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순도를 지키다 - 버스커 버스커
버스커 버스커가 1년 반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앨범으로 설레는 봄의 마음을 채워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가을의 우수를 노래하고 있네요. 성실하게 채운 9곡의 수록곡이 한층 더 반가운 버스커 버스커의 새 앨범을 지금 만나보세요.
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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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 버스커 <2집 버스커 버스커>
과거, 드라마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하던 <가을동화>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작품의 대성공 이후 윤석호 PD가 꺼내든 카드는 계절 시리즈의 두 번째 행보인 <겨울연가>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용준은 ‘욘사마’라는, 최지우는 ‘지우히메’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한민국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이끌었으니까.
흥미로운 것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해외에서의 경우와는 달리, ‘<가을동화>를 먼저 선보였던’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겨울연가>가 그에 응당한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성공적인 결과였지만 전작만큼의 성공은 아니었고, 윤석호 PD는 <겨울연가>의 감독이기보다는 <가을동화>의 감독으로 지금까지 우리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다.
계절의 순서는 다르지만, 버스커 버스커 2집을 둘러싼 상황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귀에 와 닿는 음악들은 전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봄의 설렘은 가을의 우수가 대체했고, 사랑에 대한 떨림은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대체했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가 1집을 통해 이미 접했던 문법에서 내용만 대체된 콘텐츠라는 점이다. 변화나 진보를 꾀하기보다는 ‘대체’와 ‘연장’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고민은 이해한다. 1집이 크게 성공했으니 사람들이 반응하는 포인트를 무시할 수 없었을 테고, 이들을 둘러싼 상황 또한 데뷔 때처럼 자유롭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버스커 버스커 2집에는 친근한 선율 속 불편함이 혼재한다. 직설적으로 말해 1집이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우린 이런 노래해요!’를 말하는 느낌이었다면, 2집에서는 (그것이 자의적인 것이든, 회사의 의견이 더해진 것이든) ‘너희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하고 대놓고 귀에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분명 이것은 고민 없이 나올 수 있는 음악들이 아니다. 다만 앨범을 통해 들리는 모든 불편함이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장범준이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들의 활동이 여전히 고무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사랑은 타이밍」 , 「밤」 과 같은 노래들은 여전히 듣는 이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고, 싱글 활동 없이 오로지 앨범으로만 승부를 보는 요즘 보기 드문 태도 또한 진지하다.
그래서 결국, 앨범에 대한 감상은 다시 1집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버스커 버스커의 2집은 이들의 1집이 실제로 얼마나 괜찮은 작품이었는지, 얼마나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음반이었는지를 다시금 반추하게 만든다.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앨범이기에 이후 행보에 족쇄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이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리고 이 작업은 ‘1집의 연장’이 아닌, ‘1집 지우기’로부터 시작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언을 하나 하자. 내년 봄에도 「첫사랑」 과 「벚꽃 엔딩」 은 시내 곳곳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러나 가을에까지 이들의 노래가 불쑥 떠오를지는 미지수다. 버스커 버스커는 여전히 봄의 밴드다. 이 명제를 뒤집지 못한 것이 버스커 버스커 2집이 넘어서지 못한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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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드라마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하던 <가을동화>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작품의 대성공 이후 윤석호 PD가 꺼내든 카드는 계절 시리즈의 두 번째 행보인 <겨울연가>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배용준은 ‘욘사마’라는, 최지우는 ‘지우히메’라는 별명을 얻으며 대한민국 드라마의 한류 열풍을 이끌었으니까.
흥미로운 것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해외에서의 경우와는 달리, ‘<가을동화>를 먼저 선보였던’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겨울연가>가 그에 응당한 화제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성공적인 결과였지만 전작만큼의 성공은 아니었고, 윤석호 PD는 <겨울연가>의 감독이기보다는 <가을동화>의 감독으로 지금까지 우리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다.
계절의 순서는 다르지만, 버스커 버스커 2집을 둘러싼 상황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귀에 와 닿는 음악들은 전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봄의 설렘은 가을의 우수가 대체했고, 사랑에 대한 떨림은 지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대체했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가 1집을 통해 이미 접했던 문법에서 내용만 대체된 콘텐츠라는 점이다. 변화나 진보를 꾀하기보다는 ‘대체’와 ‘연장’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셈이다.
고민은 이해한다. 1집이 크게 성공했으니 사람들이 반응하는 포인트를 무시할 수 없었을 테고, 이들을 둘러싼 상황 또한 데뷔 때처럼 자유롭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버스커 버스커 2집에는 친근한 선율 속 불편함이 혼재한다. 직설적으로 말해 1집이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우린 이런 노래해요!’를 말하는 느낌이었다면, 2집에서는 (그것이 자의적인 것이든, 회사의 의견이 더해진 것이든) ‘너희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하고 대놓고 귀에 들려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분명 이것은 고민 없이 나올 수 있는 음악들이 아니다. 다만 앨범을 통해 들리는 모든 불편함이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그래서 결국, 앨범에 대한 감상은 다시 1집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버스커 버스커의 2집은 이들의 1집이 실제로 얼마나 괜찮은 작품이었는지, 얼마나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음반이었는지를 다시금 반추하게 만든다.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앨범이기에 이후 행보에 족쇄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은 이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리고 이 작업은 ‘1집의 연장’이 아닌, ‘1집 지우기’로부터 시작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언을 하나 하자. 내년 봄에도 「첫사랑」 과 「벚꽃 엔딩」 은 시내 곳곳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그러나 가을에까지 이들의 노래가 불쑥 떠오를지는 미지수다. 버스커 버스커는 여전히 봄의 밴드다. 이 명제를 뒤집지 못한 것이 버스커 버스커 2집이 넘어서지 못한 한계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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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