다녀오기’ 등의 원칙을 미리 세워놓고 지키려고 노력해요. 상대적으로 덜 바쁜 기간에는 실컷 늦잠을 자거나 평일 낮에 쇼핑을 가는 식으로 프리랜서의 장점을 만끽하기도 하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요? 커리어로나 업무 관계, 라이프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생각했을 때요.
가장 큰 장점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죠! 회사에 다닐 때는 업무가 몰리거나 야근이 잦으면 일단 짜증부터 나잖아요.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까지 일해야 해?’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프리랜서는 모든 일이 자신의 선택이고, 무엇보다 그 일의 결과가 수입과 커리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훨씬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저는 프리랜서 중에서도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는 편이지만, 그래도 배고픈 시간에 마음껏 식사를 하거나 볕이 좋은 날에 느긋하게 산책을 할 때면 ‘소확행’이 이런 거구나 싶거든요.
단점으로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영업 문제나 불안정한 일감 수급 문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이 부분을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사실 에이전시에 이름을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건 아니거든요. 어쨌든 들어오는 일감의 양은 정해져 있고, 소속 프리랜서들은 그보다 더 많으니까요. 아무래도 그 속에서도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죠. 게다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에이전시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연예인 소속사와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지원자 중에서 선별을 통해 뽑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프리랜서 세상에 처음 뛰어드는 분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큰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런치에서도 여러 번 언급하셨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이젠 책에 대한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요. 책에서도 작가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찾아 ‘번역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다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진짜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직접 경험해보니 어떠신지요?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후회를 한 적은 없어요. 오히려 번역으로는 성에 안 차서 인터넷에 책에 관한 글을 올리기도 하고, 직접 나서서 책을 쓰기까지 하는 걸요. 물론 주변에서 ‘책 덕후’라고 부를 만큼 책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제가 특정 회사 소속이 아니라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는 점도 큰 이유인 것 같아요. 프리랜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직접 고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내가 오롯이 져야 하지만요.
지인 중에서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와인 관련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분이 있는데, 그 분도 맨 처음에는 음식 잡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잡지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자기가 원하는 취재를 마음껏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 이유로 한때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지만, 자유기고가로 프리 선언을 하고 나서는 오히려 일이 너무 즐거워졌대요. 물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은 저도 여러 번 들어봤고, 그런 만큼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는 뜻이겠지만, 100%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최근 ‘퇴사하라’는 말은 거의 유행어처럼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퇴사 후 경험담을 들려주는 이들도 많고요. 탄탄한 직장에서 퇴사하고 진짜 프리랜서가 된 사람으로서,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퇴사, 혹은 프리랜서의 삶은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길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입사와 마찬가지예요. 회사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 모두 처음에는 취업을 하나의 목표처럼 생각하고 달려왔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입사는 회사 생활이라는 길의 시작점에 불과하고, 그 끝에서 안정된 삶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몰라요.
퇴사나 프리랜서 또한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고, 따라서 그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절대 안 돼요. 물론 도전도 하기 전에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일일이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프리랜서가 되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하는지, 전망이나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자세히 따져보시길 추천해요. 프리랜서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리랜서로 먹고 사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니까요.
-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서메리 저 | 미래의창
‘회사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불행하다면, 그래서 퇴사하고 싶지만 회사 없이는 먹고살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 망설여진다면 저자가 전하는 독립근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