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록 밴드 넬(Nell)의 위대한 여정
중력의 영향권에서 머물었던 넬이 아닙니다. 시점의 변화가 돋보이는 넬 3부작의 완결편을 소개합니다. 기존 팬들의 귀에도, 새로운 팬이 될 이들의 귀에도 낯설지 않은 음악일 것 같네요.
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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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Newton's Apple』
넬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멜로디 메이킹, 감정선에 크게 의존하는 가사처럼 이들만의 특징은 한결같지만 음악만큼은 팝에서 갑자기 록의 외피를 입고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들다가 어쿠스틱의 향취를 뒤집어써버리는 등 부단한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때때로 피상적일 때도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유효타가 지금까지의 동력을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발표해왔던 3부작의 완결편이다. 『Holding Onto Gravity』 에서 『Escaping Gravity』 로 중력의 영향권에서 머물던 전작의 콘셉트가 이번에는 『Newton's Apple』 이름과 함께 중력을 발견하고 관조하는 입장으로 시점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일견 흥미로워 보이지만 수록곡들과 절묘하게 조응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의 두 작품과 신보의 색채를 의도적으로 분리시켰다는 점에서 다소 영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곡들로 한 개 CD분량을 채워냈다는 점에서 밴드의 적극적인 창작 욕구가 엿보인다. 미리 공개되었던 앨범들이 한 방향으로 정향되어 있었던 것에 비해 『Newton's Apple』 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품고 있다. 어쿠스틱의 질감으로 대담하게 다가오는 「타인의 기억」 을 듣다가 보컬에 이펙트를 주고 비트를 강조하는 「Newton's apple」 이나 「환생의 밤」 을 들으면서 앨범의 다채로움을 발견한다.
바로 이전의 정규 앨범 『Slip Away』 에서 상대적으로 늘어지고 수동적으로 다가오던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밀도 있게 구성되었다. 언뜻 「백색왜성」 시절의 넬이 떠오르기도 한다. 3부작으로서 다양한 모습들이 담기면서 작품 전체가 보편적이고 고르게 짜였다. 어떤 시도를 보인다기 보다는 이전의 행보들을 두 장의 CD속에 나눠 담은 인상이다.
단편적인 특징만으로 평가내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넬은 스스로가 축조한 클리셰와 변화 사이에서 주춤하고 있다. 어떤 곡을 가지고 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과 멜로디 라인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이펙터나 연주 심지어는 가사의 디테일까지 변화를 주면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큰 틀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도 세밀한 부분의 차이가 주는 약간의 기대를 알기에 팬들은 이 유사품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돈다는 식의 비유나 「침묵의 역사」 와 같은 현학적 제목이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가볍고 허탈하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넬에 대한 기대를 단 몇 마디로 일축하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어느 순간 다 알았다고 생각했던 밴드가 홀연히 나타나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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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에 대한 탐닉 - 넬, 니키 미나즈, SAZA최우준
-음악의 순도를 지키다 - 버스커 버스커
넬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멜로디 메이킹, 감정선에 크게 의존하는 가사처럼 이들만의 특징은 한결같지만 음악만큼은 팝에서 갑자기 록의 외피를 입고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들다가 어쿠스틱의 향취를 뒤집어써버리는 등 부단한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때때로 피상적일 때도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유효타가 지금까지의 동력을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발표해왔던 3부작의 완결편이다. 『Holding Onto Gravity』 에서 『Escaping Gravity』 로 중력의 영향권에서 머물던 전작의 콘셉트가 이번에는 『Newton's Apple』 이름과 함께 중력을 발견하고 관조하는 입장으로 시점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일견 흥미로워 보이지만 수록곡들과 절묘하게 조응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의 두 작품과 신보의 색채를 의도적으로 분리시켰다는 점에서 다소 영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이전의 정규 앨범 『Slip Away』 에서 상대적으로 늘어지고 수동적으로 다가오던 분위기보다는 좀 더 밀도 있게 구성되었다. 언뜻 「백색왜성」 시절의 넬이 떠오르기도 한다. 3부작으로서 다양한 모습들이 담기면서 작품 전체가 보편적이고 고르게 짜였다. 어떤 시도를 보인다기 보다는 이전의 행보들을 두 장의 CD속에 나눠 담은 인상이다.
단편적인 특징만으로 평가내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넬은 스스로가 축조한 클리셰와 변화 사이에서 주춤하고 있다. 어떤 곡을 가지고 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과 멜로디 라인에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이펙터나 연주 심지어는 가사의 디테일까지 변화를 주면서 활기를 불어넣는다. 큰 틀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도 세밀한 부분의 차이가 주는 약간의 기대를 알기에 팬들은 이 유사품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돈다는 식의 비유나 「침묵의 역사」 와 같은 현학적 제목이 주는 무게감은 생각보다 가볍고 허탈하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에서 넬에 대한 기대를 단 몇 마디로 일축하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어느 순간 다 알았다고 생각했던 밴드가 홀연히 나타나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버렸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관련 기사]
-전세계를 열광시킨 싱어송라이터 러시안 레드(Russian Red), 본드걸로 변신하다
-리듬에 맞춰 박수쳐보자! 자보아일랜드(Javo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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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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