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 아니, 단호박님이 여기에 어쩐 일이시죠?
단호박 : 혜민님이 코로나19에 걸려서 이번 방송 진행을 못하게 되셨어요. 그래서 제가 대타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혜민님은 다음주에 다시 건강하게 돌아오실 예정이에요.
김상훈 : 그렇다면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제가 다시 산책 가이드를 해볼게요. 역시 질문 공세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매년 이맘 때면 트렌드 책이 쏟아져 나오곤 하는데요. 단호박님은 이런 책들을 읽는 편인가요?
단호박 : 처음에는 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채널예스 일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점은 11월에 나오던 책들이 매년 점점 3, 4일씩 빨리 발간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10월쯤부터 갑자기 내년 트렌드 책이 나오기 시작해서 사람들이 점점 더 빠르게 살고 있구나 하고 깨닫긴 했었어요.
김상훈 : 그러면 '트렌드'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호박 : 저는 그렇게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트렌드가 '유행'이라는 뜻으로 사용이 된다면 저는 느린 편이에요. 게임 같은 걸 할 때도 모두가 어떤 게임 재밌다고 하면 그때는 안 하고 다들 그 게임에서 빠져나가고 황무지가 되었을 쯤에야 그 게임에 들어가서 '이거 재밌는데 아무도 없네' 하면서 혼자 그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김상훈 : 눈치 채셨겠지만 오늘 산책길은 바로 '트렌드'에 대한 길입니다. 다만, 트렌드라는 것을 개인의 직관이나 감으로 파악한 유행이 아니라, 혹은 대단하신 선생님이 "내년 트렌드는 이것이니라" 하며 점지해준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읽는 경향성'으로 얘기할 것인데요.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가장 많이 검색하고 이용하고 말하고 썼는지 등 객관적 데이터에 드러난 경향으로서의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는 산책길입니다.
단호박 : 그러면 지도를 살펴볼까요?
김상훈 : 오늘 지도는 특별히 온라인 서점에서 그려보겠습니다. 바로 예스24에서 '트렌드'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책들의 목록이에요. 저도 대부분 읽지는 못했고요. 이런 책들이 이런 저자들에 의해 이런 관점으로 출간이 되는구나, 하는 차원으로만 얘기를 할게요.
가장 상위에 보이는 책은 역시나 『트렌드 코리아 2023』입니다. 부제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3 전망'이고요. 표지에는 김난도 선생님의 얼굴이 나와 있습니다.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라는 카피도 쓰여 있어요. 공공 기관이나 국영 방송 캠페인 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무려 7주 연속 국내 도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차트를 점령하는 책인 거예요. 그만큼 사람들이 트렌드에 정말 관심이 많고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트렌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난도 작가 포함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계신 열 명의 저자가 썼어요. "2022년 대한민국 트렌드 분석과 트렌드 상품을 선정해 현재를 살펴보고,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등 흥미로운 키워드 10가지를 제시해 2023년 소비 트렌드를 예측한다."라고 경제경영 김상근 MD님이 쓰셨네요.
다음으로 보이는 책은 『머니 트렌드 2023』입니다. 부제는 '45가지 키워드로 전망하는 대한민국 돈의 흐름'이에요. 대한민국 각 분야 최고 전문가 7인께서 쓰셨다고 해요.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홍춘욱 박사 등의 이름이 보이네요. 책 소개 문구를 보면 '한발 앞설 것인가, 한발 뒤처질 것인가 부의 대변동이 일어날 2023년 계묘년, 돈의 흐름을 붙잡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45가지 머니 트렌드'라고 해요. 돈과 관련한 트렌드 책인 것 같아요.
그 아래로 죽 나오는 책들의 제목을 보면 부동산트렌드 2023,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2023, 우리가 지난 주에 소개한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도 나오고요. 라이프 트렌드 2023, 한국 교회 트렌드 2023, 대학내일연구소에서 펴낸 Z세대 트렌드 2023, 물류 트렌드, 암호 화폐 트렌드 등 수많은 트렌드가 나와요. 트렌드를 말하는 책이 이렇게나 많고, 이를 궁금해하고 읽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단호박 : 그러면 그 중에서 꼽은 오늘의 책은 무엇인가요?
김상훈 : 저 많은 트렌드 관련 책 중에서 '내돈내산'으로 엄선한 책입니다. 저는 한 3~4년 전부터 계속 이 시리즈를 읽어왔어요. 제목은 『2023 트렌드 노트』입니다. '트렌드 노트'라는 제목으로 2017년부터 매년 나오고 있는 시리즈예요. 제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트위터를 통해서였어요. 저는 트렌드 책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일종의 편견 혹은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는 트윗이 떠돌았거든요. 그때부터 읽어보았는데 정말 재밌고 공감이 되었어요.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무엇보다 '빅데이터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에요. 앞에 산책길을 설명할 때도 했던 말인데, 단순히 특정 개인이 자기 주변에서 직관으로 파악한 유행이나 저명 인사가 점치듯 지정한 트렌드가 아니라,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파악한 경향들을 드러내고 여러 사람이 함께 해석한 책이에요.
단호박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이원희, 박현영, 최재연, 정석환, 신수정, 신예은, 심우연. 이렇게 일곱 분인데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 계신 분들이에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는 국내 1세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업인 바이브컴퍼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화, 브랜드, 상황에 대한 키워드 약 1만 9.000개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고 해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빅데이터 연구원들이 매주 데이터를 관측하고, 그 안에서 찾아낸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간 및 월간관측소 형태로 소개한다고도 하고요.
단호박 : 그러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김상훈 : 첫 문장부터 흥미롭습니다. "과거의 트렌드는 '신탁'에 가까웠다." 유럽의 패션 업계 종사자들이 발표하는 키워드, 한국에서는 어둑한 강의실에서 누군가 말하고 받아 적는 키워드.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는 얘기예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래요. 네트워크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인지되고 받아들여지고 확대되고 변주되는 것이고 무엇보다 '경향성'이라는 거예요. 현상으로 보지 말고 경향으로, 굵은 줄기로 보고 이 책처럼 데이터를 통해 보자는 것이에요.
2023년 버전의 타이틀은 '새로운 소비주체의 등장'인데요. MZ도 청년도 아닌 '독립된 1인'을 새로운 주체로 상정하고, 그들이 만드는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고 있어요. 세대론을 빗겨나서 지금 시대의 소비하는 주체들 대다수의 성격, 태도를 보는 거죠. 그러면서 점점 자신이 혼자, 오래 살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인테리어부터 가전, 물건 소비 및 음식 문화, 반려 양식, 경제 관념까지 변화하고 있음을 짚어내요.
그렇게 이 시대의 가치로 뽑아낸 것은 '효율', '성취', '간편', '건강', '자아', '독립'이라는 키워드인데요. 지금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 대해 좀 더 설명드려 볼게요. 종합적으로는 '독립된 나'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읽힌다고 해요. 나만의 공간을 구축하고, 내 일상을 기록하여 나를 정의하고 드러내고, 내 취향을 진화시켜서 온전한 나의 세계관을 빌드업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내가 경제의 주체가 되고 경제의 기반이 되는 것이에요. 여기에 퍼스널 브랜딩도 따라오고요. 왜냐면 나는 나라는 브랜드를 빌드업하는 매니저이니까요. 또, 블로그와 같은 매체를 통한 기록으로 나를 증명하고요. 경제적으로 또 독립하고 싶어하고요. 동의가 되시나요? 저는 제가 요즘 이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방법론적으로는 효율적으로 성취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요. 모든 것에 효율과 성취라는 잣대가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어요. 관계의 피로나 노동의 강도나 실패의 가능성은 줄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 거예요. 혼자, 꾸준히,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리추얼과 루틴, 챌린지를 수행하고 그 과정을 또 기록해요. 연결되는 또 다른 방법론으로 '간편하게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것'도 있대요. 이 건강에는 개인의 신체를 포함해서 정신 건강, 지구의 건강까지 포함돼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효율과 성취라는 관념이 결합돼서 간편하지만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로 건강까지 챙기고자 한대요.
방금 말한 내용은 아주 거칠게 요약된 거고요. 책 속에는 구체적인 사례나 데이터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어요. 사람들의 검색어 속에서, 게시물의 어휘들 속에서, 소비하고 사용하고 활용하는 것들 속에서 근거들을 찾아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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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나답게 읽고 쓰고 말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