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나쁜 준호가 잡아야 할 여자, 혜영
준호는 운이 나쁘다. 겨우 편성된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펑크를 내고, 몇 달 만에 겨우 얻은 휴가 날에는 태풍이 휘몰아친다. 이번에도 ‘머피의 법칙’을 가만두고 볼 수는 없다.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장을 찾은 준호에게 조건이 붙는다. 유학을 떠나려는 국장의 딸 혜영을 유혹하면 프로그램을 맡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혜영은 2년 전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와 헤어진 후 일에만 매달리며 애니메이션 각본을 쓴다. 마침내 공모전에 낸 혜영의 작품이 선정돼 작품으로 만들어질 기회를 얻게 됐다. 이제 영국으로 떠나기만 하면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아빠가 걸림돌이다. 돌아가신 엄마까지 들먹이며 혜영을 막아선 아빠는 수많은 소개팅을 제안한다.
‘아빠가 소개해 준 모든 사람을 만나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을 땐 떠나도 좋다. 다만 네가 그 사람을 차는 건 절대 안 되고 차였을 때만 유학을 허락한다.’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인 혜영은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냄새 나는 옷을 입고, 사람을 앞에 두고 길고 진한 방귀를 뀐다. 온갖 변덕을 부리며 아빠가 소개한 남자들을 하나씩 해치우는 혜영 앞에 준호가 나타난다.
익숙한 가요로 무대를 채우다
뮤지컬 <써니텐>은 대학로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연극 <텐-열흘간의 비밀>을 각색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야기 중간에 삽입된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DJ.DOC의 「머피의 법칙」 등 익숙한 가요가 흘러가는 이야기와 맞물려 적절하게 활용된다.
배우들은 실제 가요 공연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세 명의 배우가 연기와 공연으로 무대를 채운다. 극의 주된 내용을 이끄는 것은 혜영과 준호지만, 멀티 역할의 배우가 혜영의 아빠, 친구, 준호의 동료 등으로 출연하며 빈 곳을 채운다.
준호는 혜영이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하는 행동’을 모두 참고 견딘다. 처음엔 프로그램 편성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혜영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만남을 시작한 두 사람은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마음을 알아차린다. 뮤지컬 <써니텐>은 7월 31일까지 JDB 스퀘어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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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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