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자신하는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하게 만드는 책이 출간됐다.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하는 『멍청한 소비자들』. 심리마케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범상규 저자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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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의 저자 범상규는 “배고플 땐 쇼핑을 삼가라”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배고픔을 느낄 때 물건을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할인 중인 마트에서는 가급적 냉동식품 코너를 피해야 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마트에서는 살찌기 쉬우며, 건강하지 못한 할인 식품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나는 다르다”고 반론을 제기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다만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라고.

 

『멍청한 소비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의 관점에서 9가지 소비 패턴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분류하고 있다. 루머소비, 명품소비, 결핍소비, 공짜소비, 고독소비, 중독소비, 에코소비, 공간소비, 그리고 미래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한 사회가 담고 있는 상황의 요소들이 소비자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의사결정자의 심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본다. 독자들은 책을 다 읽을 즈음에 분명 자신의 가계부, 또는 지갑에 껴둔 오래된 영수증들을 들여다보게 된다.

 

대학에서 통계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 범상규는 현재 심리마케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의 심리적인 이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2년 YTN라디오 ‘소비심리’ 코너에 고정 출연했으며,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 ‘소비트렌드노트’를 담당했다. 그밖에도 다수의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칼럼을 기고하며,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는 등 심리마케팅을 널리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NON 호모이코노미쿠스』『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이 있다.

 

 

숨겨진 대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멍청한 소비자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는 ‘소비의 심리학’입니다. ‘소비 심리학’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소비 주체이자 선택의 주체인 소비자는 이성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인지하고 있는 정보를 적절히 이용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일상생활의 선택들 중 90%에 달하는 선택들이 무의식적이면서도 비이성적으로 결정됩니다. 이처럼 소비자는 이성보다 감정이나 정서와 같은 심리상태에 더욱 의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행동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즉 ‘소비 심리학’은 소비자의 행동을 이성 혹은 합리성이 아닌 심리학의 프레임을 통해 분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반어적인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멍청한 소비자들』은 반어적 표현입니다. 현대의 소비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뛰어난 수많은 도구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매우 합리적인 의사결정자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비합리적인 소비자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주길 바라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챕터 4 ‘공짜소비’에서 “공짜 점심은 없다”고 지적하셨는데요. 매우 동감했습니다.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비행위를 보면, 반드시 얻게 된 이득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가격 할인이나 심지어는 공짜로 제공되는 상품일지라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는 반드시 지불하고 있지만, 교묘히 숨겨진 마케팅수단 때문에 공짜인 것처럼 인식될 뿐입니다. 심지어는 내가 얻은 이득에 대해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그 대가를 치러주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은 적정이윤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짜소비에 대응하는 현명한 행동은 이득에 현혹되지 않고 숨겨진 대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챕터 5 ‘고독소비’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1인 소비시장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광범위한 소셜네트워크가 사회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현대사회일수록 ‘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결망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모두 다 연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는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단절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SNS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극단적으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접촉을 선호하는 개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1인 소비시장이 성장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함께하면서도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시장이지요.

 

‘소비자 심리학’에 대한 정통한 정보와 지식을 지니신 저자님도 이런 심리 마케팅에 현혹되어 그야말로 ‘멍청한 소비자’가 되셨던 경험이 있나요?


비싼 제품일 경우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애쓰기 때문에 심사숙고를 하지만, 소량이나 소액으로 구매할 경우 종종 멍청한 결정을 내리곤 합니다. 마트에서 화장지를 고르기 위해 단순히 개수만을 따지거나, 믹스커피를 살 때 가격이나 취향보다 덤으로 몇 개 더 주는 브랜드에 손이 가기도 합니다. 배고픈 상태에서 식품코너를 지날 땐 생각지도 않던 먹거리를 사기도 합니다. 백화점에서 17만 원 구매 후 2만 원짜리 상품권 때문에 예기치 않게 3만 원을 더 채우기도 합니다. 사용한 적도 없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적립 때문에 특정 브랜드만 고집하기도 하고요. 저도 사람이지요(웃음).

 

마케터를 꿈꾸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마케팅의 주체는 기업이나 마케터가 아닌 반대편에 서있는 소비자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항상 이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정작 소비자는 사용가치를 따지게 됩니다. 사용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마케터 자신도 소비자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상품을 팔 수 있어야 합니다.

 

『멍청한 소비자들』을 만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대인처럼 정보에 능통하고 많은 식견을 가진 소비자는 역사 이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주어진 조건에서의 선택행위도 잘하는 똑 부러진 소비자라고 생각합니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비합리적인 소비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비합리적인 소비자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비를 이해할 때 비로소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이며, 시장을 현명하게 파악하는 유능한 마케터가 될 것입니다. 『멍청한 소비자들』이 이러한 길을 조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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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소비자들 범상규 저 | 매일경제신문사
[멍청한 소비자들]의 저자 범상규는 ‘비합리적인 소비행동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서는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심리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 9가지를 소개한다. 분위기, 폭탄세일, 전문가 인용 등 눈에 띄는 광고부터, 상품진열, 가격전략, 공간구성 등 보이지 않는 마케팅 기법까지 소비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마케팅의 요소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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