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고백한 후 불안장애의 일종인 이 병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연예인 병’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공황장애는 사실 직장인 60% 이상이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직장인들에게 흔한 마음의 병이다. 실제로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의 김세경 저자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시작된 공황장애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결심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아보던 중 내과보다 정신과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고 고백한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상황을 제거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을 돌보는 연습을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에 잠식당하지 않고 내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기술을 터득할 수는 있다. 한때 공황장애로 인해 매일 하던 출퇴근도, 좋아하던 출장 업무도 두려운 미션처럼 느껴져 힘들었지만, 한바탕 공황을 겪어내며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에 흔들리는 우리 마음을 지켜내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육아 에세이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 이후 이번에 두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그 사이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극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이번 책에 담겨 있고요. 제목이 꽤 인상적인데요. 신간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는 어떤 책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는 공황장애에 걸린 평범한 회사원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돌보며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과 변화된 삶의 태도를 담은 그림 에세이입니다. 공황장애를 가진 분들이 책 제목을 보시곤 많이 공감해주셨는데요. 실제로 공황장애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가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이거든요. 제가 처음 공황 증상을 겪고 나서 출퇴근길에 지하철 타는 게 너무 무서워서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의 저처럼 그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용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제목을 지었어요.
저는 이 책을 꼭 ‘공황장애 에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공황을 치료하는 과정도 담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치열하게 사느라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분들께도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첫 책에선 필명인 ‘꽃개미’를 사용하셨는데 이번에는 본명을 그대로 사용하셨더라고요. 본명을 밝힌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사실 출간 직전까지도 고민했던 부분이었어요. 저보다 먼저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로부터 회사에는 알리지 말라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거든요. 자칫 딴생각하는 불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는다고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철저하게 필명을 사용해왔었죠. 그런데 이 책에서 본명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우선 저부터 당당하게 공황장애를 밝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도 공황, 우울, 번아웃 등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대부분 이러한 상태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다가 심각한 상태가 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더라고요. 병을 숨기느라 병을 키운 셈이죠. ‘마음의 병’은 결코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걸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공황에도 용기 있게 맞섰던 것처럼 저자의 이름도 용감하게 내세워보라는 출판사 팀장님의 제안도 힘이 되었고요. 그래도 회사에선 계속 모르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추천사에서 하지현 박사님도 언급하셨던데, 이 책은 찡하면서도 읽으면서 피식 웃게 되는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도움이 될만한 정보도 많아서 글이 독자를 향해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책을 쓰신 건가요?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계속 염두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공황장애는 분명 괴롭고 힘든 병이지만 그런 절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도 받고 먼저 공황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실질적인 도움도 드리고 싶었거든요. 또 공황장애가 없으신 분들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집필하는 내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을 생각했어요. 여기에 수채화로 그린 손그림이 더해져 ‘따뜻하다’고 평가하시는 것 같아요.
공황장애와 같은 ‘마음의 병’과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을 깨주고 싶다는 작가님의 의지가 책의 곳곳에서 느껴졌는데요. 사람들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셨고, 이 책을 통해 그런 인식들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시나요?
요즘은 TV에서 연예인들도 자신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음을 밝히잖아요. 덕분에 사람들에게 공황장애가 조금은 익숙한 병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막상 공황장애를 겪는 당사자는 정말 힘들고 괴로운데, 몸에 난 상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예인들이 걸리는 병” 내지는 “잠시 쉬면 낫는 병”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거든요. 나약한 사람이 걸린다는 편견도 있고요. 하지만 공황장애는 연예인 병도 아니고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도 아니에요. 긍정적으로 열심히 사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이죠. 저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인식들이 바뀌길 바래요.
한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고 소화가 안 되면 내과에 가잖아요. 정신과도 마음이 아프거나 원치 않는 증상으로 힘이 들 때 갈 수 있는 ‘그냥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신과에 가는 걸 망설이시는 분들께 용기를 드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경험한 정신과의 모습과 치료과정을 상세하게 담았어요.
주치의 선생님과의 에피소드가 상당히 유익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인상적이었는데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중에 매번 어떻게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을 하셨나 놀라웠는데 상담 과정을 어떻게 원고에 담아낼 수 있었나요?
하루는 진료를 받고 나오는데 조금 전에 들었던 중요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거예요. 그날은 유독 불안감이 심했던 날이라 진료 시간에 집중하지 못했던 탓이었죠. 결국 퇴근 후 한 번 더 병원에 방문해서 내용을 재 확인해야 했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작은 수첩을 준비해 항상 가지고 다녔어요.
사실 제가 학창 시절에 노트 필기를 정말 끝내주게 잘하는 학생이었거든요(웃음). 저는 이런 특기를 십분 발휘해 진료가 끝나고 나면 수첩에 진료내용을 기록했어요. 또 평소에도 궁금한 점이 있을 땐 후다닥 꺼내 메모했다가 다음번 진료 시간에 질문을 하기도 했죠. 그 외에도 스스로 체감하는 증상의 변화나 느낌, 생각들도 기록했죠. 이 기록을 토대로 초고를 썼고, 그것을 계속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한 것이 바로 『지하철이 무섭지만 퇴사할 순 없잖아』에요. 추천사를 써주신 하지현 박사님께서 ‘현실적이고 생생하다’고 표현하신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공황장애를 겪고 나서 삶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과거와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에 반응하는 태도 등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들에 많이 공감했어요. “공황을 앓기 전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욱 건강해졌다”라고 표현하시기도 했는데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수시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그동안 저는 무언가를 성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만족하던 욕심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분에서 우선순위가 좀 달라졌어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욕심보다는 제 마음을 먼저 살피게 되었거든요.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택과 생각을 하면서요. 주변에서도 저의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는 전보다 더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몸의 컨디션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특별히 운동을 하거나 하는 건 아닌데요, 전처럼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쏟아지는 잠을 이기려고 카페인이 가득한 커피를 마시는 대신 덮고 잠자리에 드는 선택을 하죠. 항상 충분히 잠을 자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요. 제가 제 몸을 혹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죠. 공황 덕분에 전보다 성숙하고 건강한 사람이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감정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마음을 좀 편안하게 하기 위해 작가님이 평소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주시겠어요?
코로나가 확산되던 초기에 이런 상황이 너무 불안해 눈물이 흐른다는 사람의 글을 봤어요. 불안해 견딜 수가 없다며 하루 빨리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고요. 이렇게 원치 않는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생각법’이 있어요. 스스로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그럴 만하다’라고 여기는 거예요. 예를 들어 코로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속으로 ‘지금 불안한 것은 정상이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잘 모르는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어떤 감정을 거부하고 벗어나려 애쓰기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을 믿고 기꺼이 받아들일 때 마음은 전보다 훨씬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이것 또한 공황을 통해 배운 삶의 태도죠.
책에는 평소 불안과 스트레스로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요.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시는 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김세경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작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의미 있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퇴근 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호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아 늘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내 마음이 힘들어하는 줄도 모른 채. 그러던 중 퇴근길 지하철에서 갑작스레 공황을 만났다. 나와는 상관없는 병인 줄 알았던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안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알게 됐다. 더 잘하고 인정받기 위해 나를 채찍질하는 대신 내 마음을 꼭 안아주고 돌보는 방법을 배웠다. 공황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정도로 극복한 지금은 불안과 스트레스에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지키며 전보다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살고 있다. 2018년부터 카카오 브런치에서 꽃개미라는 필명으로 글과 그림을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소중합니다』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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