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인재를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 -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옮긴이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한양대 교육공학과)가 다시 물고기를 들고 왔다. 이번에는 ‘종이물고기’다. 푸른 바다를 꿈꾸는 종이물고기를 통해 상상력이 혁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201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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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한양대 교육공학과)가 다시 물고기를 들고 왔다. 이번에는 ‘종이물고기’다. 푸른 바다를 꿈꾸는 종이물고기를 통해 상상력이 혁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조너선 플럼 지음/유영만 옮김|한국경제신문?한경BP 펴냄)가 그것이다. 재밌는 건, 그의 세 번째 물고기 책이다.
그의 물고기 연구 소사를 보면, 앞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How? 물고기 날다』가 있었다.
(☞ 생선 가게에서 길어낸, 세계적인 명성의 차이를 만드는 법 - 『HOW? 물고기 날다』 유영만 교수)
이번 물고기 책은 변화의 기술을 다룬 책으로, 생각의 틀을 깨고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섯 가지 변화를 위한 과정이 나오는데, 자율, 놓아주기, 교환, 협력, 혁신이 그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림동 한경빌딩 다산홀에서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출간기념으로 옮긴이인 유영만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 흐름으로 전개됐다.
1. 상상과 창조, 변화와 혁신의 전주곡
2. 종이물고기에게 배우는 변화의 5가지 비밀 (자율, 놓아주기, 교환, 협력, 혁신)
3. 가변과 불변, 변화의 원점에서 재고
참고로, 종이접기의 대가 다이신지가 들려주는 종이물고기 스토리에 대한 동영상은 출판사 홈페이지(www.hankyungbp.com), 역자 블로그(blog.naver.com/kecologist)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상상력은 ‘공감’의 힘!
다이신지는 바다로 가고 싶다는 종이물고기에게 야단을 친다. “상상의 존재는 상상 속의 세계에 머물러 있어야 해!” 과연, 이 말은 어떻게 작용을 할까. 언어에 대한 고찰이다. “경영자가 밖으로 표출하는 언어가 중요하다. 직원의 상상력을 촉발시키느냐, 상상력을 말살하느냐를 좌우한다. 특히 상상력을 현실에 구현하는데 엄청난 장애물이 있는데, 말을 통해 어떻게 지원하고 격려하고 인정해주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말인즉슨, 상상력을 옥죄는 언어가 있다. 움트기도 전에 이를 틀어막는 상상력의 장애물. 지식 또한 그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 왈.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상상력의 힘은 지식보다 크다).” 오래 축적된 기존 지식이 변화, 혁신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습득한 지식이 새로운 상상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상력이 창의력을 만나 창의적인 의지를 다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다시 창조력을 유혹해 비로소 창조적 지식을 출산할 수 있게 된다. (p.13)
“이그노벨(Ig Nobel)상이라고, 노벨상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있다. (웃음) 무모할 정도의 상상력, 호기심이 발동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주어졌다. 지식은 ‘놀리지’라고 생각한다. 날리지든 놀리지든, 놀면서 리얼한 것을 만드는 것이 지식이다. 지식도 재밌어야 한다. 재미는 감정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건데, 지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게 지식이다. 변화와 관련된 지식은 일상에서 의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상상력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호기심에서 발동된다.… 답이 명확하게 보이는 알려진 세계에서 상상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p.83)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화가인 폴 호건도 이렇게 말했단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상상력에 대한 언급에서 공통된 부분이 있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
“겪어 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이권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내가 직접 겪어 보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조앤 K. 롤링)
유 교수의 정리. “상상초월의 생각은 감수성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불편, 불만, 불안, 외로움, 두려움, 아픔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창조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든 예는 이렇다. 자동차 엔진을 꺼도 난방이 되는 장치가 장착된 스웨덴의 대형트럭, 스카니아(Scania). 트럭 운전사의 아픔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난방 장치였다. 또, 날개 없는 다이슨 선풍기. 날개에 손을 다친 사람들의 아픔, 불안감을 포착했기에 가능한 선풍기였다. 이런 제품들은 상상력에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지, 돌파?실천력이 추가됐기에 실현이 가능했다.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아픔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고객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그 아이디어는 전대미문의 혁신적인 히트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p.193)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총, 균, 쇠』의 저자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아아몬드가 제시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있다. 거장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착안한 것이다.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총, 균, 쇠』 중에서)
유 교수는 이를 재인용해 변화에 대입한다. “변화에 성공한 개인과 기업은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과 기업은 천차만별의 변명이 존재한다.” 그는 변화에 성공한 좋은 예로,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새 부리의 진화를 들었다. 핀치새는 먹이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진다.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생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고객의 요구가 수시로 바뀌고 있고,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를 한다. 다만 변화의 역설, 경쟁의 역설이 있다. 기업이 변화를 추진할수록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변화를 통해 정상에 오른 사람치고 정상인 사람 봤나? 정상을 정복하려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올라가야 한다. 몰상식이 상식이 되고, 그것이 나중에는 식상하게 된다. 세상의 변화는 소수가 일으킨 다음, 불특정 다수가 그것을 따라간다. 몰상식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이런 세 단계를 거쳐 변화는 상식이 된단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셋째, 자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색다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 유 교수가 권하는 것은 낯선 자극이다. 즉, 남이 가보지 않고, 읽지 않은 책을 읽어보는 등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머리, 눈, 가슴, 귀가 달라진다는 것.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색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뇌에 지속적인 충격을 줘야 한단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듣고, 그 결과, 색다른 행동과 색다른 변화가 이뤄진다.
“절벽의 절박함이 대박을 낳는다.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뇌를 안 쓴다. 색다른 장면이 펼쳐지면, 평상시대로 머리를 쓰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안 쓰던 뇌세포를 굴리기 시작한다. 위기감 조성에 실패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실패한다. 게으른 뇌를 흔들어 깨우는 방법은 어제와 다른 상황,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뇌는 낯선 자극을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편안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뇌가 고프면 뇌진탕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웃음)”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은 ‘깨우침’은 기본적으로 ‘깨뜨림’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깨뜨려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깊은 ‘깨달음’이 온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스스로 깨달으려면 생각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 (p.15)
뇌에 자극을 주기 위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결국 레퍼런스의 두께 문제라고 유 교수는 주장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단다. 신영복 교수의 ‘독서 삼독(三讀)론’을 인용한다.
“독서는 모름지기 자신을 열고, 자신을 확장하고 그리고 자신을 뛰어넘는 비약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텍스트를 집필한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 텍스트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필자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발 딛고 있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처지와 우리시대의 문맥을 깨달아야 합니다.”
개념을 바꿔라, 세상이 바뀐다
지금은 무척 아름다운 그림이자 유명한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 마네가 이 그림을 처음 내놓았을 당시, 개념 없는 화가와 그림이라는 얘기를 들었단다. 왜냐? 당대에는, 사물을 일대일 비율로 묘사하는 것이 대세였기 때문이라는 것. 허나, 마네는 기존의 개념 체계에 돌을 던져 파장을 일으켰다. 조르조네의 <전원 음악회>도 당대에는 이상하고 몰상식적인 그림으로 통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표상(세상을 분류할 때 쓰는 머릿속 기준)을 파괴해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변신은 개념 변경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개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거든. 내가 사용하는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늘 그대로다.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
유 교수는 일상에서 개념을 바꾸고, 상상력을 길어 올릴 것을 권한다. 라이트 형제의 경우다. 그들이 무모한 상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비행기는 없었을 터. 일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 사람이 비상하고 비약할 수 있단다. 상상력이 뿌리를 둬야할 곳은 고로, 일상. 상상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이 두 형제는 자신들의 어?구니없는 아이디어의 조그마한 싹을 따라 스케치 한 장에서 시작해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특별한 학식도 없고 든든한 투자자도 없이 그들은 오직 아이디어 하나만을 끝까지 따라갔다. (p.80~81)
상상은 언제나 ‘일상日常’에 있다. 일상에서 발휘되는 상상이라야 비상할 수 있다. 일상은 상식적인 세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상식적인 일상에서도 누군가는 ‘비상非常’한 관심과 의문의 화살을 던져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p.6~7)
그것은 남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궤도이탈을 하는 것이다. 길 밖의 길을 가는 것이다. 즉, 차별화다. “경쟁무리에서 일탈하는 것으로 차별화는 시작된다. 치열한 경쟁하다보면 이종적 동질화가 유도되고, 경쟁자를 따라 잡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면서 본래의 목표를 상실한다.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차별화를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정한 차별화는 보편적 흐름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만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말인즉슨, 차별화는 무리에서 이탈할 때 가능하다.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전체적으로는 별로 바뀐 게 없다는, ‘변화의 역설’에 빠지지 말 것. 경쟁의 역설도 마찬가지. 모두들 발전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공멸하는 길이 경쟁의 역설이다. 유 교수의 방점은 여기에 있다. ‘변화는 카테고리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기존 카테고리를 무력화시켜라.’
그는 강점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핵심DNA를 육성?보완 하는 방식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건, 뭐? 비정상적인, 비일반적인, 비일상적인 발상이다. 길 밖의 길을 가면서,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라는 자신감.
변화를 이끌어내는 3대 요소로, 그는 기수(명확한 방향 제시), 코끼리(동기 부여), 상황(환경 설계)을 꼽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수가 코끼리를 몰지 않고, 코끼리가 기수를 몰도록 하라는 것.
“기수는 논리, 이성, 분석이고, 코끼리는 직감이나 직관, 본능적 반응, 감정, 육감, 열정을 뜻한다. 보통 이성이 감정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반대다. 뚜렷한 방향, 충분한 동기, 도움이 되는 환경의 삼박자가 변화를 이끌어낸다. 감동이 행동을 이끌어낸다. 조건 환경 무대를 바꾸는 것이 상황설계의 힘이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다. 상황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스웨덴에서 실험한 건데,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바꾸니까,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교육보다, 이런 변화의 추진 전략이 좋다.”
주목, 5가지 창의성 요소
종이물고기가 헤엄을 치기 위해, 상상력 정원에 창의성의 나무가 자라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 개방적이고 존중과 배려가 있는 ‘상상력의 정원’(큰 믿음의 사원)을 뿌리로, 위대한 창조를 위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자율성’, 상상력이 실현되는 소통의 과정인 ‘놓아주기’, 참된 변화를 일깨우는 경험의 공유가 이뤄지는 ‘교환’, 창의성을 완성시키는 집단적 노력인 ‘협력’, 변화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불꽃인 ‘혁신’이 그것이다.
큰 믿음의 사원에서 자라나는 5가지 창의성 요소가 있다. ‘자율autonomy’, ‘놓아주기letting go’, ‘교환exchange’, ‘협력collaboration’, ‘혁신innovation’이 그것이다.… 큰 믿음의 사원이 조직의 저변에 자리 잡지 않으면 ‘자율’은 ‘타율’로, ‘놓아주기’는 ‘움켜쥐기’로, ‘협력’은 ‘이기주의’로, ‘교환’은 ‘폐쇄’로, ‘혁신’은 ‘무사안일’이나 ‘보신주의’로 돌변한다. (p.89)
여기서, 경영자의 역할은 △위기의식 조성 △통렬한 질문 △도전무대와 기회 △색다른 자극 등이다. 다섯 가지 요소별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율 : 위대한 창조를 향한 변화의 시작
유 교수에 의하면, 창의성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연륜과 경험이 많은 상사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사안에 대해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사람은 필링이 빠르다. 자율성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창의성은 죽는다. 테레사 에이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창의성을 가장 경직시키는 일은 아무런 자율성도 재량권도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나사 돌리기’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아이디어를 내면 결자해지(結者解之)식 업무지시를 내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누가 아이디어를 내겠나.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 주식시장을 제안한다. (박수) 결자해지 식으로 업무가 주어지면, 도전 장애 증후군이 생긴다. 말 한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말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는 거지.”
이어, 언어 구사에 대한 팁을 제시한다. 어떤 언어로 소통하는지에 따라 창의성 역시 발현과 봉쇄의 갈림길에 선다. “어떤 언어를 쓰는지가 중요하다. 절대라는 말을 쓰지 마라. 그건 ‘왜’라는 질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맹목의 단어다. 어떠한 변론이나 논증을 추방하는 언어다. ‘어쨌든’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절대 안 된다는 우리말에 ‘어쨌든’이라는 부사가 있다.…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거나 ‘어쨌든 나쁘다’는 말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독재의 언어다. 무조건이 조건을, 비합리가 합리를, 부조리가 조리의 목을 죌 때 생겨나는 짤막한 비명이 ‘어쨌든’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가능성의 세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쨌든’이라는 망치를 들면 자율성은 ‘아마도’ 영원히 죽을 것이다. (p.110~111)
2. 놓아주기 : 상상력이 실현되는 소통의 과정
유 교수에 의하면, 놓아주기는,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는 과정이다. 독자적인 세계에서 대중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한편으로 혹독한 비판과 반론에 노출되는 과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수용되는 과정으로,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협창성이 요구된다.
아이디어는 혼자 시작하지만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은 관계되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합작과정이다. 아이디어는 독창성으로 시작했지만 협창성으로 마무리된다. (p.127)
이어 오디션과 공연의 차이를 설명한다. “오디션은 한 명의 예술가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여주지만, 공연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은 오디션이 아니라 공연의 과정이다. 공연은 곧 집단적 창작의 과정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야 할 혁신은 곧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설득, 소통 등 협력을 통해 대중과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이에 혁신자는 낯선 아이디어를 익숙하고 친숙하게 설득해야 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교환 : 참된 변화를 일깨우는 경험의 공유
?환. 가치관, 영감, 즐거움, 두려움, 사랑 등을 교환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개방하고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단계다. 상대방의 거울에 비추어 나를 투영하는 과정으로, 비난과 질책보다 건설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태도는, 상대방을 태양(SUN)으로 보라! Nurture “SUN은, Suspend, Understand, Nurture이다. 상대에게 직격탄을 날리지 말고.”
아이디어가 허심탄회하게 교환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마치 태양처럼 감싸주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태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UN은 ‘입장의 유보 suspending Judgement’, ‘이해 Understanding’, ‘상대방의 의견을 지지하는 환경 조성 Nurturing’을 의미한다. (p.150)
유 교수는 신영복 교수의 이야기를 꺼낸다. 정대의(鄭大義)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사연이었다. 감옥에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큰 뜻’이라는 의미인 줄 알고 ‘네 이름 끝내준다’고 말했는데, 실은 갓난아이일 때 ‘대의동 大義洞’이라는 동네에 버려져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많이 미안했단다.
“정대의라는 이름 석 자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텍스트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입장을 유보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사연이 있는 거야. 콘텍스트로 봐야 한다. 그래야 배려심이 생기고 마인드가 바뀐다. 타인의 아픔에 반응할 수 없는 사람은 책임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존중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는데, 관심의 시계는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줘야 하는 수동 시계임을 알아야 한다.”
4. 협력 : 창의성을 완성시키는 집단적 노력
협력은 제일 첫 단계는 정서의 공유다. 정서공유를 하지 못하면, 어떤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의 감각활동과 지각과정도 수많은 관련 세포들의 긴밀한 협력과정이다. 한 인간 안에서도 협력과정이 필요한 법인데, 인간들이 모인 조직 안에서도 협력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유 교수는 협력을 통해, 상상속의 존재가 현실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즉, 아이디어가 현실로 넘어가는 게이트웨이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간과 또는 무시했던 사실을 공공의 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는 과정이 협력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의 과정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뿐만 아니라 해당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데 관여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목조목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협력은 ‘상상 속의 존재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다이신지의 처음 생각이 깨지고, 상상 속의 존재가 현실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의 현실성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궁리다. (p.172)
5. 혁신 : 변화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불꽃
마지막으로 혁신이다.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것으로, 창의성이 과정이라면 혁신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변화의 마지막에 다다를 수 있는 단계다.
혁신은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창의’와 ‘창조’ 사이에는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 ‘상상한 결과를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창의라면, 창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근간으로 구체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시킨 결과물이다. 창의는 ’과정‘이지만 창조는 ’결과‘다. 상상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다시 창조로 연결되는 순간 혁신이 일어난다. (p.190~191)
혁신을 추구하다가 실패도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실패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다. 유 교수는 트위터의 슬로건을 인용한다. ‘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 “다만 실패 중에 고민해야 할 것은 어제의 실수, 앞서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실력은 색다른 실패로부터 생긴다. 진짜 실력은 실수나 실패로부터 배운다. 동일한 실수나 실패는 실망을 가져오지만 색다른 도전을 하다가 경험하는 실수나 실패는 색다른 학습을 가져온다. 색다른 학습은 이전과는 다른 실력과 실적을 만들어준다. 자빠져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평상시와는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는 이어 ‘Think Different!’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퀘스천 마크를 찍어볼 것을 권했다. “질문은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p.193) 아마도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대한 질문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잘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사각형의 틀에 갇혀 살아간다. 사각형의 방에서 잠을 자고 사각형의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먹은 다음 사각형의 버스와 지하철, 사각형의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면 사각형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각형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사각형의 사무실에 있는 사각형의 책상에 앉아 사각형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거나 사각형 결재판 안에 있는 사각형 서류를 본다. 사각형의 틀이 우리 삶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의 틀과 통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각형이 아닌 다른 세계로 탈출해야 혁신적인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p.203~204)
유 교수의 마지막 당부이자 결론이다. ‘재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내 기준은 북두오성이다. 열정-혁신-신뢰-도전-행복. 내게 불변의 핵심가치다. 이 핵심가치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마이 웨이, 마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죽기 전에 재밌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재밌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라. 변화는 재미에서 일어나야 한다. 재미와 의미는 같이 굴러가는 쌍두마차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인지를 각자 생각해봐라.”
(☞ 생선 가게에서 길어낸, 세계적인 명성의 차이를 만드는 법 - 『HOW? 물고기 날다』 유영만 교수)
이번 물고기 책은 변화의 기술을 다룬 책으로, 생각의 틀을 깨고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다섯 가지 변화를 위한 과정이 나오는데, 자율, 놓아주기, 교환, 협력, 혁신이 그것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림동 한경빌딩 다산홀에서 『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출간기념으로 옮긴이인 유영만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 흐름으로 전개됐다.
1. 상상과 창조, 변화와 혁신의 전주곡
2. 종이물고기에게 배우는 변화의 5가지 비밀 (자율, 놓아주기, 교환, 협력, 혁신)
3. 가변과 불변, 변화의 원점에서 재고
참고로, 종이접기의 대가 다이신지가 들려주는 종이물고기 스토리에 대한 동영상은 출판사 홈페이지(www.hankyungbp.com), 역자 블로그(blog.naver.com/kecologist)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상상력은 ‘공감’의 힘!
말인즉슨, 상상력을 옥죄는 언어가 있다. 움트기도 전에 이를 틀어막는 상상력의 장애물. 지식 또한 그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 왈.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하다(상상력의 힘은 지식보다 크다).” 오래 축적된 기존 지식이 변화, 혁신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습득한 지식이 새로운 상상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상력이 창의력을 만나 창의적인 의지를 다지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다시 창조력을 유혹해 비로소 창조적 지식을 출산할 수 있게 된다. (p.13)
“이그노벨(Ig Nobel)상이라고, 노벨상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있다. (웃음) 무모할 정도의 상상력, 호기심이 발동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주어졌다. 지식은 ‘놀리지’라고 생각한다. 날리지든 놀리지든, 놀면서 리얼한 것을 만드는 것이 지식이다. 지식도 재밌어야 한다. 재미는 감정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건데, 지적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게 지식이다. 변화와 관련된 지식은 일상에서 의미와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상상력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호기심에서 발동된다.… 답이 명확하게 보이는 알려진 세계에서 상상력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 (p.83)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화가인 폴 호건도 이렇게 말했단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발현되는 것일까. 상상력에 대한 언급에서 공통된 부분이 있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
“겪어 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이권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내가 직접 겪어 보지 못한 타인의 경험에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조앤 K. 롤링)
유 교수의 정리. “상상초월의 생각은 감수성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불편, 불만, 불안, 외로움, 두려움, 아픔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창조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든 예는 이렇다. 자동차 엔진을 꺼도 난방이 되는 장치가 장착된 스웨덴의 대형트럭, 스카니아(Scania). 트럭 운전사의 아픔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난방 장치였다. 또, 날개 없는 다이슨 선풍기. 날개에 손을 다친 사람들의 아픔, 불안감을 포착했기에 가능한 선풍기였다. 이런 제품들은 상상력에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지, 돌파?실천력이 추가됐기에 실현이 가능했다.
혁신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느끼는 아픔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고객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그 아이디어는 전대미문의 혁신적인 히트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p.193)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총, 균, 쇠』의 저자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아아몬드가 제시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있다. 거장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착안한 것이다.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총, 균, 쇠』 중에서)
유 교수는 이를 재인용해 변화에 대입한다. “변화에 성공한 개인과 기업은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그렇지 못한 개인과 기업은 천차만별의 변명이 존재한다.” 그는 변화에 성공한 좋은 예로,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새 부리의 진화를 들었다. 핀치새는 먹이에 따라 부리 모양이 달라진다.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생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고객의 요구가 수시로 바뀌고 있고,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를 한다. 다만 변화의 역설, 경쟁의 역설이 있다. 기업이 변화를 추진할수록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변화를 통해 정상에 오른 사람치고 정상인 사람 봤나? 정상을 정복하려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올라가야 한다. 몰상식이 상식이 되고, 그것이 나중에는 식상하게 된다. 세상의 변화는 소수가 일으킨 다음, 불특정 다수가 그것을 따라간다. 몰상식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이런 세 단계를 거쳐 변화는 상식이 된단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셋째, 자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색다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 유 교수가 권하는 것은 낯선 자극이다. 즉, 남이 가보지 않고, 읽지 않은 책을 읽어보는 등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머리, 눈, 가슴, 귀가 달라진다는 것. 색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색다른 언어를 갖고 있다.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뇌에 지속적인 충격을 줘야 한단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듣고, 그 결과, 색다른 행동과 색다른 변화가 이뤄진다.
“절벽의 절박함이 대박을 낳는다.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뇌를 안 쓴다. 색다른 장면이 펼쳐지면, 평상시대로 머리를 쓰면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안 쓰던 뇌세포를 굴리기 시작한다. 위기감 조성에 실패하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실패한다. 게으른 뇌를 흔들어 깨우는 방법은 어제와 다른 상황,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뇌는 낯선 자극을 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편안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뇌가 고프면 뇌진탕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웃음)”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은 ‘깨우침’은 기본적으로 ‘깨뜨림’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깨뜨려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깊은 ‘깨달음’이 온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스스로 깨달으려면 생각의 틀을 깨뜨려야 한다. (p.15)
뇌에 자극을 주기 위한, 상상력과 창의력은 결국 레퍼런스의 두께 문제라고 유 교수는 주장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단다. 신영복 교수의 ‘독서 삼독(三讀)론’을 인용한다.
“독서는 모름지기 자신을 열고, 자신을 확장하고 그리고 자신을 뛰어넘는 비약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삼독입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텍스트를 집필한 필자를 읽어야 합니다. 그 텍스트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필자가 어떤 시대, 어떤 사회에 발 딛고 있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것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처지와 우리시대의 문맥을 깨달아야 합니다.”
개념을 바꿔라, 세상이 바뀐다
“표상(세상을 분류할 때 쓰는 머릿속 기준)을 파괴해야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변신은 개념 변경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개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거든. 내가 사용하는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늘 그대로다.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
유 교수는 일상에서 개념을 바꾸고, 상상력을 길어 올릴 것을 권한다. 라이트 형제의 경우다. 그들이 무모한 상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비행기는 없었을 터. 일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 사람이 비상하고 비약할 수 있단다. 상상력이 뿌리를 둬야할 곳은 고로, 일상. 상상력은 가장 낮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이 두 형제는 자신들의 어?구니없는 아이디어의 조그마한 싹을 따라 스케치 한 장에서 시작해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특별한 학식도 없고 든든한 투자자도 없이 그들은 오직 아이디어 하나만을 끝까지 따라갔다. (p.80~81)
상상은 언제나 ‘일상日常’에 있다. 일상에서 발휘되는 상상이라야 비상할 수 있다. 일상은 상식적인 세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상식적인 일상에서도 누군가는 ‘비상非常’한 관심과 의문의 화살을 던져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p.6~7)
그것은 남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궤도이탈을 하는 것이다. 길 밖의 길을 가는 것이다. 즉, 차별화다. “경쟁무리에서 일탈하는 것으로 차별화는 시작된다. 치열한 경쟁하다보면 이종적 동질화가 유도되고, 경쟁자를 따라 잡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면서 본래의 목표를 상실한다.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차별화를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정한 차별화는 보편적 흐름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만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말인즉슨, 차별화는 무리에서 이탈할 때 가능하다.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전체적으로는 별로 바뀐 게 없다는, ‘변화의 역설’에 빠지지 말 것. 경쟁의 역설도 마찬가지. 모두들 발전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공멸하는 길이 경쟁의 역설이다. 유 교수의 방점은 여기에 있다. ‘변화는 카테고리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기존 카테고리를 무력화시켜라.’
그는 강점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핵심DNA를 육성?보완 하는 방식이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건, 뭐? 비정상적인, 비일반적인, 비일상적인 발상이다. 길 밖의 길을 가면서,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라는 자신감.
변화를 이끌어내는 3대 요소로, 그는 기수(명확한 방향 제시), 코끼리(동기 부여), 상황(환경 설계)을 꼽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수가 코끼리를 몰지 않고, 코끼리가 기수를 몰도록 하라는 것.
“기수는 논리, 이성, 분석이고, 코끼리는 직감이나 직관, 본능적 반응, 감정, 육감, 열정을 뜻한다. 보통 이성이 감정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론 반대다. 뚜렷한 방향, 충분한 동기, 도움이 되는 환경의 삼박자가 변화를 이끌어낸다. 감동이 행동을 이끌어낸다. 조건 환경 무대를 바꾸는 것이 상황설계의 힘이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다. 상황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스웨덴에서 실험한 건데, 계단을 피아노 건반으로 바꾸니까,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교육보다, 이런 변화의 추진 전략이 좋다.”
주목, 5가지 창의성 요소
큰 믿음의 사원에서 자라나는 5가지 창의성 요소가 있다. ‘자율autonomy’, ‘놓아주기letting go’, ‘교환exchange’, ‘협력collaboration’, ‘혁신innovation’이 그것이다.… 큰 믿음의 사원이 조직의 저변에 자리 잡지 않으면 ‘자율’은 ‘타율’로, ‘놓아주기’는 ‘움켜쥐기’로, ‘협력’은 ‘이기주의’로, ‘교환’은 ‘폐쇄’로, ‘혁신’은 ‘무사안일’이나 ‘보신주의’로 돌변한다. (p.89)
여기서, 경영자의 역할은 △위기의식 조성 △통렬한 질문 △도전무대와 기회 △색다른 자극 등이다. 다섯 가지 요소별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율 : 위대한 창조를 향한 변화의 시작
유 교수에 의하면, 창의성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연륜과 경험이 많은 상사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사안에 대해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사람은 필링이 빠르다. 자율성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창의성은 죽는다. 테레사 에이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창의성을 가장 경직시키는 일은 아무런 자율성도 재량권도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나사 돌리기’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아이디어를 내면 결자해지(結者解之)식 업무지시를 내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누가 아이디어를 내겠나.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 주식시장을 제안한다. (박수) 결자해지 식으로 업무가 주어지면, 도전 장애 증후군이 생긴다. 말 한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말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되는 거지.”
이어, 언어 구사에 대한 팁을 제시한다. 어떤 언어로 소통하는지에 따라 창의성 역시 발현과 봉쇄의 갈림길에 선다. “어떤 언어를 쓰는지가 중요하다. 절대라는 말을 쓰지 마라. 그건 ‘왜’라는 질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맹목의 단어다. 어떠한 변론이나 논증을 추방하는 언어다. ‘어쨌든’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다.”
절대 안 된다는 우리말에 ‘어쨌든’이라는 부사가 있다.…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거나 ‘어쨌든 나쁘다’는 말은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독재의 언어다. 무조건이 조건을, 비합리가 합리를, 부조리가 조리의 목을 죌 때 생겨나는 짤막한 비명이 ‘어쨌든’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는 가능성의 세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쨌든’이라는 망치를 들면 자율성은 ‘아마도’ 영원히 죽을 것이다. (p.110~111)
2. 놓아주기 : 상상력이 실현되는 소통의 과정
유 교수에 의하면, 놓아주기는,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하는 과정이다. 독자적인 세계에서 대중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한편으로 혹독한 비판과 반론에 노출되는 과정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에 수용되는 과정으로,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협창성이 요구된다.
아이디어는 혼자 시작하지만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은 관계되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합작과정이다. 아이디어는 독창성으로 시작했지만 협창성으로 마무리된다. (p.127)
이어 오디션과 공연의 차이를 설명한다. “오디션은 한 명의 예술가가 얼마나 뛰어난가를 보여주지만, 공연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은 오디션이 아니라 공연의 과정이다. 공연은 곧 집단적 창작의 과정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야 할 혁신은 곧 아이디어가 아니라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설득, 소통 등 협력을 통해 대중과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이에 혁신자는 낯선 아이디어를 익숙하고 친숙하게 설득해야 하는 소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3. 교환 : 참된 변화를 일깨우는 경험의 공유
?환. 가치관, 영감, 즐거움, 두려움, 사랑 등을 교환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개방하고 아이디어가 구체화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단계다. 상대방의 거울에 비추어 나를 투영하는 과정으로, 비난과 질책보다 건설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태도는, 상대방을 태양(SUN)으로 보라! Nurture “SUN은, Suspend, Understand, Nurture이다. 상대에게 직격탄을 날리지 말고.”
아이디어가 허심탄회하게 교환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마치 태양처럼 감싸주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태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SUN은 ‘입장의 유보 suspending Judgement’, ‘이해 Understanding’, ‘상대방의 의견을 지지하는 환경 조성 Nurturing’을 의미한다. (p.150)
유 교수는 신영복 교수의 이야기를 꺼낸다. 정대의(鄭大義)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사연이었다. 감옥에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큰 뜻’이라는 의미인 줄 알고 ‘네 이름 끝내준다’고 말했는데, 실은 갓난아이일 때 ‘대의동 大義洞’이라는 동네에 버려져서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는 것이었다. 많이 미안했단다.
“정대의라는 이름 석 자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텍스트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입장을 유보하고 얘기를 들어보니 사연이 있는 거야. 콘텍스트로 봐야 한다. 그래야 배려심이 생기고 마인드가 바뀐다. 타인의 아픔에 반응할 수 없는 사람은 책임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존중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는데, 관심의 시계는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줘야 하는 수동 시계임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끝까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어야
이야기에 담겨진 진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p.151)
협력은 제일 첫 단계는 정서의 공유다. 정서공유를 하지 못하면, 어떤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의 감각활동과 지각과정도 수많은 관련 세포들의 긴밀한 협력과정이다. 한 인간 안에서도 협력과정이 필요한 법인데, 인간들이 모인 조직 안에서도 협력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다.
유 교수는 협력을 통해, 상상속의 존재가 현실로 전환된다고 말한다. 즉, 아이디어가 현실로 넘어가는 게이트웨이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간과 또는 무시했던 사실을 공공의 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는 과정이 협력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의 과정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뿐만 아니라 해당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데 관여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아이디어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목조목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협력은 ‘상상 속의 존재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다이신지의 처음 생각이 깨지고, 상상 속의 존재가 현실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디어의 현실성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궁리다. (p.172)
5. 혁신 : 변화의 결실을 맺는 마지막 불꽃
마지막으로 혁신이다.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것으로, 창의성이 과정이라면 혁신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변화의 마지막에 다다를 수 있는 단계다.
혁신은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창의’와 ‘창조’ 사이에는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 ‘상상한 결과를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창의라면, 창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근간으로 구체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시킨 결과물이다. 창의는 ’과정‘이지만 창조는 ’결과‘다. 상상에서 창의적 아이디어로, 창의적 아이디어는 다시 창조로 연결되는 순간 혁신이 일어난다. (p.190~191)
혁신을 추구하다가 실패도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실패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다. 유 교수는 트위터의 슬로건을 인용한다. ‘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 “다만 실패 중에 고민해야 할 것은 어제의 실수, 앞서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실력은 색다른 실패로부터 생긴다. 진짜 실력은 실수나 실패로부터 배운다. 동일한 실수나 실패는 실망을 가져오지만 색다른 도전을 하다가 경험하는 실수나 실패는 색다른 학습을 가져온다. 색다른 학습은 이전과는 다른 실력과 실적을 만들어준다. 자빠져야 새로운 것이 보인다. 평상시와는 다른 세상이 열린다.”
그는 이어 ‘Think Different!’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퀘스천 마크를 찍어볼 것을 권했다. “질문은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다.”(p.193) 아마도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대한 질문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잘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사각형의 틀에 갇혀 살아간다. 사각형의 방에서 잠을 자고 사각형의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먹은 다음 사각형의 버스와 지하철, 사각형의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면 사각형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각형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사각형의 사무실에 있는 사각형의 책상에 앉아 사각형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거나 사각형 결재판 안에 있는 사각형 서류를 본다. 사각형의 틀이 우리 삶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 이제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의 틀과 통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각형이 아닌 다른 세계로 탈출해야 혁신적인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p.203~204)
유 교수의 마지막 당부이자 결론이다. ‘재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라.’
“내 기준은 북두오성이다. 열정-혁신-신뢰-도전-행복. 내게 불변의 핵심가치다. 이 핵심가치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마이 웨이, 마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죽기 전에 재밌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재밌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인지 상상해라. 변화는 재미에서 일어나야 한다. 재미와 의미는 같이 굴러가는 쌍두마차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바꾸지 않아야 할 것인지를 각자 생각해봐라.”
인류의 한계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상상력의 한계다.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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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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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11.11
kong
201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