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다가 방송인이 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내고 다시금 취준생이 된 MBC 김나진 아나운서. 그는 처음 사회생활을 대기업 채용담당자로 시작했다. 또한, 15년간 아나운서 생활을 하며 수천 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지켜봐왔다. 첫 직장에서부터 면접관을 시작해 면접관 경력만 어느덧 15년 차. 필기시험 출제위원, 동영상 심사위원, 카메라 테스트 면접관 등 다양한 면접관 역할을 섭렵했으며, 다른 회사의 면접관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 책은 지은이의 다양한 경력을 토대로 작성한 따끈따끈한 면접관의 채점표다. 지원자와 면접관, 그 두 위치에 서 본 장본인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경험과 전문적인 입장을 『당신만 모르는 면접관의 채점표』에 알차게 담아냈다.
취업을 위한 다른 책들과 『당신만 모르는 면접관의 채점표』의 차별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헤드헌터나 채용정보회사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공하는 취업정보들은 유용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보니 취업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 ‘현직 심사위원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죠.
『당신만 모르는 면접관의 채점표』(이하 ‘당모면채’)는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줍니다. 2005년부터 대기업 채용담당자, 영상 및 서류 심사위원, 필기시험 출제위원, 면접위원을 수행하고 있는 제가 회사의 마음을 자세히 파헤칩니다. 과거 시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심사위원의 마음을 훤히 들어다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심사위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니, 회사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지원자는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혼자서 첫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뀐 채용 시장에 적응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수경변’의 시대입니다. 수시채용, 경력우대, 변화무쌍한 직종의 시대로 바뀌어 있습니다.
수시채용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해야합니다. 수시채용에 맞는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합니다. 여기도 경력우대, 저기도 경력우대 시대입니다. 신입을 뽑아야 들어가서 경력을 쌓든지 말든지 할 텐데 신입채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듭니다. 내 사소한 경험을 의미 있는 경력으로 만들 줄 알아야합니다. 직무에 꼭 맞는 경력으로 바꾸어 내야합니다. 있는 경력은 세련되게 표현해야합니다. 변화무쌍한 직종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색깔까지 분석해야합니다. 내가 지원하는 회사와 직종에 대한 분석 없이는 백전백패입니다.
취준생들의 고민 중 하나로 ‘부족한 스펙’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스펙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까요?
스펙이 없는 데 취업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스펙은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강력한 나만의 무기를 장착하면 됩니다. 그 무기는 바로 ‘나만의 스토리’입니다. ‘나만의 스토리’는 직무 관련 경력 혹은 유사 경험에 지원하는 회사와의 관계맺음이 더해질 때 완성됩니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봉준호 감독이 인용했던 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취업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말입니다. 부족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들을 들여다보세요. 거기에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보세요. 다만 개인적인 것이 그저 개인적인 일로 끝나 버리면 안 되겠죠. ‘관계맺음’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일이 ‘나만의 스토리’로 재탄생할 때 부족한 스펙을 메울 수 있게 됩니다.
자소서를 작성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해서 텅 빈 화면만 몇 시간 째 보고 있는 취준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은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지원서의 질문에 나를 맞춰가는 일보다 나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먼저입니다. 내가 주인공인 영화 시나리오 한편을 만들어 보세요. 대개 영화에서 주인공은 특별한 상황에 놓이죠. 그리고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위기를 통해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색다른 사건을 만나 그것을 해결해 냅니다. 주인공은 사건 전후로 무언가 달라집니다. 무언가를 얻거나 잃습니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나요? 어떤 위기를, 어떤 사건을 만났나요? 누구에게, 무엇에 영향을 받았나요? 언제 좌절하고 무너졌나요? 또 어떻게 극복했나요? 극복한 후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나요?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배우들은 영화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기자간담회나 제작발표회를 합니다. 그들은 작품에 대해, 캐릭터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받아도 막힘없이 대답해냅니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명확합니다. 그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고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지원서의 질문에 끌려 다니지 마세요. 내가 주인공인 시나리오 한편을 만들었다면 지원서에 어떤 질문이 날아와도 거침없이 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면접의 성패는 꼬리질문을 오가며 갈린다고 하셨습니다. 꼬리질문을 준비하는 꿀팁 전수 부탁드립니다.
면접 초반엔 대개 준비해 온 말들을 늘어놓습니다. 경험이 조금 있는 면접관이라면 준비된 대답쯤은 쉽게 알아차립니다. 꼬리질문은 그것이 진짜인지,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면접관은 대개 꼬리질문을 통해 눈앞의 지원자를 뽑을지 말지 결정합니다.
꼬리질문을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꼬리질문의 꼬리질문까지 준비하는 것입니다. 제가 취준생 시절 실제로 썼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나 스스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가능합니다. 내가 준비한 답변에 서너 개의 질문을 던져봅시다. 그 서너 개의 질문에 답을 달아봅니다. 그리고 다시 그 답변에 대한 서너 개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달아봅시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주제에 열 가지가 넘는 답을 달 수 있게 됩니다. 시험이라는 것은 내가 준비한 것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하면 설령 내가 대비한 질문이 날아오지 않더라도 어떠한 질문에도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서류도 통과하고 실무 면접에서는 합격하는데 최종 면접에서 자꾸 떨어집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면접에 정답은 없습니다. 요즘 말처럼 ‘케바케’, 즉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똑같은 답변을 해도 A사에서는 떨어지고 B사에서는 붙을 수 있습니다. 최종면접까지 올라간 3명 중 한 명만 붙고 나머지 두 명이 떨어졌다고 해서 떨어진 두 명이 실력이 부족하거나 모자란 사람이 아닙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결국 지원자와 회사의 색깔이 맞아야 합니다.
결국 취준생들이 해야 할 일은 파이널 스테이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일입니다. 끊임없이 최종 후보군에 내 이름을 올려야합니다. 몇 번 떨어진다 해서 멈추지 마십시오. 멈추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면 결국 나의 회사와 만나게 됩니다. 그 확률은 100%입니다.
2005년부터 각종 심사를 해오고 계신 분으로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위로나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백수 시절 통틀어 최소 백 번 넘게 서류에서 탈락했습니다. 백 군데가 넘는 회사 중 면접의 기회를 받은 곳은 서른 곳 정도에 지나지 않았고 그마저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떨어질 때마다 제가 늘 했던 일은 불합격의 모든 과정을 복기해보는 일이었습니다. 잘된 일은 다시 한 번 써먹을 수 있게 준비하고, 후회되는 것은 새로운 답을 달아보았습니다. 떨어진 후 가만히 있는 것은 계속된 불합격을 만드는 일입니다. 한 번의 탈락에 하나의 스토리가 추가돼야합니다.
전형의 모든 순간을 복기하며 나아가자 이후 11번의 최종면접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11곳 중 10군데는 불합격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최종합격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취업은 다양한 회사에 여러 번 합격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내 꿈의 직장에 단 한번 합격하면 됩니다. 탈락, 불합격, 거절이라는 3종 세트는 마주해서는 안 되는, 피해야하는 성질의 것들이 아닙니다. 인생의 입장료이자 취업전선의 필수품입니다. 탈락, 불합격, 거절을 피하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세요. 그것들과 마주하세요.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길이 열리게 됩니다.
*김나진 대기업 채용담당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년의 백수 시절 끝에 MBC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다.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한국어문상, 바른 방송언어 특별상을 받았고,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는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수천 명의 채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없이 넘어지고 무너졌던 지난 취준생 시절을 기억하며, 후배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저서로는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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