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미의 작업실 인터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 듣똑라 팀
혼자 하는 건 어렵거든요. 외롭기도 하고, 내가 지금 당장 한 끼 고기 좀 덜 먹었다고 대단하게 바뀐 것 같지도 않으니 효능감도 안 들고요. 그래서 이 캠페인을 같이 하면서,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분들에게 우리가 같이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글ㆍ사진 엄윤미
2021.09.15
작게
크게

(왼쪽부터) 이현, 홍상지, 김효은 기자뉴미디어 채널 <듣똑라>는 밀레니얼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망라하는 뉴스와 지식, 정보를 전합니다. 『우리를 구할 가장 작은 움직임, 원헬스』 는 ‘원헬스’ 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2020년 5-6월 동안 다양한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며 방송했던 콘텐츠를 묶어낸 책입니다. 모든 방송과 참조 자료들은 온라인 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같은 주제의 책이 출간됐습니다.

<듣똑라>를 만드는, 그리고 책을 펴낸 김효은, 홍상지, 이현 기자를 9월의 <엄윤미의 작업실 인터뷰>에 초대했습니다. (함께 <듣똑라>를 만드는 이지상 기자는 팟캐스트 녹음 관계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구할 가장 작은 움직임, 원헬스』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나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 온라인 페이지를 통해 닿지 못한 사람들에게 닿기 위해 다양한 채널과 포맷을 사용하시는 걸까요? 

홍상지 : 우선 유형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6주간의 좋은 게스트 분들을 모아서 이만큼 좋은 얘기가 나왔으니 기록해 두어야만 하겠다는 욕심도 있었죠. 그리고 캠페인에 참여해 주셨던 구독자분들에게 이 프로젝트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듣똑라>가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김효은 : 이 프로젝트는 홍상지 기자가 콘텐츠 총괄을 했어요. 처음에는 ‘원헬스’라는 큰 키워드 하나만 있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구분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정리한 거죠. 각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최적의 인물을 찾고 섭외했고요. 원헬스에 관련된 질문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 각도로 조명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해야 원헬스라는 개념이 완성되기 때문에 다채로운 질문들을 던졌고, 또 게스트 분들은 너무나 좋은 대답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홍상지 : 처음 욕심은 텍스트로 만들겠다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이고, 새로운 관련 보고서들이 나오고 하다 보니 책에 인터뷰가 실린 분들께 검수 받는 과정이 필요했죠. 감사하게도 모든 분들이 검수를 해 주셨고,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님과 이원영 극지연구소 연구원님은 직접 책 내용을 업데이트까지 해주셨어요. 팟캐스트에 출연하신 이후 나온 보고서에 대한 얘길 해주시거나, 팟캐스트에서 사용한 표현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고쳐주시기도 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요.


(왼쪽부터) 이현, 김효은, 홍상지 기자
원헬스 프로젝트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고 싶다면 동물, 생태계의 건강까지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원헬스’ 개념을 알고 나니 조각조각 관심 가져온 키워드와 주제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원헬스 개념을 주제로 한 기획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하시기까지, 네 분에게도 ‘아하!’ 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효은 : 시작은 코로나19였죠. 코로나19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길래 우리를, 전 세계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홍상지 기자가 원인을 찾다가 결국 도착한 지점이 원헬스였죠. 원헬스라는 개념을 알고 나니까 저희도 코로나19가 왜 생겼는지 알겠는 거예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코로나19라는 결과물이 생긴 거구나, 그래서 더 구체적으로 파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홍상지 :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이미 무의식 중에 갖고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작년 새해 목표를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 세웠거든요.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가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닌가 생각하게 되고요.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고 관심이 많아졌을까 생각해 보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때문인 것 같아요. 나의 행동이 동물에게도 생태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나는 고기를 덜 먹고 싶어, 쓰레기를 줄여보고 싶어, 분리수거 최대한 잘 하고 싶어, 같은 생각들을 해왔던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걸 하나로 정의해 줄 단어는 없었던 거죠. 

홍상지 :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찾아왔고, 기사를 찾아보다가 수의학을 전공하신 SBS 기자님이 쓰신 긴 취재 파일을 보게 되었는데, 그 기사 마지막 부분에 원헬스라는 키워드가 나왔어요. 사람, 동물, 환경이 연결되어 있다는 심플한 개념이 핵심이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지금 내가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가게 되는 주제들이 원헬스라는 감각 때문이라는 걸 알고 나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키워드를 주제로 삼고 싶어진 거죠. 

비거니즘, 환경 등에 대한 콘텐츠를 기존에도 접해 오셨을 것 같아요. 누군가 계속 목소리를 내고 콘텐츠를 발신해 주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기자님이 원헬스라는 개념을 만났을 때 생각을 연결해 보실 수 있었을 것이고, 덕분에 잘 정리된 목소리가 세상에 또 하나 나왔죠. <듣똑라> 팀의 작업을 본 누군가는 거기에 또 다른 목소리를 더하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홍상지 : 우리는 콘텐츠 제작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가 잘하는,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김효은 : 작년 초에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관심있는 주제나 다뤄주었으면 하는 테마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경제와 함께 환경이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우리의 타깃인 MZ 세대가 원하는 콘텐츠를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있었고, 거기에 기자 개인으로서 갖게 된 영감이 합쳐진 거죠.

원헬스는 해외 보고서를 접했거나 전문분야에 있는 사람들만 아는 개념이었을 텐데, 이 생소한 개념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개념으로 만들어 가신 것도 멋진 일이에요. 

홍상지 : 원헬스가 수의학과에서는 학부 시절부터 배우는 개념이라고 해요. 저희가 원헬스 프로젝트를 한다는 걸 천명선 교수님이 전문가로서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긴장했는데, 교수님께선 새롭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원헬스라는 개념은 탑다운 (Top-down) 으로 내려오는 학술 개념인데, 원헬스 프로젝트는 바텀업 (Bottom-up) 으로 진행했잖아요. 전문가로서 원헬스 개념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확장되는 원헬스 프로젝트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다고, 참신하고 좋은 프로젝트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많이 도움을 주셨던 것 같아요.


(왼쪽 윗줄부터 시계 방향)
홍상지 기자, 엄윤미 대표, 김효은 기자, 이현 기자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거군요. 그것도 또 좋은 연결이네요. 원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셨고, 어떤 경험이 가장 인상적이셨나요? 

이현 : 그동안 뉴스에서조차도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를 다뤘다고 생각해요.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혀 있는 이미지, 북극곰이 갈 곳이 없어서 헤매는 모습이라든지 비가 많이 오는 모습, 불이 나는 모습, 이런 이미지로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유통이 되다 보니, 저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와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 마음을 내면 같이 할 수 있는 차원의 이야기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원헬스 프로젝트는 하나하나 연결 짓고 머리로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그럼 이런 문제점은? 반대로 이 경우는? 하고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까 점점 더 ‘이해된다’ 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을 열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열고 보는 경험을 한 거죠. 

이현 : 홍상지 기자와 같이 일한 마케터, 인턴 모두 입만 열면 원헬스 이야기를 해서 원낳괴 (원헬스가 낳은 괴물) 라고 놀렸거든요. (웃음) 세 사람이 단단하게 학습이 되어 있으니까 제가 콘텐츠를 만들면서 드는 의문이나 궁금한 것을 말하면 흔쾌히 대화해 주는 것이 좋았어요. 이를테면 저는 비거니즘이나 채식이 중산층 담론이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고 시간을 들여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요. 시간이 없고 돈은 빠듯하지만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받고 싶은 청년들이나 저소득층은 대량 생산되는 육류 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하지? 이런 이야기를 홍 기자한테 하면 같이 고민을 나눠주었어요. 

이현 : 저와 같은 문제 제기는 비거니즘이나 환경 문제를 덜 중요한 문제로 낮추는 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서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말 이런 것도 필요하겠네, 원헬스란 개념이 있네, 우리에게도 위협이 되네, 그런데 우리 시스템에는 이런 문제가 있잖아, 라고 고민을 나누고 더 알아가면서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 까지 생각해 보는 경험을 한 거죠. 우리 사회는 성장과 소비를 기본으로 굴러가고 있는데, 환경 이야기는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한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는 있는데, 나는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바꿀 준비도 되어 있는가? 다른 시민들은 되어 있는가? 그 고민까지 해보게 되어서 좋았어요.

감정적으로 다루어온 사안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앞으로 <듣똑라>가 다른 이슈를 다룰 때도 도움이 되는 경험일 것 같습니다. 실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듣똑라> 팀 개개인도 생활 속 작은 변화들을 시도하고 참여하셨죠.

이현 :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하는 팀이 같이 하니까 실천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배달 음식을 시켜도 숟가락 다들 있으시죠? 하고 일회용 숟가락을 받지 않으니까, 숟가락을 챙겨온 사람이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지 않죠. 

홍상지 : 혼자 하는 건 어렵거든요. 외롭기도 하고, 내가 지금 당장 한 끼 고기 좀 덜 먹었다고 대단하게 바뀐 것 같지도 않으니 효능감도 안 들고요. 그래서 이 캠페인을 같이 하면서,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분들에게 우리가 같이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작년엔 소규모 오프라인 모임도 했었어요. 그때 오신 분들이 이야길 잔뜩 나누시더니 바로 오픈채팅방을 만드시더라고요. 100명 넘는 분들이 그 채팅방에서 아직도 대화를 나누세요. 여기서 나온 비건 만두 진짜 맛있어요, 밀폐용기 어떤 거 쓰세요?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거죠. 그런 걸 보면 다들 외로우셨구나, 생각해요. 

김효은 : 개인의 작은 실천들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고 해소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못 미칠 수도 있고, 진짜 중요한 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국가의 정책이나 기업의 변화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럼 개인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무기력함이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하나를 실천할 때 큰 변화는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그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게 되잖아요. 지금 위험한 상황이고, 변화가 필요하고, 정부나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작은 실천 속에서 계속 유지하게 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개개인의 행동이 당장 변화는 못 만들더라도, 트렌드가 되어 버리면 기업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김효은 : 그리고 정책도 바뀔 수 있겠죠.


(왼쪽부터) 이현, 김효은, 홍상지 기자


<듣똑라>가 만들어 가는 실험, <듣똑라>를 만드는 실험 

“뉴스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밀레니얼의 똑똑한 삶을 위한 거의 모든 것” 이라는 홈페이지의 설명을 읽었습니다. 이 문장에 도달하기까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겪는 ‘정의내리고 이름짓기의 고통’ 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현 : 우리가 하는 일의 정의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다루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원헬스 프로젝트만 해도 캠페인도 하고 책도 만들다 보니까 저희를 규정짓던 단어가 더 이상 저희를 표현할 수 없는 단계가 오더라고요.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표현도 넣어보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김효은 : 문구 자체는 저희 팀 능력자 마케터 분들이 뽑아내신 거고요. 핵심은 언제나 저희 타깃 독자들이 더 나은 삶, 더 똑똑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나 뉴스나 지식들을 잘 전달한다는 것인데, 담는 그릇이 진화하는 것 같아요. 방송국, 신문사에서는 전통적인, 오랫동안 잘 만들어진 그릇에 잘 담아내는 역할을 했다면 이제 뉴미디어에서 일을 하면서 그 그릇이 자꾸 바뀌는 거죠. 처음엔 팟캐스트였다가 유튜브로 확장하고, 책으로도 나오기도 하고, 영상 포맷도 계속 바뀌잖아요. 지금은 숏폼이 유행인 것처럼요. 우리 독자들이 좋아하는, 원하는, 다양한 그릇들에 맞춰서 콘텐츠를 가공하고 노출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까 매일매일 고통이고요 (웃음) 우리 내부 유행어는 ‘1일 1배움’ 이에요. 

이현 : <듣똑라>는 확실히 전에 없던 미디어인 것 같아요. 미디어와 서비스가 섞여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전에 없던 것을 만들려고 하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해외 레퍼런스라도 있으면 응용할텐데 레퍼런스가 없으니까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싶은 것도 많거든요. 

김효은 :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답이 없기 때문에 어렵죠. 

이제 팟캐스트 시즌 4에도 100편에 가까운 클립이 올라와 있고, <듣똑라>는 52만 명의 구독자들이 즐겨 찾는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밀레니얼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 지식, 뉴스를 전달한다는 실험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현 : 댓글도 하나의 지표인 것 같아요. 정확하게 마음에 가 닿았을 때의 댓글들이 있거든요. 단순히 너무 좋아요, 가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 주시는 분들도 많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단어나 표현이 와 닿았다고 남기기도 하죠. MZ 세대는 그런 것들을 자신의 블로그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기록으로 남기고 바이럴 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김효은 : 에고 서치를 항상 꼼꼼하게 해요. (웃음) 정량적, 정성적 피드백이 모두 좋아서 그 힘으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서치하는 이유는 저희가 잘 가 닿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홍상지 : 저는 어떤 콘텐츠가 너무 좋아도 댓글을 잘 안 달거든요? 자기 기록을 남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입장 바꿔보면 너무 느껴지는 거예요. 구독자의 피드백을 볼 때마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구독자가 만명이든 백만명이든, 코어 구독자가 있다는 건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너무 기쁜 일이고 복 받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잘 가고는 있구나.  

김효은 : 독자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 콘텐츠가 최선인가 나갈 때까지 계속 고민하게 되죠. 

원헬스 프로젝트는 잘 전달하는 방송에서 연결하고 함께 참여하는 방송으로 새로운 지평을 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실험을 이어 가실 생각인가요?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홍상지 : 합의된 큰 방향은 있지만 기자 각자가 다른 화두를 갖고 있다는 것이 <듣똑라> 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원헬스 프로젝트 말고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효은 : 매일 속보를 처리하는 매체와 달리 <듣똑라>는 규모 있는 기획이나 프로젝트들을 진행해볼 수 있다는 점, 그 주제를 다채로운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가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은 모두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금 유튜브에서 ‘솔로 1집’을 연재하는데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함께 해 나가면 좋을 것들을 다루죠. 시리즈로 나가기 때문에 책이 될 수 있고, 씬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터뷰인 ‘씬 메이커’ 도 묶어볼 수 있을 거예요. 

이현 : 과학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어요. 최근엔 양자역학에 꽂혀서 팟캐스트에 김상욱 교수님을 모셨어요. 책으로 읽을 땐 어려웠는데 한 번 이해하고 나니까 보이는 게 있고, 여전히 50%는 못 알아 듣는데도 재미있어요.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새롭게 트이는 느낌도 있고요. 기술 격차가 심해지는 시대엔 기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과학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이해하는 수준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계속해 나가고 싶은데, 어렵네요. 

홍상지 : 상반기에는 ‘2030의 2030’ 시리즈를 연재했는데 2030 세대가 203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IT기술에 대한 연재였어요. 자율주행기술, AI, 블록체인 같은 것들. 전문가처럼 깊이 다루기보다는 우리 세대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쉽지만 맥락 있게 설명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들을 땐 쉽고, 듣고 나면 아 이제 알겠어,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거군요. (웃음) 너무 많은 전문 분야, 정보들 사이에서 알아야 할 것을 선별하고 스토리텔링 해 주는 미디어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와 함께 유튜브도 만들고 계신데, 만드는 의도나 방식이 많이 다른가요?  

이현 : 팟캐스트와 유튜브는 확실히 모수의 규모 자체가 달라요. 유튜브가 훨씬 크죠. 저희가 2020년에 유튜브로  확장한 것도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다른 것 같아요. 팟캐스트는 출근할 때, 운동할 때, 뭔가 반쯤 집중할 때 어느 정도 의지를 갖고 듣는 콘텐츠예요. 유튜브는 조금 더 풀어진 상태에서도 집중할 수 있어야 되니까 훨씬 풀어서 이야기하게 되고요. 유튜브는 모수가 큰 만큼 경쟁이 심하기도 하니까, 저희도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맞춰 가려고 하고 있어요. 팟캐스트에서는 한번 성공한 말하기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유효한데, 유튜브에서는 그렇게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면 바로 잊혀질 거고요. 

같은 팀에서 전혀 다른 포맷과 말하기 스타일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요.

김효은 : 팟캐스트는 기자들이 기획도 하고 편집도 하는 연출자이고 PD인데, 유튜브는 PD 들이 계세요. PD분들이랑 논의하고, 그분들에게 많이 의존해서 만들고 있어요. 한 팀 안에 PD도 마케터도 기자도 있으니 시너지가 나서 지금의 <듣똑라>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부로 보여지는 건 저희들이기 때문에 저희가 마치 다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에요. 


(왼쪽부터) 엄윤미 대표, 김효은, 이현, 홍상지 기자 

기자의 일, 크리에이터의 일

매주 월, 화, 수요일에 새로운 팟캐스트가 올라오는데, <듣똑라> 팀 분들의 한주 스케줄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홍상지 : 팟캐스트는 월, 화, 수요일에, 유튜브는 화요일이나 목요일, 어떤 주엔 화요일과 목요일에 모두 업로드해요. 2019년부터 <듣똑라>는 어떻게 일을 하시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루틴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가 없어요. 뉴스를 다루다 보니까 그때그때 중요한 뉴스가 보이면 지금 빨리 섭외해보자는 식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도 있고, 유튜브 촬영이 있는데, 그 전날 벌써 다음 아이템 회의를 시작하기도 하고요.

이현 : 오늘 촬영해야 할 것에 대한 아이템 대본 숙지와 다음 아이템 구상과 다음 팟캐스트 섭외를 하면서 지금 속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뉴스를 우리가 다룰 때가 되었나 아닌가? 어떤 취재 기자를 부를 것인가? 그걸 시시때때로 이야기 나누죠. 업무가 항상 중첩되어 있어요.

‘작은 팀이 어떻게 다 하세요?’라고 묻겠지만 작은 팀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의사결정이 빨리 이루어지고 기획 회의가 밀도 있게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 같아요.

김효은 : 의사결정의 시간이 팟캐스트는 굉장히 빨라요. 당장 망설이면 다음 주 방송은 없어, 이런 식이죠. 저희가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일간 뉴스를 다뤘기 때문에 숙달되고 체화되어 있는 것이 있어요. 된다 안 된다, 뉴스 가치를 바로 판단하는 것, 어떤 분들을 게스트로 모셔야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감각 같은 것이죠. 물론 가끔 실패도 합니다. 그러면 왜 실패했는지 독자들께 설명해 드려요. 그리고 내일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잘 기록해두죠.

마감을 정확하게 지켜야 하는 일을 해 오신 것이 좋은 훈련이 되신 것 같아요. 세 분은 <듣똑라> 이전에 기자로 얼마나 일하셨어요? <듣똑라>에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 가시는 경험은 어떤가요? 

김효은 : 저는 2008년에 입사했어요. 한 회사 근속연수가 13년이지만 부서가 많이 바뀌었어요. 신문사에서도 일을 했었고 <매거진 M>이라는 영화 잡지도 만들어봤고 JTBC에서도, <폴인>에서도 일을 했으니까,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쌓았어요. <듣똑라>를 만들 때도 그 경험들이 도움이 됐죠. 365일 즐거울 순 없지만, 섬광처럼 빛이 보이는 순간들이 1년에 한 두 번만 있어도 이 일이 재미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현 : 저와 홍상지 기자는 경력이 같아요. 2011년부터 일하다 <듣똑라>로 왔습니다. 어떤 일을 7년 정도 하면 숙련공이 되잖아요. 그 이후로는 했던 걸 반복하거나, 조직관리 등의 다른 도전을 받고요. 저는 그 정도 연차 때 <듣똑라>에 왔으니까 다른 걸 해볼 수가 있게 된 거죠. 최전방에서 결정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역할을 맡아본 덕분에 생각하는 게 넓어지는 면이 있어요. 방송국 같은 경우는 기자의 말하기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는데 저는 그 말하기가 편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제가 풀어가는 방식, 제가 이야기하는 스타일대로 하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컸었는데 여기선 그런 부분이 저의 장점이 되고, 나에게 맞는 콘텐츠 방식을 제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구어체에 가까운 편한 이야기 방식으로도 뉴스나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는 느낌이에요.

홍상지 : <듣똑라>에 와서 제일 좋았던 게 뉴스를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거였어요. 한 이슈만 좁게 파다 보면 취재할 때 이 부분을 못 챙겼네, 이 부분은 시야가 좁았구나 하는 것이 뒤늦게서야 보이곤 했거든요. <듣똑라>를 시작하고 나서는 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문화 기사를 다 보게 되고 각 분야 베테랑이었던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까 제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일단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바깥을 보게 됐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보니까, 우리가 더 나아가려면 기자라는 풀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떤 콘텐츠를 전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훨씬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요. 그래서 더 즐거우면서도 더 고통스러운 것도 있죠. 

김효은 : 기자로서 하던 일과 지금의 일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기자로 체득한 역량을 활용하고 있고, 어떤 콘텐츠를 어떤 톤 앤 매너로 만드는가에 대한 자율성을 누리면서 회사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김효은 : <듣똑라>를 만들면서 가장 좋은 점은, 댓글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2주 전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터졌을 때 국제부 기자를 초대해서 얘기 나눴어요. 그런데 국제 정세 관점에서도 다뤄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이 분야까지 우리가 다 다루진 못했구나, 그럼 또 만들면 되지! 생각한 결과가 오늘 아침에 외교 기자들과 같이 한 방송이에요. 그런 식으로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고 생물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오늘 나간 방송에도 구독자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면 좋겠죠.



사람과 동물, 환경 모두의 안전은 <듣똑라>가 타깃으로 하는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지금의 문제입니다. <듣똑라>가 감정적 호소보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선언보다 함께 참여하는 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한 것은, 독자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에서 출발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듣똑라>가 만들어 가는 미디어 실험도, 함께 참여하며 이어가는 원헬스 프로젝트도, 내일의 세계에서 더 많이 보고 싶은 것들입니다.


우리를 구할 가장 작은 움직임, 원헬스
우리를 구할 가장 작은 움직임, 원헬스
듣똑라 저
중앙북스(books)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엄윤미의작업실인터뷰 #콘텐츠 #환경 #듣똑라 #원헬스 #비거니즘 #코로나19
0의 댓글
Writer Avatar

엄윤미

벤처 기부 펀드 씨프로그램의 대표. 플레이 펀드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에, 러닝 펀드를 통해 교육 실험에 투자한다. 새로운 실험이 많아질 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