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당신이 하와이에 가면 꼭 해야 하는 세 가지
푸른 바다, 뜨거운 태양, 파도와 물고기들이 가득한 하와이와 죠슈아 트리, 선인장 밖에 보이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함께 다녀왔다. 비키니 입은 언니들과 근육맨, 들뜬 신혼여행과 노부부가 가득한 하와이와 지나가는 사람은 커녕 지나가는 차도 잘 보이지 않는 사막을 연달아 여행했다.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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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뜨거운 태양, 파도와 물고기들이 가득한 하와이와 죠슈아 트리, 선인장 밖에 보이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함께 다녀왔다. 비키니 입은 언니들과 근육맨, 들뜬 신혼여행과 노부부가 가득한 하와이와 지나가는 사람은 커녕 지나가는 차도 잘 보이지 않는 사막을 연달아 여행했다. 비교 여행 극과 극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언제나 여행은 원래 계획과 살짝 어긋나기 마련, 작년에 두 달 동안 하와이에 머문 것이 너무 좋아서 올해에도 두 달 정도 지내려고 했지만 내가 살짝 변덕을 부려 하와이에서 5주를 보낸 뒤 나머지 3주동안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의 사막을 누볐다.(라스베가스에서 잠시 놀기도 했다)
여행을 함께 했던 아내는 왜 하와이를 떠나 이딴 곳에 와야 하냐며 투덜거렸지만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집이 편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하와이가 역시 좋다는 것을 위해 사막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더니 더 야단만 맞았다. 하와이와 사막여행의 베스트만을 골라 채널 예스 독자님들에게 살짝, 구경시켜주고 싶다.
하와이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
1. 바디보드로 파도를 타보기
나는 바디 보드(허리 만큼 오는 스티로폼 재질의 보드)로 파도를 타는 걸 더 좋아한다. 가격도 싸고 손쉽게 탈 수 있으며 다리에 핀을 달기 때문에 파도가 없어도 멀리 헤엄치는 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일반 서핑 보드를 배우려면 레슨도 받아야 하고 매번 보드를 빌려야 하니 비용도 만만찮다. 요즘에는 긴 서핑 보드 위에서 노를 젓는 패들링도 유행한다. 생각보다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다리에 하도 힘을 줘서 그런지 다음날 근육통이 생길 정도다.
바디 보드는 와이키키 월(wall) 이라고 불리우는 전망대쪽 벽이나 와이키키 북동쪽 마카푸우 비치, 샌드 비치에서 탈 수 있다. 특히 마카푸우나 샌드 비치는 해변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파도 때문에 바디 보더들이 부상을 입는 것으로 악명높다. 멋들어지게 타는 사람들만 구경하다 나온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는 주로 와이키키 월 왼편의 잔잔한 파도를 탔다. 해가 지기 한 시간 전 쯤에 바다에 나가면 피부도 타지 않고, 파도가 오지 않을 때엔 물속에서 물고기도 구경할 수 있고(수족관이나 다름없다), 바다에 둥둥 떠서 해가 지는 것도 덤으로 볼 수 있다.
2. 하와이 산 맥주 마시기, 그리고 참치 먹기
맥주는 하와이가 아니더라도 줄곧 마셔대고 있지만, 하와이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코나 브루잉 컴패니에서 내는 대여섯 종의 맥주로 하와이 어느 곳에서라도 생맥주나 병맥주로 마실 수 있다. 롱보드 라거(Long Board Lager)는 가작 연한 맥주로 갈증을 시킬 때 먹고, 파이어 락 페일 에일(Fire Rock Pale Ale)은 진지하게 좀 취해 볼까, 라는 마음이 생길 때 마시면 좋다. 물론 IPA 같은 좀 더 쎈 맥주도 있지만 더운 날씨라 참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바는 인공 수로를 조성해 수상 스포츠로 인기가 있는 하와이 카이 지역의 코나 맥주 레스토랑. 기암 절벽의 산과 수로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야외로 뚫려 있는 바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 특히 피자를 먹으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평일 오후에는 해피아워라서 3달러 내외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안주도 반값이다. 집에서는 하와이산 참치(아히)를 슈퍼마켓에서 저렴하게 사서 맥주와 함께 마시곤 했다. 그것도 지루하면 와이키키 한 가운데 100가지 종류가 넘는 생맥주를 파는 야드 하우스(Yard House)에서 밤 11시 이후에 저렴한 해피아워 맥주를 마시면 되고.
3. 일주일 만에 우쿨렐레 배우기
와이키키 해변에 푸아 푸아라는 우쿨렐레 가게가 있다. 관광지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은 가게다. 사람 좋게 생긴 알란이라는 메니져와 친해졌다. 이곳에서 70년대에 만들어진 망고나무의 빈티지 우쿨렐레를 구입했다. 기타를 조금 쳐본 사람이라면 하루 정도, 안 쳐본 사람이라도 일주일이면 가뿐히 우쿨렐레를 칠 수 있다. 아내는 일주일만에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불러 재꼈다. 가게나 쇼핑몰에서 무료 우쿨렐레 강습을 한다. 주말에 바닷가에 나가면 공원에서 평균 연령 6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함께 우쿨렐레를 치고 있는 흐뭇한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작년에 우연히 만난 우쿨렐레 뮤지션 조태준씨와 올해에도 하와이에서 만나 좋은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취재한 코알로하 우쿨렐레 공장에 다시 들러 맛있는 라면 한 박스도 선물하고(취재 후에 멋진 우쿨렐레를 선물 받았기 때문!), 조태준의 스승님인 키모 헛시 할아버지의 멋들어진 재즈 연주도 들었다. 우쿨렐레 페스티벌에도 참석해서 다양한 모양과 음색의 우쿨렐레도 구경했다. 집에 세 대의 우쿨렐레가 있기 때문에 새 우쿨렐레를 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악기가 좋아야 연주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개똥 철학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악기 욕심 보다는 실력을 길러야 할 듯.
네 가지 사막 여행
1. 보레고 스프링스 (Borrego Springs)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주립 공원이자, 공원 안에 마을이 있는 신기한 사막이다. 사막 곳곳에 철제 조각 작품이 130여개나 흩어져 있다. 사막 전체가 갤러리가 되어 녹이 슨 조각 작품이 파란 하늘과 뜨거운 햇살 아래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다. 리카르도 브레세다라는 멕시코 작가의 작품인데 10년 전에 우연히 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집 앞에 공룡 구조물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방대한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아마추어의 열정이 사막에서 예술혼으로 폭발한 것이다. 거대한 용, 소와 말, 성직자와 지프, 선인장까지...
운전을 하다 전시장으로 들어가 비잉 둘러보고 나오는 사막의 맥도널드 스타일의 드라이브 인 갤러리다. 사람들은 주로 이곳에서 ATV나 터프한 산악 오토바이를 즐긴다. 묵었던 곳의 주인장이 천문학자라서 밤에 망원경으로 달을 구경했다. 저녁 어스름에 나타났던 사막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선인장 산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것은 비밀. (예술 사진이라고 자부한다.)
2. 모하비 사막 (Mojave Desert)
로스엔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고속도로를 약간 우회해서 돌아가면 모하비 사막을 통과할 수 있다. 유령이 나올 듯한 폐가도 몇 채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땅이다. 모하비 나무만 뎅그르르 있거나 구멍이 송송 뚫린 도로 때문에 운전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곳에서 화물기차를 만났는데 속도를 조금 내어 앞에서 멈췄다가 기차가 올 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관사도 적적했는지 기적소리로 답을 해 주었다. 그 정도로 쓸쓸한 사막이다. 주유소도, 식당도, 심지어 맥도날드도 없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저 멀리 라스베가스의 불빛이 보였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3. 데쓰 벨리(Death Valley)
한 여름이면 4,50도가 훌쩍 넘어가는 극한의 사막 데쓰 벨리는 라스베가스에서 세 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가면 된다. 초봄이라 20도 내외의 쾌적한 날씨라 사막을 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배드 워터엔 미네랄과 소금이 쓸려 내려와 얼음 스케이트장 같은 하얀 분지를 형성한다. 각도만 잘 잡으면 사하라 사막 같은 모래사막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골든 크릭이라는 트레일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노부부에게 혹시 차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뿔싸! 우리는 자동차 키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경 70킬로미터에 아무런 집도 없고,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은 최악의 여행 시나리오다. 그 노부부는 데쓰 벨리 입구에서 한번 인사를 나눠서 안면이 있는 사이었다. 이 사건으로 바보스러울 정도로 운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경황이 없어서 사례도 못했지만 다시 한 번 땡큐!
4. 밸리 오브 파이어(Valley of Fire)
말 그대로 불의 계곡. 라스베가스 북쪽, 한 시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라 베가스에 들렀다면 손쉽게 가 볼 수 있다. 불같은 적황토가 기암괴석을 이루는 곳이라, 지옥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의 기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인디언이 새겨 놓은 벽화도 있고, 캠핑장, 다양한 트레일 코스가 갖춰져서 가족끼리 오기도 좋다. 사막에서 캠핑하는 청소년들이 있던데 부럽기도 하고, 전혀 부럽지도 않은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밤에는 별을 많이 볼 수 있겠지만 나무 한 그루 없고 뛰어들 물도 없는데 뭘 하란 말인지.
* 여행으로 한동안 위대한 남자들의 러브레터를 쉬었습니다. 이제 다시 열심히 러브레터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아주 뜨거운 러브레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뒷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여행을 함께 했던 아내는 왜 하와이를 떠나 이딴 곳에 와야 하냐며 투덜거렸지만 나쁘지 않은 여행이었다. 집이 편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하와이가 역시 좋다는 것을 위해 사막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더니 더 야단만 맞았다. 하와이와 사막여행의 베스트만을 골라 채널 예스 독자님들에게 살짝, 구경시켜주고 싶다.
하와이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
1. 바디보드로 파도를 타보기
나는 바디 보드(허리 만큼 오는 스티로폼 재질의 보드)로 파도를 타는 걸 더 좋아한다. 가격도 싸고 손쉽게 탈 수 있으며 다리에 핀을 달기 때문에 파도가 없어도 멀리 헤엄치는 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일반 서핑 보드를 배우려면 레슨도 받아야 하고 매번 보드를 빌려야 하니 비용도 만만찮다. 요즘에는 긴 서핑 보드 위에서 노를 젓는 패들링도 유행한다. 생각보다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다리에 하도 힘을 줘서 그런지 다음날 근육통이 생길 정도다.
바디 보드는 와이키키 월(wall) 이라고 불리우는 전망대쪽 벽이나 와이키키 북동쪽 마카푸우 비치, 샌드 비치에서 탈 수 있다. 특히 마카푸우나 샌드 비치는 해변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파도 때문에 바디 보더들이 부상을 입는 것으로 악명높다. 멋들어지게 타는 사람들만 구경하다 나온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우리는 주로 와이키키 월 왼편의 잔잔한 파도를 탔다. 해가 지기 한 시간 전 쯤에 바다에 나가면 피부도 타지 않고, 파도가 오지 않을 때엔 물속에서 물고기도 구경할 수 있고(수족관이나 다름없다), 바다에 둥둥 떠서 해가 지는 것도 덤으로 볼 수 있다.
2. 하와이 산 맥주 마시기, 그리고 참치 먹기
맥주는 하와이가 아니더라도 줄곧 마셔대고 있지만, 하와이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코나 브루잉 컴패니에서 내는 대여섯 종의 맥주로 하와이 어느 곳에서라도 생맥주나 병맥주로 마실 수 있다. 롱보드 라거(Long Board Lager)는 가작 연한 맥주로 갈증을 시킬 때 먹고, 파이어 락 페일 에일(Fire Rock Pale Ale)은 진지하게 좀 취해 볼까, 라는 마음이 생길 때 마시면 좋다. 물론 IPA 같은 좀 더 쎈 맥주도 있지만 더운 날씨라 참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바는 인공 수로를 조성해 수상 스포츠로 인기가 있는 하와이 카이 지역의 코나 맥주 레스토랑. 기암 절벽의 산과 수로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야외로 뚫려 있는 바에서 맥주와 간단한 안주, 특히 피자를 먹으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평일 오후에는 해피아워라서 3달러 내외로 맥주를 마실 수 있고 안주도 반값이다. 집에서는 하와이산 참치(아히)를 슈퍼마켓에서 저렴하게 사서 맥주와 함께 마시곤 했다. 그것도 지루하면 와이키키 한 가운데 100가지 종류가 넘는 생맥주를 파는 야드 하우스(Yard House)에서 밤 11시 이후에 저렴한 해피아워 맥주를 마시면 되고.
3. 일주일 만에 우쿨렐레 배우기
와이키키 해변에 푸아 푸아라는 우쿨렐레 가게가 있다. 관광지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은 가게다. 사람 좋게 생긴 알란이라는 메니져와 친해졌다. 이곳에서 70년대에 만들어진 망고나무의 빈티지 우쿨렐레를 구입했다. 기타를 조금 쳐본 사람이라면 하루 정도, 안 쳐본 사람이라도 일주일이면 가뿐히 우쿨렐레를 칠 수 있다. 아내는 일주일만에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불러 재꼈다. 가게나 쇼핑몰에서 무료 우쿨렐레 강습을 한다. 주말에 바닷가에 나가면 공원에서 평균 연령 6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함께 우쿨렐레를 치고 있는 흐뭇한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작년에 우연히 만난 우쿨렐레 뮤지션 조태준씨와 올해에도 하와이에서 만나 좋은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취재한 코알로하 우쿨렐레 공장에 다시 들러 맛있는 라면 한 박스도 선물하고(취재 후에 멋진 우쿨렐레를 선물 받았기 때문!), 조태준의 스승님인 키모 헛시 할아버지의 멋들어진 재즈 연주도 들었다. 우쿨렐레 페스티벌에도 참석해서 다양한 모양과 음색의 우쿨렐레도 구경했다. 집에 세 대의 우쿨렐레가 있기 때문에 새 우쿨렐레를 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악기가 좋아야 연주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개똥 철학을 갖고 있지만 아직은 악기 욕심 보다는 실력을 길러야 할 듯.
네 가지 사막 여행
1. 보레고 스프링스 (Borrego Springs)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주립 공원이자, 공원 안에 마을이 있는 신기한 사막이다. 사막 곳곳에 철제 조각 작품이 130여개나 흩어져 있다. 사막 전체가 갤러리가 되어 녹이 슨 조각 작품이 파란 하늘과 뜨거운 햇살 아래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낸다. 리카르도 브레세다라는 멕시코 작가의 작품인데 10년 전에 우연히 딸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집 앞에 공룡 구조물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 방대한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아마추어의 열정이 사막에서 예술혼으로 폭발한 것이다. 거대한 용, 소와 말, 성직자와 지프, 선인장까지...
운전을 하다 전시장으로 들어가 비잉 둘러보고 나오는 사막의 맥도널드 스타일의 드라이브 인 갤러리다. 사람들은 주로 이곳에서 ATV나 터프한 산악 오토바이를 즐긴다. 묵었던 곳의 주인장이 천문학자라서 밤에 망원경으로 달을 구경했다. 저녁 어스름에 나타났던 사막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선인장 산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것은 비밀. (예술 사진이라고 자부한다.)
2. 모하비 사막 (Mojave Desert)
로스엔젤레스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고속도로를 약간 우회해서 돌아가면 모하비 사막을 통과할 수 있다. 유령이 나올 듯한 폐가도 몇 채 있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땅이다. 모하비 나무만 뎅그르르 있거나 구멍이 송송 뚫린 도로 때문에 운전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곳에서 화물기차를 만났는데 속도를 조금 내어 앞에서 멈췄다가 기차가 올 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관사도 적적했는지 기적소리로 답을 해 주었다. 그 정도로 쓸쓸한 사막이다. 주유소도, 식당도, 심지어 맥도날드도 없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저 멀리 라스베가스의 불빛이 보였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3. 데쓰 벨리(Death Valley)
한 여름이면 4,50도가 훌쩍 넘어가는 극한의 사막 데쓰 벨리는 라스베가스에서 세 시간 정도 북서쪽으로 가면 된다. 초봄이라 20도 내외의 쾌적한 날씨라 사막을 구경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배드 워터엔 미네랄과 소금이 쓸려 내려와 얼음 스케이트장 같은 하얀 분지를 형성한다. 각도만 잘 잡으면 사하라 사막 같은 모래사막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골든 크릭이라는 트레일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노부부에게 혹시 차 열쇠를 잃어버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아뿔싸! 우리는 자동차 키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경 70킬로미터에 아무런 집도 없고,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이곳에서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리는 것은 최악의 여행 시나리오다. 그 노부부는 데쓰 벨리 입구에서 한번 인사를 나눠서 안면이 있는 사이었다. 이 사건으로 바보스러울 정도로 운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경황이 없어서 사례도 못했지만 다시 한 번 땡큐!
4. 밸리 오브 파이어(Valley of Fire)
말 그대로 불의 계곡. 라스베가스 북쪽, 한 시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라 베가스에 들렀다면 손쉽게 가 볼 수 있다. 불같은 적황토가 기암괴석을 이루는 곳이라, 지옥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의 기괴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인디언이 새겨 놓은 벽화도 있고, 캠핑장, 다양한 트레일 코스가 갖춰져서 가족끼리 오기도 좋다. 사막에서 캠핑하는 청소년들이 있던데 부럽기도 하고, 전혀 부럽지도 않은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밤에는 별을 많이 볼 수 있겠지만 나무 한 그루 없고 뛰어들 물도 없는데 뭘 하란 말인지.
* 여행으로 한동안 위대한 남자들의 러브레터를 쉬었습니다. 이제 다시 열심히 러브레터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아주 뜨거운 러브레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뒷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26개의 댓글
필자
서진
소설가, 한페이지 단편소설 운영자. 장편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12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 2010년 에세이와 소설을 결합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출간. 세상의 가장 큰 의문을 풀 책을 찾아 헤매는 북원더러.(Book Wanderer) 개인 홈페이지 3nightsonly.com
가비
2013.02.28
만다
2013.02.27
sind1318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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