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 오늘 주제가 ‘미리 읽어두면 좋을 책’이에요. 프랑소와 엄님이 정해주셨는데요. 왜 이 주제를 제안해주셨는지 알고 싶어요.
프랑소와엄 : 진짜 ‘3년 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이 드는 책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그 책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캘리 : 저도 주제에 딱 맞는 제목의 책을 가져왔습니다. 이 주제를 받고 기뻤어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누가 시를 읽는가』
프레드 사사키, 돈 셰어 공편/신해경 역 | 봄날의책
약 60명의 저자들이 ‘왜 자신이 시를 읽는지’에 대해 쓴 글이 담겨 있는 책이에요. 제가 시를 쓰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세 가지가 있거든요. 첫째, 시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둘째,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셋째가 시를 왜 쓰는지, 인데요. 시를 왜 쓰는지 답할 때는 제 정체성을 돌아보게 되고요. 시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답할 때는 처음 시를 썼을 때의 푸릇푸릇한 감정을 만질 수 있어 좋아요. 그런데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답할 때면 늘 당황하게 됐어요. 어쨌든 상황을 모면해야 하니까(웃음) 임기응변으로 답변은 했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일상의 반짝이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는 식으로 답을 한 거예요. 그게 틀린 답은 아닌데요. 말하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게 있었어요. 사실 저는 시를 읽을 때 충만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시를 읽거든요. 하지만 보편적인 대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때문에 그런 답은 늘 주저하게 됐는데요. 이 책을 읽으니까 안도하게 되더라고요. 이 저자들이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대단한 것을 기대해서 시를 읽는 게 아닌 거예요. 시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내가 생각했던 답이 틀린 것은 아니었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당연하게도 무엇보다 시는 즐거움이다. 우리는 이 책에 실린 글에서 작가는 다 다를지라도 한 가지는 공통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게 된다. 모두가 시를 읽으며 엄청나게 즐거워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이 책에 그 답이 담겨 있습니다.(웃음) 정말 좋은 건 저자들의 면면이에요. 산파도 있고요. 변호사, 국회의원, 다른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이 다른 대답을 내놓는데 이걸 한 데 모아놓으니까 시를 왜 읽는지 느낄 수 있더라고요. 저는 록산 게이가 쓴 이 부분이 좋았어요.
시를 읽는 것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가끔은 내가 무슨 일이든 해나가는 이유가 시를 몰입해서 읽을 시간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 감동은 시가 어디에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가 어디에나 있다’, 이것은 시를 쓰는 이유와도 연결돼요. 있으니까요. 이 책은 시를 왜 읽어야 하는지, 시를 읽는 게 대체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아서 좋고요. 저마다 정확한 자기만의 이유가 있잖아요. 그 이유들을 읽으면서 ‘이 작가가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구나’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를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시 한 번 읽어볼까, 고민하는 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 단초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나를 지키는 노동법』
청년유니온 저 | 한겨레출판
회사 생활을 이 책에 담긴 정보를 알고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을 했고요. 책을 읽으면서 정말 꼭 알아야 할 것들이었는데 무지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책 카피가 ‘취준부터 퇴사까지 직장인을 위한 노동법 119’인데요. 119, 정말 위급할 때 찾는 거잖아요. 이걸 미리 알고 있으면 위급할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우선 이 책을 함께 쓰신 분들의 이름을 한 번 불러드리고 싶어요. 김강호, 나현우, 송효원, 이기원, 김병철, 김영민, 한지혜, 전진희, 이수호, 김민수. <책읽아웃> 청취자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또 이 책을 펴낸 ‘청년유니온’은 ‘일하고, 꿈꾸고, 저항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0년 3월에 창립한 한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에요. 구직자, 아르바이트 노동자, 처음 일을 시작하는 청소년, 직장인, 프리랜서 등 만 15세부터 39세까지 고용 형태 관계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노동법은 실제 존재하는 법의 명칭은 아니고요. 정확한 명칭은 ‘노동관계법률’이에요. 이것은 어느 특정한 하나의 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요. 노동 조건과 관련된 모든 법을 통칭해 노동법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근로계약서부터 포괄임금제, 연장 근로 때 어떻게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다루고요.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어요. 해고와 권고사직의 미묘한 차이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진짜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외국에서는 노동 교육 수업이 따로 있고, 학교에서부터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수업이 없잖아요. 고등학교 때 이런 걸 가르쳐서 아르바이트 할 때도 피해보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책 부록으로 노동 문제가 있을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곳의 목록이 함께 실려 있어요. 고용노동부는 전국 어디서나 1350으로 전화를 하면 연결된다고 합니다. 임금 체불을 당하거나 근로 계약 위반 사례를 발견했을 때 상담 받거나 진정을 넣을 수 있다고 하고요. 그 외에도 관련 기관을 통해 구제를 받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까 꼭 연락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책 마지막 장은 ‘퇴사할 땐 더 꼼꼼히’거든요. 퇴사를 준비 중인데 회사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거나 할 때 이 책을 꼭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
로버트 프랭크 저/정태영 역 | 글항아리
부제가 ‘행운 그리고 실력주의라는 신화’예요. 실력주의, 실력만 있고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오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 말이 얼마나 과대평가 되어 있는지를 지적한 책입니다. 사실은 실력과 노력 외에 다른 요소가 굉장히 많이 작용을 한다는 거죠. 저자가 경제학자거든요.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어요. 실력이나 노력만으로 성공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고요. 재미있는 사례들이 참 많았어요.
우선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선수 가운데 40%가 1월에서 3월에 태어났다고 해요. 10월에서 12월에 태어난 사람은 10%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유소년 하키리그 참가 자격에 생일 커트라인이 있기 때문이에요. 1월 1일을 커트라인으로 두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반기에 태어난 사람이 동년배 가운데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기가 쉬운 거죠. 학년 대표가 되기도 쉽고, 당연히 올스타 대표에 뽑힐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예요. 또, 육상을 살펴보면요. 남녀 100m, 100m 허들, 멀리 뛰기, 삼단 뛰기 등 육상 여덟 종목의 세계 신기록이 나온 날은 바람의 방향이 역풍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순풍이나 무풍이었을 때라고 해요. 스포츠야말로 개인의 실력이나 노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흔히 말하는 영역인데 여기에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거죠.
저자는 행운이 실력과 노력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행운이라는 부분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 실력주의가 신화일 수 있다, 라고 하는 점을 지적하는 거고요. 누군가가 자신의 실력과 노력만으로 성공했다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런 반박을 할 수 있다고 말해요. 당신이 무엇을 해도 좋다고 지지하는 부모가 있었던 것, 부모가 밤마다 그림책을 읽어주었던 것 등도 행운이라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또 저자는 행운이라는 요소를 인식하는 게 오히려 성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거든요. 한 심리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두 케이스를 보여주는데요. 한쪽은 자기 실력만으로 성공했다고 말하고요. 다른 한쪽은 행운이 따랐다고 말하죠. 이때 사람들에게 어느 사람과 팀을 이뤄 일하고 싶은지 묻는데 당연히 후자였어요. 뜬금없이 자기 아이들 얘기도 나오고, 100% 동의할 수 없는 심리실험 사례도 있지만 완벽한 실력주의는 없다는 측면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44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