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초등학생들이 열렬히 사랑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수상한 시리즈>의 열 번째 책 『수상한 기차역』이 출간됐다. 2014년 출간된 『수상한 아파트』를 시작으로, <수상한 시리즈>를 향한 아이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후속작이 한 권씩 출간될 때마다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를 석권한 것은 물론, 시리즈 한 작품 한 작품이 현재까지도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2021년 봄, 『수상한 기차역』이라는 제목으로 열 번째 책이 출간됐다.
2021년 출간된 <수상한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의 무대는 어느 외딴 산속의 기차역이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외딴 기차역에 발이 묶인 아이들은 아이다운 호기심으로 기차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개인행동으로 단체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규칙을 정하기도 한다. 좌충우돌하는 아이들 간의 갈등 속에서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친구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 공동체를 위해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일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수상한 시리즈>의 최신작에 지금 주목할 때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 온 <수상한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한 시리즈를 열 권이나 끌고 온다는 것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벌써 열 번째 책이라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2014년 수상한 아파트가 첫 권으로 나왔으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평균 일 년에 한 권 정도 세상에 나오고 있으니 일 년에 한 번은 여진이를 만나고 있는 거네요. 사실 시리즈는 작가의 힘보다는 주인공의 힘이 큰 거 같아요. 작가가 사건을 만들면 주인공은 그 사건을 이끌어 가며 해결해요. 마치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인물인 듯 여진이는 저에게는 아주 든든한 존재예요. 그게 열 권을 세상에 내놓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즐겁게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인 듯해요. 여진이에게 늘 고맙죠.
<수상한 시리즈>가 오랜 시간 정말 많은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제일 처음 피부로 직접 느꼈던 순간, 혹은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은 순간 같은 것이 혹시 있을까요?
독자들로부터 정말 많은 편지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상한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하곤 해요. 아이들은 모두 다 사랑스럽습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에너지도 얻고 보람도 느끼지요. 그런데 재작년 어느 학교에 강연을 갔을 때였어요. 5학년으로 기억하는데 강연이 끝난 후 남자아이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저에게 다가왔어요. 그러고는 용 모양의 펜을 주는 겁니다.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자신이 갈 길이 아니더랍니다. 그 용모양의 펜은 글을 쓸 때 쓰려고 산 거래요. 그런데 그 펜을 저에게 주었어요. 수상한 시리즈를 보니 제가 글을 잘 쓴대요. 자기 대신 그 펜으로 좋은 글 많이 써 달라는 부탁도 받았어요. 그 진지한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그 아이와 굳게 약속했어요. 그 펜으로 꼭 멋진 글을 쓰겠다고요. 그 펜은 지금 제 책상 위 연필꽂이에 있어요. 아이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는다는 것, 더없이 기쁜 일입니다.
<수상한 시리즈> 최고의 스타라고 하면 역시 주인공인 여진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데요. 독자로서 여진이가 아주 당차고, 정의감이 넘치고, 그럼에도 정이 있고 따뜻한 인물인 것 같아서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꼈습니다. 혹시 여진이는 어린 시절 작가님의 모습이 반영된 인물인가요? 아니면 다른 모델이 있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 내성적이었어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친구들이 하는 일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많은데 정작 나서지는 못했지요. 여진이는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되고 싶었던 성격의 소유자예요. 딱 여진이 같은 아이가 되고 싶었지요. 하지만 그러질 못했어요. 작가가 되고 ‘수상한 아파트’를 쓰고자 마음먹었을 때 문득 그 생각이 들었어요. 여진이가 탄생한 배경이에요. 여진이는 시리즈 첫 번째 책인 수상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몫을 정말 당당히 잘 해냈어요.
<수상한 시리즈>의 장점은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동시대의 어린이들이 가장 고민할 법한 일, 또한 아이들이 꼭 고민해 주었으면 하는 일을 이야기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아이답게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작품을 집필하실 때 이런 점들을 특별히 염두에 두시고 집필하시는 건가요? 어떻게 아이들을 그렇게 잘 이해하고 계신지요?
저는 ‘행복’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작가가 되고 나서 사람들을 보는 눈을 키우려고 관찰을 많이 했어요. 그러자 아주 당연했던 것도 다르게 보였어요. 그때서야 비로소 모든 사람은 행복한 삶을 위해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공부를 하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은 행복한 삶이 목표였어요. 그러나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듯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어요.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함께 어울려 더불어 살아갈 때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지요. 수상한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고민들은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고민들이에요. 어른이나 어린아이나 함께 생각해 봐야 할 일들이지요. 어쩌면 어려운 주제이기도 해요. 어려운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 맞게 풀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감사하게도 저는 20년이 넘는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어요. 그게 재산이 되었습니다.
『수상한 기차역』은 공동체와 규칙,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배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코로나 시대에 어린이들이 한 번쯤 스스로 고민해 볼 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맘껏 뛰놀지도 못하고, 또 지켜야 할 것도 많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혹시 있으실까요?
기쁜 일이든 슬픈 일든 아니면 힘든 일이든, 어떤 일을 겪고 나면 꼭 드는 생각이 있어요. 모든 일은 잃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얻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요.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두가 힘들었어요.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아마 이런 일이 없었다면 공동체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을 테니까요. 힘들면서 우리는 성장했다고 봐요. 정말 힘들었던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어요. 그래서 고마웠어요. 수상한 기차역에서는 ‘공동체의 약속’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위기에 빠지게 한 친구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보듬어 안는 아이들이 등장해요. 힘들었던 시간임에도 여전히 밝은 아이들이 수상한 기차역에 등장하는 거지요.
『수상한 기차역』에는 또 하나의 숨은 주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산속 기차역에 여진이 일행이 갇히게 되고 휴대폰마저 터지지 않게 되면서 그야말로 아이들은 대혼란에 빠지게 되는데요.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던 인물들이 세상과의 연결이 단절된 곳에 겪는 사건들이 너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새로운 기계에 쉽게 적응하시는 편인가요? 어린이들이 이런 새로운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저는 가끔 휴대폰을 이틀만 꺼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해요. 중요한 전화가 올지도 모르고 새로운 뉴스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따라가지도 못하는 편인데 또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어 하루하루 숨이 가쁠 지경이에요. 친척 중에 일곱 살 꼬마가 있는데 새로운 기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빠른 걸 봤어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터득해 가는 걸 봤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인 거 같아요.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그 시대를 살아가야 하니까요. 수상한 기차역에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설정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요. 어른들보다 훨씬 더 그 부분에 답답해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수상한 기차역』으로 시리즈 열 번째 책이 발간되었는데요. 열 권이 각각 개성이 다른 이야기여서 어떻게 그렇게 각 이야기에 변화를 주시고 차별화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수상한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는 거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말씀드렸듯이 수상한 시리즈의 큰 주제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이에요. 더불어 살아가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많고요. 책 한 권마다 고민 하나씩이 나오다 보니 같은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이야기라도 차별화가 되는 듯합니다. 고민이 있는 만큼 수상한 시리즈도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책이 나올 때가 되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되고 초조하기도 해요. 이번 책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에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긴장도 되고 초조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지만 늘 아이들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제가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이 세상 어디에서 작은 불씨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합니다.
*박현숙 아이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이다. 200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어릴 때는 그림을 잘 그려 화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게 되면서 꿈이 작가로 바뀌었다. 어린이들과 수다 떠는 것이 가장 즐겁고, 어린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선물 받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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