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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에 놀러 오세요, 하리하라 이은희

과학에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은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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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씨의 첫 책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가 나왔을 때, 과학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과 발랄하고 편안한 문체만큼이나 개인적인 부분에 조명이 비추어 졌다.

이은희 씨의 첫 책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가 나왔을 때, 과학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과 발랄하고 편안한 문체만큼이나 개인적인 부분에 조명이 비추어 졌다. “제가 첫 책을 냈을 때가 27살, 만으로는 26살이었죠. 젊은 나이, 여자에 미혼이니까 주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력도 좀 특이했죠. ‘하리하라’라는 필명도 신기했나 봐요. 인터뷰를 할 때 마다 꼭 필명에 대한 질문을 받는 걸 보면요.”

세 번째 책,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세 번째 책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를 출간한 이은희 씨는 지금 고려대 과학기술학협동과정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동안 3권의 책(『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을 쓰면서 속에 있는 것을 쉴새없이 퍼내기만 했으니까 이젠 다시 채워 넣어야지요.” 과학언론을 공부하는 그녀는 첫 학기라 정신이 없다며 미소 지었다.

첫 책을 냈을 때는 설레고 신기한 느낌이었다. “내 글이 책이 되는구나. 되게 신기했죠.” 세 번째 책을 내는 지금, 여전히 설레지만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 한 권 한 권 책을 낼 때마다 부담과 책임감이 어깨에 쌓인다. “예전처럼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하는 식으로 편하게 쓰기가 힘들어요. 두렵죠. 자신감도 없어지고요. 예전에 썼던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그 때는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거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있어요. 과학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가 어려워요.” 무엇보다 책은 한 번 인쇄되면 고치기 힘들다는 점이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변화무쌍한 매력에 끌리다 - 생물학과의 조우

글쓰기를 좋아하고, 감수성도 예민해, 성격이나 기질로는 이과 보다는 문과 쪽에 가까웠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생물학에 매료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골에서 2년 정도 살았던 경험이 생물학을 전공하게 한 것 같아요. 그때까지 도시에서 죽 자랐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가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변화 같은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자연에 푹 파묻혀 살았죠.”

생물학은 살아있는 것을 다루기 때문에 변화무쌍하다. “생물학은 배울수록, 깊이 파고들수록 더 복잡해지죠. 물리나 화학은 공식으로 계산을 하고, 예측이 가능하지만 생물학은 경향성은 찾을 수는 있지만 공식 같은 것은 불가능합니다. 생물학의 그런 점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공부를 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알게 되는 점도 좋았다.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는 것도 고달프긴 했지만 흥미진진했다. 그러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잠시 공부를 쉬려는 생각에 회사에 들어갔다가 책을 내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과학에 관련된 글을 쓰는 일을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어온 연구자의 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신나고 즐겁다고 했다. “연구를 하는 것하고 글을 쓰는 것 중에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는데 글을 쓰는 것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대학과 대학원, 연구실에서 배운 것이 지금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죠.”

과학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

과학 기술이 사회에 도입되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이미 과학은 일반인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매일 매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사람들과 사회는 준비되지 않았다. ‘과학’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법’처럼 과학도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보일 때가 있다. 일반인과 과학 사이의 놓여진 강물 위에 다리를 놓아줄 ‘친절한 과학 선생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연구자들은 일반인을 위한 과학책을 쓰기는 힘들다. “사실 연구실에 계신 분들은 연구하고 논문 쓰기에도 바쁘죠. 그 분들의 글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논문’ 스타일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도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도대체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과학책과 그것을 쓰는 과학 필자들이 꼭 필요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과학에는 선과 악은 없다’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는 과학자들도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빚어낸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신이 발견한 것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알리도록 노력해야죠. 그 과정에서 글과 언론이 중요한 매체로 작용합니다. 제가 지금 공부하는 과학 언론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의 진보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먹는 약이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복용한다. 냉장고는 고장 나면 고치거나 새 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지 않다. ‘웰빙’과 ‘건강’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고 있고, 온갖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얼만큼 좋은지, 어떤 이유로 좋은지,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얻기 힘들다.

“얼마 전에 귀에 물이 차서 병원에 갔는데 약을 6개월이나 먹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처방된 약이 무슨 약인지 조사를 해봤는데. 멀미약, 이뇨제, 신경 안정제였어요. 원인을 모르니까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만 처방한 거죠. 그런데 의사는 저에게 그런 말은 해주지 않았어요. 이런 일은 비일비재해요. 약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의학이 할 수 있는 영역보다 하지 못하는 영역이 훨씬 더 넓습니다.” 인류가 고칠 수 있는 병은 두 자리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는 ‘감기’도 정복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최재천 교수의 수업을 듣고 글을 써볼 생각을 하다

과학에 대해 글을 써볼 생각을 한 것은 우연히 최재천 교수의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다.

“대학교 3학년 때 최재천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과학자가 이렇게 살 수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그때까지 과학자라고 하면 연구와 실험, 강의와 논문이 전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과학자가 글을 쓴다는 것도-또 그렇게 잘 쓴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선생님 책을 읽고는 과학자이면서도 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하시다는 것을 알고 참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녀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보급될 즈음 다음(Daum) 카페 등에서 일반인들이 칼럼을 쓰는 것을 보고, 전문 필자가 아니어도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그녀의 취미가 되었다. 실험이 잘된 날은 잘 되서 글을 쓰고, 실험이 잘 안 된 날은 잘 안 되서 글을 쓰고. 그렇게 글을 쓰면서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보면 제가 이과로 진학해 생물학을 공부한 것이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문과로 갔다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고만고만한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일단 과학 분야는 글 쓰는 사람이 적고(웃음) 써야할 소재도 무궁무진해요. 과학을 배우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고요.”

지루하지 않게, 번역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난해한 전문적인 지식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한다’ 그녀가 글을 쓰는 원칙이다. “저는 ‘대중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뚜렷합니다. 많이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요. 즐겨보는 텔레비전 시리즈물에서도 소재를 찾기도 하죠.”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는 그녀는 영화나 추리소설, SF, 와 같은 드라마를 즐겨 본다.

“일반인들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로 글을 쓰는 편이에요. 내용을 얼마만큼 담을 수 있는지는 작가의 역량에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제 글쓰기의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제가 아는 가장 쉬운 단어를 쓴다’입니다.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제일 먼저 부딪치는 어려움은 단어를 잘 모른다는 거에요. 버그니 코딩이니 낯선 단어들이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죠. 과학이 특히 어려운 이유도 단어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비유법을 많이 사용해 이해를 돕습니다.”

논문은 정확한 의미 전달이 중요하다면 대중을 위한 과학책은 의미의 이해가 중요하다. “번역하는 기분으로 글을 씁니다. 번역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글을 쓰면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는데 그것을 한국어로 옮기기는 힘든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직역은 이상하고, 의역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의 느낌이요. 저 역시 전문용어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것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어떻게 풀어주어야 할지 처음에는 좀 막막하기도 했고요.” 처음엔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최대한 쉽게 썼다고 생각해 원고를 보내면, 편집자는 원고에 ‘이건 뭔가요? 무슨 뜻인가요?’를 써서 다시 보냈다. “대부분의 편집자들이 문과 출신이어서 독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녀는 이제 독자들과 함께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낸 제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합니다. 다음 책은 주제를 10개 이내로 줄여, 각 주제별로 원고지 100매 정도로 쓸 거에요. 조금 더 깊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 필자에 의해 씌어진 과학책이 적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입문서를 읽고난 후 읽을 책이 적어요. 입문서와 전문서 사이에 허리 역할을 하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저 역시 그 작업을 꾸준히 할 생각이고요.”

과학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된 독자들이 읽을만한 좋은 과학책으로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이타적 유전자』, 수잔 그린필드의 『브레인 스토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테오 콜본의 『도둑맞은 미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 ‘매디컬 사이언스’ 시리즈 중의 『독감』, 『이브의 몸』 등을 추천해주었다. 특히 매트 리들리와 수잔 그린필드는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 원하는 것을 찾아라

그녀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 역시 중.고등학교 때 재미있는 과학책을 접하면서 과학 분야에 대한 흥미를 키워왔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작은 경험도 큰 영향을 미치잖아요. 특히, 이번 책은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입문서 격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썼어요. 제 책을 읽고 많은 학생들이 ‘과학이 재미있는 것을 알았다’는 감상을 메일로 보내는데 그 때는 글 쓰는 보람을 느끼죠.”

힘들지만 그녀는 메일로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청소년들에게 꼭 답신을 준다. “가끔 ‘숙제인데 선생님 책 독후감 써주세요’ 하는 황당한 메일도 받지만요.(웃음)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항상 답신을 합니다. 입시철이 되면 그런 고민을 담은 메일을 많이 받아요.”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녀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전했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자기가 원하는 길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작은 선택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환경도 좋고, 아는 것도 많은데 자신을 탐색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리하라는 인도신화의 두 신, 창조와 생명의 신인 비슈누와 종말과 파괴의 신 시바의 결합형이다. 이 필명은 무한히 창조적이면서 동시에 인간에게 파멸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과학의 속성과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그녀에게 썩 잘 어울린다. 그녀는 과학이 우리가 원하는 소원을 다 들어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님을, 또 인간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녀는 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친절한 셰르파이자, 과학의 숨은 맛을 이끌어내는 솜씨 좋은 요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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