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흉가탐험대』
사람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제도 안에서 살아가지만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제도도 없습니다. 그 허술한 빈틈을 채워 주는 것이 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심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며 양심은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하니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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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

『흉가탐험대』는 『구미호 식당』 「수상한 시리즈」 등으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박현숙 작가의 새 장편 소설이다. 세 명의 중학생이 친구의 죽음에 얽힌 흉가, 초록대문 집을 탐험하면서 그 속에 감춰진 비밀과 진실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박현숙 작가 특유의 흡입력 있는 문체가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하고,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이 독자들을 끌어당기며 초록대문 집으로 초대한다. 



“못 봤습니다”라는 증언에서 비롯된 이야기. 작품을 집필하면서 느끼셨을 작가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흉가탐험대』가 어떤 주제의식에서 비롯된 이야기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못 봤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은지는 알고 있으나 알고 있는 대로 말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는 현실이 슬펐습니다. 사람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제도 안에서 살아가지만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제도도 없습니다. 그 허술한 빈틈을 채워 주는 것이 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심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며 양심은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하니까요. 『흉가탐험대』는 그런 생각에서 태어난 작품입니다.

『흉가탐험대』는 억울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흉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인데요. 흉가처럼 작가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장소가 있나요?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아주 오래된 것들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집을 좋아하고 마루를 좋아하고 댓돌을 좋아합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둥치에 구멍 뚫린 나무를 좋아하고 시간이 켜켜이 쌓인 창고 냄새도 좋아합니다. 오래된 것들 앞에 서면 수많은 시간과 세월 동안 그곳에 머물었거나 혹은 스치고 지나갔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집니다. ‘시간과 사람’ 제 상상력은 항상 거기에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양심’이 사건을 정체시키기도, 진행시키기도 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보이는데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양심이란 무엇일까요?

작품 속 모든 캐릭터가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고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그들의 고민과 갈등에서 현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내면의 목소리와 현실 사이에서 사람이 느끼는 죄의식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안위. 그 크기를 나누고 자르는 게 힘들었습니다. 결국은 죄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안위는 양심이라는 내면이 내는 소리에 따라 크기도 무게도 달라졌습니다. 크기와 무게의 변화에 따라 작품은 앞으로 나가기도 하고 정체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도착해서도 해초의 죽음에 만족할 만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양심이라는 내면의 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양심을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희망’ 아닐까요?

양심, 선의의 거짓말과 같은 의식과 선택의 문제가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작품을 쓰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떤 인물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고, 어떤 인물이 공감되셨나요?

현실은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이 늘 마음 아팠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사건 속 피해자들의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숨고 피하고 아파하고,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분노하고 슬퍼했습니다. 작품을 쓰면서 해초 엄마에 집중했습니다. 해초 엄마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책을 덮으면서 해초 엄마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고 그래서 해초 엄마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해초가, 해초 엄마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고 부디 피해자가 또 한 번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흉가탐험대를 모집하는 ‘닥터쌩’이 영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나오는데요. 이 인물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무거운 주제지만 이야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고 싶었습니다. 고민 끝에 유튜버를 등장시키게 되었습니다. 특히 닥터쌩이라는 캐릭터가 필요했던 이유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죽은 자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닥터쌩이라는 캐릭터는 꼭 필요했습니다.

말하고 싶은 진실이 있지만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작품 속 한 문장을 통해 용기를 주실 수 있다면 어떤 문장을 고르시겠어요?

서린이가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반성하면 깎아 주고 초범이면 깎아 주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게 무슨 마트 할인 행사예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끔찍한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일 년 열두 달, 갖가지 명목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 마트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닥터쌩과 아이들의 흉가 탐험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많은 댓글이 등장해요. 작가님에게도 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남길 텐데요. 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책은 작가가 쓰지만 그 책을 훌륭한 완성품으로 만드는 것은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은 열린 결말이 대부분인데, 이유는 독자의 몫을 남겨 두었기 때문이에요. 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걸 채웠을 때 책 한 권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설레고 떨리는 이유는 독자들이 어떤 결말로 매듭지어 줄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독자들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박현숙

아이들과 수다 떨기를 제일 좋아하고 그다음으로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어른이다.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제1회 살림어린이 문학상 대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그동안 『국경을 넘는 아이들』, 『어느 날 가족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세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가짜 칭찬』, 『수상한 아파트』, 『수상한 우리 반』, 『수상한 학원』, 『수상한 친구 집』, 『수상한 식당』, 『기다려』, 『수상한 편의점』, 『뻔뻔한 가족』, 『위풍당당 왕이 엄마』, 『수상한 도서관』, 『수상한 화장실』, 『수상한 운동장』, 『수상한 기차역』, 『궁금한 아파트』, 『궁금한 편의점』, 『빨간 구미호- 사라진 학교 고양이』 등 많은 책을 썼다.


 


흉가탐험대
흉가탐험대
박현숙 저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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