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부'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전업주부이자 전업투자자인 손주부의 에세이 『전업주부는 처음이라』가 출간되었다. 『전업주부는 처음이라』는 잘 나가던 40대 직장인이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후 일어나는 변화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초보 전업주부로서 겪는 살림 이야기와 요리와 빨래, 청소에 이르기까지 한층 프로가 되어가는 모습, 그리고 몰랐던, 아니 잊었던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일상을 촘촘한 행복으로 채워간다.
먼저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업주부 '손주부'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손주부'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손주부'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전업주부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기 위함이고, 둘째는 손쉽게 주식으로 부자가 되자는 의미입니다.
『전업주부는 처음이라』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회사를 관두고 전업주부가 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관리자가 되어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데, 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이었나, 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살림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담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읽을지도 모르는 글들을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매일 써 내려갔습니다. 쓰레기통이 가득차면 쓰레기를 비우듯, 머릿속에 부정적 감정들이 차오르면, 글쓰기로 비워 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글 중 하나가 다음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추천되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우연히 이 글을 읽었고 책을 같이 내보자고 연락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며 만난 수많은 우연이 만나, 『전업주부는 처음이라』라는 책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정년이 보장된 대기업을 갑자기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신 이유와 가족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대기업을 관둔 이후는 간단합니다. 지난 15년간 직장인으로 살아봤으니, 남은 인생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아끼며, 열심히 사셨습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항상 참고 일하며 사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사신 덕분에 환갑 즈음에는 경제적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환갑이 지난 어느 날 말기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3개월 남았다고 말씀하셨고, 거짓말처럼 어머니는 3개월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니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너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40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미련 없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주변 분들로부터 아내가 반대 안 했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분의 예상과 달리 아내는 제가 사표를 내겠다고 말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 결정을 지지해 주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내는 저를 온전히 믿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믿음 덕분에 살림살이와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좋은 인연을 운 좋게 만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업주부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전과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자신을 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니체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노예라고 하더군요. 잠자는 시간이 하루의 3분의 1이니, 눈 떠 있는 동안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말한 셈이지요.
회사 다닐 때는 하루의 3분의 2를 회사에서 보냈습니다. 경제적 자유는 있었지만, 몸의 자유는 없었지요. 이제 월급은 사라졌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제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어 좋답니다.
책에 보면 자신의 인생이 마치 '밀키트' 같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밀키트 상자를 열면, 음식 재료와 함께 레시피가 들어있습니다. 레시피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면 맛난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저는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제 삶이 밀키트 같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대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하고 밀키트 같은 삶을 살아왔지요.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면 책임질 일은 없어 좋았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시킨 사람을 탓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주체적 삶은 공허함도 함께 가져다주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산 지금, 남은 생은 타인의 삶이 아닌 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선택하고 제가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전업주부는 처음이라』를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얘기는 무엇이며,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가요?
책을 통해 '남들이 정해준 방식대로 살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책은 힘든 직장 생활로 퇴사를 고려해 보신 분, 남자 육아 휴직을 간접 체험해 보고 싶은 분, 현재 전업주부로 계신 분, 아내의 고충을 이해해 보고 싶은 남성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인생을 살다 보니 계획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더군요.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회사를 관두고 이렇게 책을 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웅장한 계획은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주식 관련 책을 내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 주식 투자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에 나온 주식 서적은 초보자가 읽기에 너무 어려운 책뿐이어서, 중학생 딸아이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책을 집필하는 것이 현재 제 계획입니다.
*손주부 전업주부 겸 전업투자자. 매일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설거지와 청소를 한다. 청소 후에는 컴퓨터를 켜고 에세이와 경제 관련 글을 쓴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어서 ‘대기업 정규직’을 포기했다. 현재 하고 싶었던 작곡을 공부하며, 여름에 떠날 프랑스 여행 준비에 가슴 설레며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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