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의 영역을 모두 흡수한, 트레이 송즈 < Trigga Reloaded >
슬로우잼이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이지만, 래칫 뮤직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장르의 향수를 지니며 자신이 알앤비의 근원을 잇고 있음을 강조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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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머스타드의 래칫은 트레이송즈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동안에도 힙합 알앤비를 자주 들려주었지만, 박자와 맞물리는 지점에 적극적으로 랩 싱잉을 한다. 심플하게 찍힌 비트와 그 사이를 가볍게 움직이는 보컬이 유려하다.

 

랩과 가창을 번갈아하며 민첩하게 움직이는 「Foreign」는 전반부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다. < Trigga Reloaded >는 슬로우잼 가수가 가진 또 다른 재능을 매끄럽게 풀어내고, 이런 트랙들을 앞쪽에 배치해 트렌디하다는 인상을 준다. 과욕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흐름이나 구성이 어렵지 않다. 균일한 리듬과 기타, 클랩 등의 간소한 소리 역시 집중을 돕는다.

 

전 작에서 마주했던 멜로디 메이킹의 한계를 극복하자, 좋은 곡들이 많이 들린다. 「Serve it up」, 「Cake」 등 비슷한 범주에 놓인 곡들 역시 개별적인 특징을 쥐고 있다. 대부분의 노래에서 트레이송즈는 핵심을 강조하고, 그 밖의 구간은 직선적인 가창이나 기교를 최소화한다. 강렬한 분위기와 보컬 실력을 자랑했던 전 앨범 < Chapter V >과 대조된다.

 

이로써 감상은 훨씬 편안해졌고, 유도하고자 했던 선율이 명확히 들린다. 몇몇 후렴에서는 익숙한 라인을 마주할 수 있는데, 푸지스(Fugees)의 「Fu-gee-la」를 가져온 「Na na」를 비롯하여, 「About you」는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You're so vain」을 알앤비의 영역으로 새로이 다듬었다. 특히 「Change your mind」와 「What's best for you」는 정직하게 진행되는 멜로디나 편곡이 2000년대 알앤비 스타일과 닮아있음에도, 깔끔하게 흘러간다.

 

위의 두 트랙은 다소 부진한 후반부에서 18트랙의 긴 호흡을 끝까지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런 덕분에 담백한 곡들은 「Slow motion」보다 뇌리에 남아, 이번 앨범의 한 면을 장식한다. 슬로우잼이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이지만, 래칫 뮤직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장르의 향수를 지니며 자신이 알앤비의 근원을 잇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런 부분이 음악이 뒤섞이는 경계에서 재료를 흡수하는 데만 집중했던 크리스 브라운, < X >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비슷한 성격의 가수 사이에서 그는 흑과 백의 영역을 모두 흡수하며 우아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2015/07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

 

 

 

[관련 기사]

- 비교적 덜 알려진 마이다스의 손, 피제이

- 여름을 잊게 하는 앨범, 나인 뮤지스 < 9MUSES S/S EDITION > 
- 선율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테임 임팔라 < Currents > 
- 이루펀트의 첫 앨범 < Eluphant Bakery >

- 입체적인 음악을 표현한, 혁오 <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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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송즈 #힙합 알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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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