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놀란 사랑의 3단 도시락 - 무라사키 심바치 / 원숭이 재주꾼
이벤트 행사를 다니던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어요. 우리 집사람과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에요. 지방에 공연을 가는데 집사람이, 그때는 여자친구였죠, “도시락 싸줄게.”라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후쿠오카로 가는 날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부끄럽다며 편의점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거예요. 거기서 도시락을 받았죠.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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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발소 집 아들로 어머니의 뒤를 이어서 이발소를 경영할 생각이었어요. 도쿄에서 일을 배우고 있었는데, 일도 거의 다 배우고 해서 야마구치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사촌이 찾아온 거예요. 사촌은 “고향에 돌아가기 전에 같이 초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하더군요.
사촌은 원숭이 재주꾼이었어요. 초밥집 카운터에 앉은 사촌은 “좋아하는 거 맘대로 시켜!”라고 말했어요. 그때 저는 완전히 흥분했죠. 세상에 거기는요, 초밥이 빙글빙글 돌아 나오는 그저 그런 초밥집이 아니었거든요. 술도 마실 수 있는 나이였는데, 비싼 술을 막 내놓는 거예요.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죠. 그때 사촌이 어깨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난 말이야, 일본 전국을 돌면서 매일 밤 이렇게 보내. 원숭이 재주꾼을 하면 이건 일상이야.”
사촌의 아버지, 그러니까 숙부 무라사키 요시마사는 사라져버린 전통 예술82 인 ‘원숭이 서커스’를 부활시킨 분이세요. 그때는 아직 전용 극장이 없던 때라서 전국을 돌며 원숭이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었죠. 숙부와 사촌은 기분파인 제 성격을 이미 파악한 거였어요. 그래서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나 봐요. 어쨌든 그 초밥집 사건으로 저는 원숭이 서커스에 빠지고 만 거죠.
1989년에 아소산 산자락에 원숭이 서커스 전용 공연장을 만든 뒤부터는 그곳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가하기도 하고요. 뉴욕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이벤트 행사를 다니던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어요. 우리 집사람과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에요. 지방에 공연을 가는데 집사람이, 그때는 여자친구였죠, “도시락 싸줄게.”라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후쿠오카로 가는 날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부끄럽다며 편의점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거예요. 거기서 도시락을 받았죠.
그런데 도시락을 연 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3단 도시락이었거든요, 3단! 게다가 그 3단 도시락 말고 따로 작은 도시락이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건 원숭이 칸페이의 도시락이었어요. 바나나하고 키위 껍질을 깔끔하게 벗기고 사과는 토끼 모양으로 깎은 정말 예쁜 도시락이었죠. 칸페이가 그 도시락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저는 완전히 그 도시락에 반하고 말았어요. 이 취재를 결정했을 때 동료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그 유명한 ‘사랑의 3단 도시락!’으로 해버려!”
물론 우리 집사람은 “말도 안 돼!”라고 딱 잘라버렸고요.
원숭이가 먹는 걸 보면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다섯 마리가 있으면 먹는 방법도 다섯 가지죠. 오이를 주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잘 먹는 녀석이 있나 싶으면, 주변의 초록색 부분을 먼저 긁어낸 다음에 속을 잘라 먹고 마지막에 긁어낸 부분을 먹는 녀석도 있어요. 먹는 방법은 성격보다도 ‘부모의 지위’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아세요?
칸페이는 정말 대단해요. 휴식 시간에는 저와 칸페이밖에 없으니까 “괜찮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라고 말해도 볼이 불룩해질 정도로 입안 가득히 넣고 한쪽 발로 귤을 꽉 누르고 또 다른 발로는 땅콩을 잡고 있죠. 그건 또 그것대로 귀여워요. 칸페이, 요구르트 마실래?
사촌은 원숭이 재주꾼이었어요. 초밥집 카운터에 앉은 사촌은 “좋아하는 거 맘대로 시켜!”라고 말했어요. 그때 저는 완전히 흥분했죠. 세상에 거기는요, 초밥이 빙글빙글 돌아 나오는 그저 그런 초밥집이 아니었거든요. 술도 마실 수 있는 나이였는데, 비싼 술을 막 내놓는 거예요.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죠. 그때 사촌이 어깨에 힘을 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난 말이야, 일본 전국을 돌면서 매일 밤 이렇게 보내. 원숭이 재주꾼을 하면 이건 일상이야.”
사촌의 아버지, 그러니까 숙부 무라사키 요시마사는 사라져버린 전통 예술82 인 ‘원숭이 서커스’를 부활시킨 분이세요. 그때는 아직 전용 극장이 없던 때라서 전국을 돌며 원숭이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었죠. 숙부와 사촌은 기분파인 제 성격을 이미 파악한 거였어요. 그래서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나 봐요. 어쨌든 그 초밥집 사건으로 저는 원숭이 서커스에 빠지고 만 거죠.
1989년에 아소산 산자락에 원숭이 서커스 전용 공연장을 만든 뒤부터는 그곳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가하기도 하고요. 뉴욕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이벤트 행사를 다니던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어요. 우리 집사람과 사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에요. 지방에 공연을 가는데 집사람이, 그때는 여자친구였죠, “도시락 싸줄게.”라고 말하는 거예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후쿠오카로 가는 날이었는데,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게 부끄럽다며 편의점 주차장에서 만나자는 거예요. 거기서 도시락을 받았죠.
그런데 도시락을 연 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3단 도시락이었거든요, 3단! 게다가 그 3단 도시락 말고 따로 작은 도시락이 하나가 더 있었는데, 그건 원숭이 칸페이의 도시락이었어요. 바나나하고 키위 껍질을 깔끔하게 벗기고 사과는 토끼 모양으로 깎은 정말 예쁜 도시락이었죠. 칸페이가 그 도시락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저는 완전히 그 도시락에 반하고 말았어요. 이 취재를 결정했을 때 동료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그 유명한 ‘사랑의 3단 도시락!’으로 해버려!”
물론 우리 집사람은 “말도 안 돼!”라고 딱 잘라버렸고요.
원숭이가 먹는 걸 보면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다섯 마리가 있으면 먹는 방법도 다섯 가지죠. 오이를 주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잘 먹는 녀석이 있나 싶으면, 주변의 초록색 부분을 먼저 긁어낸 다음에 속을 잘라 먹고 마지막에 긁어낸 부분을 먹는 녀석도 있어요. 먹는 방법은 성격보다도 ‘부모의 지위’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아세요?
칸페이는 정말 대단해요. 휴식 시간에는 저와 칸페이밖에 없으니까 “괜찮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라고 말해도 볼이 불룩해질 정도로 입안 가득히 넣고 한쪽 발로 귤을 꽉 누르고 또 다른 발로는 땅콩을 잡고 있죠. 그건 또 그것대로 귀여워요. 칸페이, 요구르트 마실래?
- 도시락의 시간 아베 나오미 저/아베 사토루 사진/이은정 역 | 인디고
정성 담긴 소박한 도시락 그리고 그 도시락을 꼭 닮은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큰 시련에 빠져 피폐해져 있던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평범한 사람들의 깊이 있는 감동’으로 위로했다는 반응을 얻었던 에세이로 연이어 두 번째 책이 출간되며 감동을 전하고 있는 책이다. 책에 담긴 도시락의 주인공은 해녀부터 역무원, 고등학생, 원숭이 재주꾼, 항공기 정비사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다. 도시락을 앞에 두고 나눈 이야기에는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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