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는 말만큼 힘이 나지 않는 말이 또 있을까? “힘내”라는 말이 오히려 힘을 빠지게 할 때가 있다. 더 이상 짜낼 힘도 없이 애쓰는 사람에게, 힘주어 나아가려고 해도 자꾸만 제자리를 맴도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만큼 힘이 나지 않는 말이 또 있을까.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운 취준생, 업무 스트레스와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고된 직장인, 먹고살기 위해 분투하는 사회인까지. 상황과 나이를 막론하고 저마다의 고민을 짊어진 채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이 시대를 헤쳐 나갈 그럴듯한 해답이나 뜬구름 잡는 조언이 아닌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실체 없이 공허한 위로 대신 손에 잡힐 듯 선명한 하루치 응원을 전한다. 작가가 건네는 다정하고 무해한 위로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김예란 작가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서른 전에 꼭 책을 낼 거라는 작가님의 꿈 한 가지가 이루어졌습니다. 브런치에 꼬박 2년간 쓰신 글이 책으로 출간되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꿈을 이룬 소감은 어떠신가요?
하하, 사실 실감이 안 나요. ‘작가님’이라는 호칭도 아직은 어색해요. 책을 내기 전까지는 ‘책만 내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출간하고 나니까 ‘잘 팔리면 소원이 없겠다!’로 욕망이 옮겨 간 것 같아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네요(웃음). 그래도 책을 펴내면서 스스로에게 뭔가를 증명한 기분이에요. 혼자 글을 쓸 때 ‘나는 왜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이렇게 열심히 쓸까’ 매번 회의감에 젖어서 미래의 나에게 면목이 없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은 거잖아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증명한 셈이죠. 그런 점에서는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뿌듯해요.
90년대생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는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에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하는 90년대생 독자분들이 유독 많으실 것 같아요. 첫 에세이의 주제로 ‘90년대생이 말하는 진짜 90년대생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진솔함’과 ‘보편성’이에요. 나의 가장 찌질하고 비참한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냈을 때 누군가에게 닿아 울림을 줄 수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시킬 때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90년대생의 이야기’로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아요. 가장 개인적인 일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내가 가장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 저는 시대를 관통하는 애환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이 시대, 이런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인내해야 했던 감정. 그런 건 한 개인이 겪는 일이지만 결코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지금 이 시대에 발 딛고 선 모두가 짊어져야 하는 이야기죠. 그런 지점들을 모아 보니 2030세대를 위한 책이 탄생했네요.
“힘내”라는 말만큼 힘이 나지 않는 또 있을까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힘내”라는 말을 ‘공허한 공감’이라고 표현하시면서, 그 대신 우리에게는 일상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이고 반듯한 양질의 말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취업 준비, 회사 생활 등으로 힘들어하는 보통의 90년대생에게 작가님만의 방식으로 위로를 건넨다면 어떤 말이 좋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힘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낼 힘조차 없는데 뭘 더 어떻게 힘을 내라는 것인지.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굉장히 무감하고 폭력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는 상대에게 별 관심도 없으면서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을 때 종종 “힘내”라고 성의 없이 내뱉곤 하잖아요. 반면 상대에게 진짜 관심이 있을 때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도 있죠. 그런 말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하고 일상적인데, 뭐랄까, 돌이켜 보면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스스로에게 자주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주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는, 특히 90년대생은 상황이 잘 안 풀리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 사람의 실패와 좌절이 어떻게 온전히 개인의 잘못일 수가 있겠어요. 사회도 잘못됐고, 상대방도 잘못했고, 운도 지지리 안 좋았으니까 그런 결과가 나온 거겠죠. 그러니까 취업 준비 기간이 좀 길어져도, 회사에서 실수를 했을 때도 ‘뭐, 그럴 수도 있지, 내 탓이냐!’라고 좀 뻔뻔하게 생각할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에는 ‘힘내라는 말보다 힘이 센 말’의 예시로 여러 문장이 나오는데요. 그 외에도 작가님께서 들은 말 중 마음에 선명한 위로가 되었던 한마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것 또한 다 지나가리라.” 요즘은 이 말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시기가 몇 차례 찾아오잖아요. 그런데 그 터널을 건너면서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이 터널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이 지옥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고,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달까요. 그런데 삶의 고비를 한 차례 한 차례 넘기면서 한 가지 단단히 깨달은 건, 그럼에도 분명 끝은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 지옥이 내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내가 기를 쓰고 악을 써도 오늘은 저물고 내일은 오듯, 이 힘겨운 시기도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다는 사실이 요즘의 저에게 가장 큰 위안을 주네요.
90년대생에게 험난하기만 한 이 시대를 씩씩하게 건너기 위해 작가님께선 “적당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법’과 ‘기본적인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 방법을 말하셨는데요. 이후 더 많은 방법을 찾으셨을지 궁금합니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거요. 우리는 너무 힘이 들면 종종 상황 자체에 매몰돼서 시야가 좁아지잖아요. 그래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고, 제일 찌질한 것 같고, 나만 여기서 뭐하고 있지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사실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다들 힘에 겨워 하더라고요. 다들 자기만의 생을 등에 업고 있는 힘을 다해 삶이라는 경주를 내달리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 뭐랄까, 다시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한 발자국 뗄 수 있는 용기가 난다고 할까요. 당신들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건너가고 있으니 나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용기 같은 걸 얻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외로운 우리가 조금 덜 외로워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힘겨운 우리가 조금 덜 힘들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상대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아닐까요.
본문 내용 중 ‘언제든 도망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저에게 주어지는 자극을 훨씬 가볍게 여길 수 있게 됐어요.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상황에 짓눌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선택권이 나한테 있는 거잖아요. ‘이거 아니면 안 돼, 무조건 버텨야 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일상에서 숨 쉴 틈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동시에 스스로를 학대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 구축되죠. 그런데 사실 이게 잘 안 되면 다른 거 하면 되는 거죠. 그럼 되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수틀리면 언제든지 사표 내고 강원도로 떠날 거다’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마음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해요. 취준생 때도 언제나 제주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웃음). 나를 괴롭히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언제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에서 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많이 덜어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책은 어떤 독자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까요? 책을 곧 만나보실 예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2030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대학, 취업 준비, 직장 생활, 그리고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태도 등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스스로를 종종 미워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 보셨으면 해요. 제가 딱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항상 제 자신을 못 미더워하고 마땅치 않아 하고. 하지만 20대 초중반을 지나 이제 후반에 들어서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어르고 달래서 끝까지 데리고 살아갈 수 있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책에도 그런 내용들이 담겨 있으니 분명 읽는 분들에게 어떤 성찰을 가져다 줄 거라고 믿어요.
*김예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주간지 [대학내일]에서 글을 썼고, 영화제를 전전하며 보도자료를 썼다. 현재는 소셜 커머스의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는 동시에 대학 행정직원으로 착실히 근무 중이다. 스스로에게 자주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 주려고 한다. 나를 돌보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변호하는 일일 테니까. 커피와 와인과 자전거를 사랑하며, 장래 희망은 해변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 브런치 : brunch.co.kr/@yeran999 ▶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egg_9292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