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은 서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음악 만들기의 본능적 즐거움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번 신보는 그 즐거움의 찰나를 생생히 담아냈다. 선배 펑크(Funk) 밴드들이 그래왔듯 연주와 프로듀싱을 몸소 해냈고 기타를 맨 마스 옆 팩은 드럼을 두들겼다. 그룹의 작명과 앨범의 문을 여는 'Silk sonic intro'의 내레이션 등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한 인물은 전설적인 베이스 플레이어 부치 콜린스. 이렇듯 최정상급 팝스타와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는 197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제안하는
지향점은 명확하다. 1970~80년대를 수놓았던 소울과 펑크의 별자리를 복원하는 것. 모타운 혹은 스택스 출신 소울 뮤지션으로 분장한듯한 앨범 커버와 레트로의 물결로 가득한 사운드 프로덕션 등 콘셉트가 확고하다.빌보드 싱글차트 1위까지 오른 'Leave the door open'은 벨벳처럼 감미로운 선율로 1970년대의 필리 소울을 오마주하고, 현악 세션과 아프리칸 리듬을 버무려 커티스 메이필드를 소환한 'Skate'도 눈에 띈다. 부드러운 손길에 마모되어갈 때쯤 레니 크라비츠의 역동성을 이식한 'Fly as me'와 톡 쏘는 펑키 기타를 전면 배치한 '777'처럼 쾌활한 트랙들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다.
두 사람의 보컬 하모니가 두드러진다. 폭주 기관차처럼 호소를 강구하는 마스의 가창이 장르성이 뚜렷한 1970~80년대 소울 펑크와 잘 달라붙는지 의문이 들 때쯤 팩의 감각적인 톤이 들어서 균형을 맞춘다. 코모도스의 'Sail on'과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That lady'가 이룩했던 하모니의 쾌감을 그들 방식으로 체현했다.
'Leave the door open'과 'Skate', 'Smokin out the window'로 이어진 세 곡의 선공개 싱글과 1분짜리 인트로를 빼면 총 다섯 곡이 남는다. 꽉 찬 풀 렝스 앨범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을만한 지점. 다만 'Blast off'의 사이키델릭한 기운과 부치 콜린스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앨범에 여운을 남기고, 다음 행선지를 향한 기대감의 자리를 비워둔다.
레트로가 대중음악의 화두로 떠오른 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소재의 활용 범위와 접근법 또한 천차만별이다. 실크 소닉은 정공법을 택했다. 1980년대생 두 명의 스타 뮤지션은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한 장르 문법을 섬세하게 본뜬 후 뮤직비디오와 SNS의 전략을 더해 대중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간 여행의 제안은 용감한 모험임과 동시에 대중음악사의 연결성을 재확인하는 가늠자기도 하며 실크 소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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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