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부활을 이룬 캐릭터의 힘!
마블의 그래픽 노블, 영화를 보면서 ‘마블 유니버스’의 지형도를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이야기와 설정이 겹치고 이어지면서 만들어지는 관계들을 찾아보는 것은 복잡한 미로를 풀어가는 재미다. 지도를 찾아 마블 유니버스를 헤매다 보면 결국 도착하는 지점은 캐릭터다.
글ㆍ사진 김봉석
2014.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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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이 직접 영화사를 만들어 <아이언맨>을 제작하기 전 영화 판권을 팔아치운, 울버린을 포함한 엑스맨, 스파이더맨, 헐크, 판타스틱 포 등은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마블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독자적인 ‘마블 유니버스’를 한창 만들어가는 21세기이지만,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의 판권이 다시 마블로 돌아오는 일은 보기 힘들 것 같다. 데어데블과 엘렉트라처럼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시 판권이 돌아온 경우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고. 다만 <시빌 워> 같은 대형 이벤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은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한때 파산 지경이었던 마블이 부활한 것은 무엇보다 캐릭터의 힘이었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등 인기 캐릭터는 물론 새로운 캐릭터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오래 된 캐릭터를 리부트하고, 조연에 머물렀던 캐릭터에게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여 부각시키는 등등. 캡틴 아메리카의 절친이었던 버키는 임무 중 사망했다는 말만 나왔을 뿐 죽는 과정이 만화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에드 브루베이커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 새로운 설정으로 버키를 부활시켰고 스티브 로저스가 죽은 후에는 캡틴 아메리카가 되었다. 엘렉트라와 퍼니셔처럼 조연으로 등장했다가 인기 캐릭터가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판타스틱

(좌) <아이언맨 쉴드 국장> 
(우) <토르 옴니버스>

 

영화산업에 뛰어든 마블은 거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했다. 만화로 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영상에서의 ‘마블 유니버스’를 재구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아이언맨>이 성공을 거둔 후 <토르> <캡틴 아메리카> <인크레더블 헐크>가 이어진 것은 <어벤져스>를 위한 과정이다. 판권이 없는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어벤져스에 포함시킬 수 없기에 정부가 주도하는 어벤져스 이야기인 <얼티미츠>를 미리 출간하고, 영화 <어벤져스>에서 만화에서 나온 앤트맨이 등장하지 않기에 <앤트맨>의 영화화는 서두르지 않았다. 앤트맨인 행크 핌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과학자이지만 아내인 와스프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타인에 대한 질투심으로 스스로를 망치는 불안정한 인물이다. 그리고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악역인 울트론 로봇을 창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화 <앤트맨>은 감독이 바뀐 후 대기 중이다.

 

판타스틱

 (좌)<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우) <토르:천둥의 시대>

 

이번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이미 <어벤져스>에서 치타우리 외계인의 침공을 보여주긴 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초반에 잠깐 지구를 보여주는 것 말고는 모든 배경이 머나먼 우주의 어딘가이다. 혼혈인 스타로드 말고는 지구인이 등장도 하지 않는다. 영화만 봐서는 대체 어떻게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연결고리가 맺어질지 궁금하다. 하지만 출간된 만화를 보면 그림이 떠오른다.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가 쓰고 스티브 맥니븐 등이 그린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는 우주로 나간 아이언맨이 ‘가디언즈’와 함께 지구를 침공하는 바둔의 공격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스타로드를 비롯하여 가모라, 드랙스 등이 어떤 인물인지를 하나씩 설명한다. 영화에서의 드랙스는 로난에게도 이기지 못할 정도지만, 만화에서는 우주 최강의 타노스를 죽일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다. 만화를 보고 그들의 과거를 알게 되면 영화를 볼 때 더욱 흥미롭다.

 

마블의 약진은 무엇보다 영화의 성공 때문이지만 근저에는 두터운 역사와 다양한 스토리를 지닌 캐릭터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영화로 매력을 느낀 캐릭터가 궁금하다면, 영화에 묘사된 슈퍼히어로들의 관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미 출간된 만화를 보면 된다. 마블 캐릭터 중 언제나 인기 순위 상위인 울버린을 알기 위해서는 배리 윈저 스미스의 <웨폰 X>가 좋다. 불사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뮤턴트 울버린의 몸에 아만다티움이 주입되고 최강의 발톱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 누구도 지배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울버린의 야수성이 대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걸작이다.

 

멋있게 생겼으나 머리가 나쁜 토르에 대한 이야기는 맷 프랙션이 쓰고 카리 에반스 등이 그린 <토르:천둥의 시대>가 있다.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신적인 존재들. 하지만 아스가르드의 그들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욕망과 두려움, 슬픔에 괴로워한다. 다만 환경이 다르고, 그들의 육체가 월등할 뿐이다. <토르:천둥의 시대> <토르:옴니버스>는 아스가르드의 역사와 함께 토르, 오딘, 록키 등이 어떤 인연으로 엮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판타스틱

(좌) <아이언맨:익스트리미스>

(우) <퍼니셔:웰컴 백, 프랭크>

 

아이언맨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그리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면서 최고의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과 알콜중독으로 고뇌하는 만화 속의 토니 스타크는 결코 밝고 화사한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우니 주니어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재해석된 토니 스타크는 약점이 있지만 한없이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아이언맨3>에 등장하는 익스트리미스는 워런 엘리스의 <아이언맨:익스트리미스>에 나온다. 영화에서 악당들의 무기로 개발된 익스트리미스 바이러스는, 만화에서 토니 스타크에게 주입되며 아이언맨의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아이언맨의 출발도 그랬듯이, 기술이란 결국 누가 쓰는가에 따라 선악이 결정된다.

 

맷 프랙션이 쓰고 살바도르 리로카가 그린 <인빈시블 아이언맨>에서는 <시빌 워> 이후 S.H.I.E.L.D의 국장이 된 토니 스타크가 최악의 위기를 맞는 상황이 그려진다.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그린 고블린’ 노먼 오스본이 국장 자리에 오르면서 토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이런 상황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 하이드라의 공격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긴 S.H.I.E.L.D의 퓨리 국장이 일단 하이드라를 퇴각시키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국장 자리에서 물러나 모습을 감추는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어지는 <어벤져스>의 3편에서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타노스가 최종 보스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3편에서는 기존의 어벤져스에 가디언즈가 합세하는 모양새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영화와 만화를 오가다 보면 캐릭터를 알아나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들도 만화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전직 FBI 요원이었던 프랭크 캐슬이 마피아에게 일가족을 잃고 복수에 나서 몽땅 죽여 버리는 <퍼니셔>는 1988년에 돌프 룬드그렌 주연으로, 2004년에는 톰 제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초인적 능력이 없는 퍼니셔는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캐릭터이지만, 여타의 액션영화 주인공과 별 차별성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나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칼로 쑤셔대는 복수의 화신은 이미 영화에도 많으니까. 하지만 가스 이니스가 쓰고 스티브 딜런이 그린 <퍼니셔:웰컴 백, 프랭크>를 보면 퍼니셔가 그런 인물들과는 다른 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악당을 잡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어데블보다도 악랄하고, 단순한 자경단을 넘어 진정한 악과 정면으로 맞서는 영웅이 ‘인간적’인 퍼니셔다.

 

최근 배트맨으로 캐스팅된 벤 에플렉이 연기했던 데어데블은 판권이 다시 마블로 돌아와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어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대신 청각으로 ‘보는 것’ 이상의 능력을 얻게 된다. 우범지역인 헬스키친에서 자라나 변호사가 되었지만 밤에는 잔혹하게 악을 응징하는 데어데블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슈퍼히어로다. 프랭크 밀러가 쓰고 데이비드 마주켈리가 그린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서는 데어데블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는다. 전 애인이 데어데블의 정체를 폭로하고, 숙적인 킹핀은 맷 머독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집, 직업, 친구와 연인, 신용 등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완벽하게 바닥으로 떨어진 머독은 다시 시작한다. 자신이 왜 데어데블이 되었는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일어선다.

 

마블의 그래픽 노블, 영화를 보면서 ‘마블 유니버스’의 지형도를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이야기와 설정이 겹치고 이어지면서 만들어지는 관계들을 찾아보는 것은 복잡한 미로를 풀어가는 재미다. 지도를 찾아 마블 유니버스를 헤매다 보면 결국 도착하는 지점은 캐릭터다. 모든 것은 캐릭터에서 출발했고, 그들의 역사를 따라가면 ‘마블 유니버스’도 자연스레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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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토르 #마블 #가디언즈오브갤럭시 #퍼니셔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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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2014.08.21

최근 주춤해졌던 코믹계,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과 옛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각색을 통한 새로운 관점. 여러 내용들과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 다시금 이시대에 맞는 히어로들을 원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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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낭만푸우

2014.08.20

맞아요. 캐릭터의 힘. 심지어 영화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꾸역꾸역 보잖아요. 심지어 저처럼 피겨를 모으는 사람들도 있구.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언맨은 영화로 더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구... 그나저나 이 캐릭터들을 블럭 완구와 같아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 같아요. 계속 영화로 만들 수 있으니깐. 무궁무진의 조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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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08.20

멋진 캐릭터는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캐릭터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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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