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이 울리고 우렁찬 함성이 들린다. 오직 바라는 건 인생 대역전이 아닌 짜릿한 역전골이라는 여자들이 있다. 경기장을 질주하다 넘어져도 환하게 웃으며 다시 일어난다. ‘운동’이라는 출구 없는 재미에 푹 빠진 두 사람, 강소희와 이아리 작가다. 웃겨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들의 좌충우돌 운동 에세이 『내일은 체력왕』이 출간되었다. 두 사람은 여자들의 도전과 성장에 주목한 프로젝트 ‘여가여배’를 기획했다. 여가여배는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스포츠 클래스를 열고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운동이라는 교집합 안에 다 함께 모여 응원하며 적극적으로 몸을 쓰는 경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소희 :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여가여배를 기획하고 운영 중입니다. 농구단에서 포워드를 맡고 있지만 현재는 어깨 부상으로 쉬고 있으며 최근에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아리 : 스튜디오 바톤을 공동 운영 중이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아리입니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는 여가여배 운영 및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PT를 다시 시작했고, 축구를 합니다. 강소희 작가와 같은 축구 클럽이에요.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강소희 : 여성들의 몸 쓰는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고 통쾌하고 새로운지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여가여배 프로젝트의 땀내 나는 물리적 경험이 활자가 되면 더 멀리 퍼져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다른 매체도 있지만 저는 “누가 뭐라 해도 책이 짱이지!”라고 생각하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여가여배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강소희 : 2018년에 시작한 여성 대상 비정기 원데이 클래스입니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가르치고 배우며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주짓수, 농구, 스케이트보드, 축구, 배구, 스윙댄스 6개 종목을 진행했습니다. 스케이트보드 클래스의 경우 여성 개발자들이 만든 플랫폼 밋고(meetgo)에서 2분 만에 수업 참여권 판매가 마감됐는데 이 때문에 ‘2분 만에 다 팔리는 프로젝트’라는 즐거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사실 빠르게 완판되기는 했지요. 그만큼 여성에게 스포츠를 배우고 싶은 여성들이 많다는 의미이겠지요.
여가여배 포스터는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도 강렬합니다.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주세요.
이아리 : 네 가지 기준으로 포스터를 구상했어요. 첫째,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 둘째,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몸, 셋째, 미디어 속에서 전형적으로 소비되는 여성의 몸이 아닌 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닌 여성의 태도,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방향성. 이에 맞춰 포스터를 직접 그리고 디자인했습니다. ‘여자가’ 뒤에 붙는 말이 긍정적이고 파급력 있으면서 무브먼트가 보여지기 위해서는 선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스터 중심에 여성을 배치했고, 선명한 컬러와 볼드한 레터링이 ‘여가여배’의 주요한 인상으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습니다.
부제 ‘땀 흘리는 여자들의 근력 연대기’가 무척 인상 깊습니다. 여가여배를 통해 여자들과 한데 모여 몸을 쓰고 땀 흘리는 경험이 특별했을 것 같은데요. 여가여배 전후 달라진 점이나 새로이 깨닫게 된 점이 있을까요?
강소희 : 처음 주짓수 도장에서 참가자들과 뒤구르기를 할 때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구르기만 해도 즐겁고 힘이 난다는 것을요. 회차를 더해갈수록 확신은 강해졌습니다. 수업을 이끈 강사분들과 함께한 참가자분들을 보며, 그 얼굴들을 아주 많이, 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점으로 만나서 선이 되었어요. 건너건너 띄엄띄엄 느슨한 연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아주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이아리 작가와 함께 만들고, 기록했다(책을 냈다)는 것이 무척 뿌듯합니다.
이아리 : 같은 공간에서 여자들과 무리 지어 운동해본 분들이라면 팀 스포츠의 짜릿한 맛을 아실 거예요. “이 좋은 걸 이제야 해보다니!” 이 문장은 여가여배 클래스 후기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자 저희가 즐겨 내뱉는 말입니다. 코트와 매트 위에서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는 꾸준한 가시성만큼 강력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과 함께라는 든든한 결속력은 팀 스포츠에서 자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가여배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죠. ‘우리’라는 강력한 근력 연대기는 경험할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점을요.
강소희 작가님께서는 농구와 축구를, 이아리 작가님께서는 수영과 클라이밍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각자 운동하며 생긴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강소희 : 단연 부상이죠. 농구를 잘하고 싶어 슛을 연습하다 어깨를 다쳐 농구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것이 조금은 인생 같지 않나요. 너무 잘하고 싶거나 너무 잘 보이고 싶어서 오히려 뭔가 잘 안 된다는 것?
이아리 : 클라이밍을 하면서 고소공포증이 조금 옅어졌어요. 4미터가 넘는 꼭대기에는 올라가지 못하겠다고 마음속에 선을 그어뒀는데 승부욕이 작동했나 봐요. 어느 날 눈앞의 홀드에만 집중하며 힘겹게 올라갔더니 저도 모르게 가장 높은 벽까지 올라갔더라고요? 저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순 날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것만큼 대단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운동 가기 싫을 때 ‘나는 이렇게 하니 괜찮아지더라’ 하는 팁이 있다면 예비 체력왕들을 위해 알려주세요.
이아리 : 운동을 갈 때마다 트위터에 올리는 문장이 있어요. “간다 운동”인데요. 운동하고 싶은 날만큼 운동하기 싫은 날이 많기 때문에, 가기 싫은 이유를 세세하게 기록해 올려요. “컨디션이 안 좋지만 간다 운동”, “오늘의 에너지를 다 소진했지만 간다 운동” 이런 식으로요. 워낙 과시하기를 좋아해서 운동 가는 모습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꾸준한 생활체육인이라는 인식을 타인에게, 스스로에게 심어주기 위한 기록을 이어가며 저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정말 오늘은 못 하겠다 싶을 땐 안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운동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면 실패가 쌓이고, 실패가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를 질타하게 되더라고요.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때때로 꾸준하고 길게’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달래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아니더라도 저희 책 제목처럼 ‘내일은 체력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강소희 : 이 책은 ‘체력왕’이 쓴 게 아닙니다. 방점은 ‘내일은’에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혹은 아직 읽지 않은 분들 모두 운동장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팀 스포츠는 최고입니다. 한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그 맛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제발요. 부탁이에요.
이아리 : 저희는 망원 유수지 체육공원에 자주 출몰한답니다. 멀리서 축구공을 향해 돌진하는 여자들 무리가 보인다면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우리 운동장에서 만나요!
*강소희 시골에서 절반, 도시에서 절반 살았다. TBWA KOREA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프로젝트를 기획·운영 중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탁구부, 대학교에서는 연극부로 활동했다. 2011년 광고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인디 레이블, 인테리어 회사, 방송국, 잡지사, 사회적 기업, 대안학교 등 많은 곳에서 일했다. 값진 경험이 많았으나 겪지 않아도 될 경험도 많았다. 농구단에서 포워드를 맡고 있고 최근에 축구를 시작했다. 접어보기 *이아리 스튜디오 바톤을 공동 운영하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프로젝트를 디자인·운영 중이다. 운동하고 나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매번 운동 갈까 말까 고민한다. 수영과 헬스, 클라이밍에 큰 흥미를 느끼다가 최근에는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체력이 곧 태도라고 믿으며 오래 디자인하고 글 쓰며 운동하고 싶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