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들어가면 얼어붙는 분위기. 오늘도 잘 해보려 했는데 호통만 치고 나왔다. 회사원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는 직장인에게, 코칭심리 전문가 김윤나 저자는 ‘마음’을 돌아보라고 강조한다. 특히 앞만 보고 달려와 자신의 생각과 욕구를 알아채지 못했던 리더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높은 직급이나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만이 리더가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직장인과 아이를 잘 이끌고 싶은 부모 모두가 대상이다.
김윤나 저자는 코칭심리전문가로서 주요 기업의 강연 및 코칭,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리더의 말 그릇』은 전작 『말 그릇』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리더’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과 코칭을 통해 얻은 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과를 만드는 리더의 말 그릇에 대해 알려준다.
일하고 싶은 회사, 리더가 바뀌어야
『말그릇』 이후 3년만에 ‘리더’를 위한 책을 내셨어요.
직장인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원인이 리더의 말인 경우가 많아요. 상사가 사무실에서 한번 소리치면 직원들의 마음이 상하고 가정에도 영향을 미치죠. 실제로 강연과 상담을 해보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리더를 많이 만나고요. 물론 모두에게 ‘말 그릇’을 키우고 마음을 되돌아보는 건 필요하죠. 그런데 말의 파급력이 센 사람부터 바뀌면 그만큼 효과적이니까요.
“리더란 파트너와 팔로워가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고요. 리더의 범위를 넓게 보셨습니다.
직책이 높은 사람만 리더인 건 아니에요. 팀의 막내라도 협력사를 만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고, 부모도 아이를 이끌어야 하니 다 리더죠. 리더십은 인간관계 속에서 역할을 맡은 모두에게 필요한 거예요. 저도 직장인이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매순간 느끼거든요. 회사원부터 주부까지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전하고 싶었어요.
보통 ‘비즈니스 말하기’하면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 같은 기술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마음’을 강조하셨어요.
말을 잘하고 싶을 때, 보통 어떻게 말할지만 고민해요. 어떻게 말해야 부하 직원을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기술부터 배우려 하죠. 그런데 말의 원인인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이 말을 왜 했는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마음에 답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코칭은 단순히 말을 교정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생 상담 같아요.
굉장히 진솔하죠.(웃음) 지난 몇 년 동안, 강연뿐만 아니라 일대일 상담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말에 대한 코칭으로 시작하지만, 상담자에게 “그때 마음은 어떠셨어요?” 물어보면 비로소 속 이야기를 꺼내거든요. 회사에서는 누군가의 리더인데, 정작 자신이 뭘 느끼고 원하는 지 모르는 거예요. 그제서야 인생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화내기 전에, 일단 멈추세요
성과를 내려고 모였는데, 불같이 화를 내는 상사의 한 마디에 얼어붙는 회의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겪는 상황이에요. 해결책이 있을까요?
회의실만 들어가면 화내는 리더분들 정말 많이 봤어요.(웃음) 화가 찾아오면 일단 멈춰야 해요. 감정은 몸으로 오거든요. 얼굴에 열이 올라오고 심장이 빨라지면, 불편한 상태라고 스스로 인식해야 해요. 유독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분에게는 화가 찾아오는 순간 “아, 왔다!” 하고 외치게 해요. 인식하는 게 첫 번째예요. 자기 상태만 알아도 큰 말실수는 줄일 수 있어요.
일단 멈추고, 말하기 전에 감정을 바라보라고 강조하셨죠.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는 법을 연습해야 돼요. 제가 추천하는 건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거예요. 사람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개수가 다르거든요. 다양한 사람도 있고, 딱 한 개인 분도 있어요.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은 ‘싫다’에만 반복적으로 버튼이 눌리는 거죠. 그런데 한꺼번에 밀려드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화만 있는 게 아니라 서운함, 실망, 답답함 등 여러 가지거든요. “보고서가 왜 이 모양이야!”라고 외치기 전에, 감정에 다른 이름을 붙여보는 거예요. 그러면 “아, 후배가 좀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기대와 달라서 실망했구나” 하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요.
평생 반복해온 습관적인 감정이 있을 테니,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늪지대’가 있어요. 리더로서 부모로서 못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런데 늪에 빠지듯이 말을 할수록 자기를 깎아먹고 서로 마음을 다치는 거죠. 예를 들면, 저는 ‘불안’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스스로 정한 규칙에 조금만 어긋나도 금세 불안해지거든요. 이게 저의 자동화된 감정이에요. 여기서 빠져나와 자신의 늪을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마음이 좀더 편해지고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겠죠.
리더라면 칭찬을 잘하는 법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좋은 칭찬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허한 칭찬이 정말 많지 않나요?(웃음) 칭찬의 본래 의미는 ‘축하’인데, 많은 분들이 남을 내 뜻대로 하기 위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그건 상대방도 칭찬이 아니라는 걸 알거든요. 좋은 칭찬은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아이에게 그냥 “잘했다” 하기보다, “네가 숙제를 꼼꼼히 해서 실수가 없었네” 하고 직접 관찰한 걸 말해주는 거예요. 거기에 그 사람만이 지닌 강점, 기여한 내용을 덧붙여주면 더욱 좋죠. 결국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큰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리더의 피드백이 부하 직원의 마음을 상하게 할 때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 피드백하면서도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법은 없어요.(웃음) 어떻게 말해도 상대가 서운하다는 걸 받아들여야 돼요. 상대가 상처받으면 어쩌지 고민하는 분도 많은데요. 이건 비즈니스잖아요. 상대방의 감정까지 리더가 책임져주지 않아도 돼요. 모든 감정을 책임지려고 하면 힘들어져요. 서운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세요. 다만, 비난하지 않는 건 중요해요. 피드백을 한다고 다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은 공포에 질리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상황을 피하려는 순간, 생각은 멈추고 피드백이 들리지 않는 거죠. 잘못을 추궁하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알려주고 개선방안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진정한 리더는 성장을 책임지는 코치
요즘 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도 짚어 주셨어요. MZ세대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MZ세대는 공동체에서 중심이 된 경험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넌 뭘 원하니”하는 질문을 받았고, 마음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걸 독려 받았어요. 입시나 취업도 멘토의 지원을 통해 의사결정 한 세대예요. 그러니까 선배에게 ‘코치’ 역할을 바라는 거예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해주고 이끌어주는 상사를 원하는 거죠.
반대로 기성세대는 개인보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으니, 소통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네요.
기성세대는 기존에 믿고 있던 생각이 들어맞지 않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죠. 회식을 하자고 했는데 후배가 약속이 있다고 먼저 나가면, 뒤통수를 보면서 눈이 흔들리거든요.(웃음) 예전 조직문화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전체를 위해 묵묵히 희생하는 걸 강조했으니까요. 그런데 리더라면 “요즘 애들은 이해가 안 돼” 하고 멈추지 말고, 자신이 가진 생각을 점검해봐야 해요. MZ세대는 마음을 표현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해주길 원해요. 리더도 기존의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전하는 언어를 배워나가야 하는 거죠.
코로나19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났어요. 달라진 환경에서 유의해야 할 요소로 ‘정확성, 안전성, 공감’을 드셨습니다.
언택트 시대에는 소통의 정보량이 너무 적어요. 예전에는 분위기로 알아차렸던 것도 온라인에서는 불가능하죠. 그럴수록 정확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평소라면 알아서 넘길 것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일일이 물어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안전성’이에요. 원래 회의실에서 직원들은 리더의 표정을 살피거든요. 그런데 화상 회의로는 반응을 알 수가 없어서 더 무서운 거예요. 그럴수록 리더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줘야 직원들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공감’도 잊어서는 안되죠. 예전엔 눈빛으로 전달했던 것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로 공감을 표현하는 게 좋아요.
회사문화가 ‘성과’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하셨어요. 예전엔 조직의 성과가 우선시됐다면, 요즘 회사원들은 개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많죠.
성장 중심 문화에서 리더는 코치 역할을 해야 해요. 구성원들의 성장을 책임지고 목표를 위해 함께 달리는 파트너가 돼야 하죠. 그런데 현실은 리더에게도 플레이어의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관리자와 실무자의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니까 리더가 방향을 못 잡는 거죠. 코치형 리더를 키우는 인사 제도와 조직 문화가 필요한 이유예요. 적절한 보상과 훈련이 뒷받침 돼야겠죠.
오늘도 ‘말’ 때문에 고민인 리더분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주신다면요?
자신의 마음부터 잘 보살펴야 해요. 리더의 역할을 잘 하려고 무작정 달리다가 정작 삶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리더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고, 결국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거잖아요. 식사도 불규칙하고 잠도 못 자는데 좋은 기분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강연할 때, 마무리 인사가 늘 “밥 잘 드시고, 숙면하시고, 영양제 잘 챙겨 드세요”예요. 기본적인 것을 잊지 마시고, 늘 자신을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말도 자연히 달라져요.
*김윤나 말마음 연구소 (Communication & Mind Lab) 소장. 말과 마음의 연결과 회복을 인생의 핵심 프로젝트로 삼는다. 이를 위해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상담을 한다. 말과 마음의 상처를 돌보고 싶다면 ‘말마음 상담소’을 통해 저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김윤나TV〉로도 독자들과 소통 중이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에서 강연을 해 왔고, 코치로서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한국HRD협회가 인증한 ‘2013년 BEST 코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인재개발 전공)을 마치고 광운대학교 산업심리학과 박사과정(코칭심리 전공)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말 그릇』, 『당신을 믿어요』, 『슬기로운 언어생활』, 『자연스러움의 기술』, 『진짜 나를 만나는 라이팅북』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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