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무협소설 입문자에게 강력 추천, 『성운을 먹는 자』
김재한 작가의 화제작 『성운을 먹는 자』 의 플롯은 소년만화의 결을 고스란히 따른다. 『바쿠만』 식으로 표현하자면 ‘소년만화의 왕도는 배틀물’. 왕도 중의 왕도의 길을 걷는 작품이다.
글ㆍ사진 임지희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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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스노트』 로 유명한 오바 츠구미ㆍ오바타 타케시 콤비의 『바쿠만』 을 아는가? 스토리 작가와 만화가가 콤비를 이룬 『바쿠만』 은 자신들같이 콤비를 결성한 만화가 지망생 둘이 합작한 작품으로 잡지의 공모전에 출품하고, 데뷔하여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며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이야기다. 실제 일본 만화업계의 일면을 보여주어 만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많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바쿠만』 의 포인트는 ‘만화 그리는 만화로 소년만화의 왕도인 배틀물을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지점이다. 지금 『성운을 먹는 자』 소개 대신 왜 『바쿠만』 이야기냐고?


김재한 작가의 화제작 『성운을 먹는 자』 의 플롯은 소년만화의 결을 고스란히 따른다. 『바쿠만』 식으로 표현하자면 ‘소년만화의 왕도는 배틀물’. 왕도 중의 왕도의 길을 걷는 작품이다. 형운이라 불리는, 모든 것이 평범하고 혹은 그 이하라 핍박받는 삶을 살다가 귀인에게 도움을 받아 스승으로 모시며 무공을 쌓아 최강이 되는 길을 걷는다. 도중에 기재의 부족에 좌절하기도, 혹독한 수련에 도리질치기도 하다 라이벌을 만나고, 아름다운 여인의 등장에 설레기도 하며 힘겹게 성공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간다. 비범한 기운은 있으나 실력은 일천한 주인공이 동료를 만나 힘을 합쳐 적을 물리치고, 우정도 쌓고, 실력도 쌓아가며 점점 더 강한 적수를 물리치고 주인공이 원하는 본질에 점점 다가가는 것. 어라, 어디서 본 적 없나? 있다. 너무 많다. 그럴 것이다. 『성운을 먹는 자』 는 일단 재미 없을 수가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안정적으로 재미를 담보하는 극 진행. 거기에 판타지와 무협. 각종 무술의 이름이 쏟아지고 기기묘묘한 적수들이 쏟아지며 연단술(연금술)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불안정하고도 매력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자 이제 『성운을 먹는 자』 의 디테일을 보자. 실패확률 낮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무엇이 바뀌고 뒤틀렸는지, 어떤 미덕이 추가되었는지. 오십 년에 한 번 하늘에서 거대한 별이 떨어지고, 그 기운을 품은 이가 태어난다. 세상을 능히 지배할 만한 기재를 가지고 태어난 천재들을 탐하는 자가 넘쳐난다. 그런데 주인공 형운은 성운이 떨어진 날에 태어났지만 그 기운의 부스러기도 얻지 못했다. 모두가 탐내고 원하는 주인공이었다면 작품의 제목을 ‘성운을 먹는 자’가 아닌 ‘성운을 타고난 자’로 바꿔야 마땅하겠지. 모자란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 제자로 삼는 이는 연단술사 조직 ‘별의 수호자’의 수석 수호자 ‘귀혁’이다. 그는 성운에 태어난 기재들을 싫어한다. 그래서 천재들을 능가하는 범재를 키우고자 마음을 먹었고, 형운을 이끈다. “어떻게 하늘에게 선택받은 천재를 범재가 이길 수 있나요?”라는 형운의 물음에 귀혁은 답한다. “하늘이 부여한 재능이라 해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것을 이길 방법은 사람이 쌓아올린 것을 활용하는 것이지. …돈이다.” …돈? 청렴하게 산중 깊은 곳에서 폭포수 맞으며 기를 모으고 구름을 밟아도 시원찮을 마당에, 돈? 이거 사파 아닌가? 답은 『바쿠만』 에 나온다. 『바쿠만』 속 아시로기 무토는 소년만화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주제의식과 디테일은 왕도가 아닌 사도에 한없이 가까워 다양한 독자층에 어필한다. 심지어 그들의 데뷔작은 『이 세상은 돈과 지혜』. “부자예요?”라는 질문에 “어, 나 부자.”라고 답하는 스승을 얻어 남들은 귀해서 일생에 한 번 먹어볼까 말까한 연단술로 만든 비약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며 착실히 커나간다.

형운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자는 성운을 타고난 동갑내기 소년 천유하. 모두가 그를 원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동안 시크하게 유하를 도운 뒤 취하려하지 않고 떠나는 귀혁. 유하는 유일하게 자신을 원하지 않는 귀혁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지는 않지만 선택받지 못한 것에 마음을 쓰며 무공을 쌓는다. 당연하게도 형운에게 유하는 라이벌이라기엔 너무 크고 먼 존재. 모든 것을 다 가진 유하에게 맞서기 위해 천하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가인 스승, 귀혁에게 모든 것을 전수 받기위해 노력한다. 아시로기 무토의 라이벌로 등장하는 천재 만화가 니즈마 에이지가 『성운을 먹는 자』 로 치자면 천유하가 아닐까. 엄청난 재능과 노력으로 이미 데뷔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천재. 에이지의 담당자가 되길 원하는 편집자는 차고 넘친다. 기재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몇 곱절에 달하는 노력이다. 잠자리부터 먹는 것 하나까지 수련의 연속인 형운의 날들처럼.

판타지 무협 소설의 독자들은 김재한 작가의 최고작을 『폭염의 용제』 로 꼽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광대해지지만 초반 설정과의 긴밀함을 놓지 않는 치밀함, 매력적인 캐릭터와 특유의 편안한 문체까지. 그렇다면 『성운을 먹는 자』 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판타지와 무협소설의 세계에 입문하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작품. 위에 언급한 작가의 장점을 놓치지 않고, 익숙한 이야기 구조로 소재가 주는 위화감을 누르면서, 거기에 더해 어려운 용어는 부족한 주인공에게 일일이 일러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고 습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돈’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아이템을 끌어와 그 따위 필요 없을 것 같은 세계에 일부러 던져놓아 독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고양감을 준다. 형운의 성장과 귀혁의 가려진 본심, 팽창하는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는 인물들의 뒤를 눈으로 좇아가자. 최신화까지 독파하는 건 시간문제다. 웰컴 투 판타지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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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운을 먹는 자 김재한 저 | 월, 수, 금 연재
무협풍 동양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50년에 한번 성운의 기재라 불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별의 힘을 받은 절세의 기재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이들의 재능이 너무나도 뛰어나기에 언제나 세상이 그들에 의해 요동치고는 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성운의 기재가 태어나는 시기, 그들을 원하는 집단에 의해 핍받받은 객점의 심부름꾼 소년 형운은 기인 귀혁을 만나 제자가 된다. 성운의 기재와 같은 날에 태어났음에도 아무런 재능도 갖지 못한 형운에게 그는 성운의 기재를 능가할 한 가지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그 방법이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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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희

스물다섯 살 이전에는 한 번도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생존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음악, 소설, 만화, 스포츠 등에 관한 글을 쓰며 생존해왔다. 한 가지를 파고들어 지식과 애정을 갖는 걸 좋아하므로 무언가의 애호가라는 말이 적합하나, 지인들은 그냥 오타쿠라 칭한다. 「스쿱」, 「브뤼트」 등을 거쳐 현재 ‘만화 없는 만화 웹진’ 「ACOMICS」 에디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