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예스24 문학캠프 양평’ 의 주인공은 김애란 작가와 김성중, 손보미, 정용준 작가였다. 그리고 진짜 주인공은 바로,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100명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이번 행사에 스태프로 함께 참여했다.
지난 9월 12일 토요일 이른 아침, 예스24 독자 100여 명과 스태프들은 여의도 예스24 사옥 앞에서 만나 한 명 한 명 자기 소개를 했다. 충북. 전북.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모였다. 모녀 사이도 있고 선후배나 친구 사이 혹은 혼자 참석한 독자들도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KTX를 타고 온 분, 전날 오셔서 찜질방에서 자고 왔다는 분들을 보며 이 행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는지와 더불어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분들은 가는 내내 문학 얘기를 나누더니 저녁 식사시간에도 손 잡고 걸어가며 여전히 이런저런 담소를 나눴다. 아쉽게도(?) 남녀 사이는 아니었고 여자 두 분이었는데 지역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좋은 문학 친구를 만난 듯 보였다. 그 동안 얼마나 문학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리웠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문학캠프에서 만나서 결혼하신 분도 있고 따로 조별 모임을 하며 친목을 이어가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문학 퀴즈를 하는 시간의 진풍경은 아마 그곳에 있던 사람들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뜨거운 문학퀴즈의 열기
어찌 이런 문제들을 다 알 수 있을까? 싶은데 문제가 나오기 무섭게 ‘정답!’을 외치며 정답을 맞추는 사람들. 무림고수들의 한판승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동행한 <채널예스> 기자는 "주위에 문학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며 그저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김애란 작가는 실제 오프라인에서 접촉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작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워낙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서 인지 김애란 작가의 작고 느린 듯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듣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독자들을 만나고 돌아가면 새로운 글을 쓸 힘을 얻는다고 하셨으니 종종 독자들과 만남을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국에서 독서 인구는 계속 줄어 들고 있다. 가구당 월 평균 서적 구입비가 1만 3,330원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비중을 나누다 보면 문학의 비중은 점점 더 줄고 있고 문학계 안팎에는 좋은 소식 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많았던 한 해였다.
정용준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글을 안 읽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외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많다고. 한때는 누구나 취미란에 ‘독서’와 ‘음악 감상’을 써 넣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가 독서와 음악 감상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미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시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독서란 취미는 상당히 고전적이고 외로운 취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 속에서 전자책으로 소설 한 권 구입해서 읽으며, 마지막에 스태프 중 누군가 중얼거렸던 말이 생각났다. “대중들이 여기 모인 사람들 만큼 문학을 사랑하고 책을 많이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독서가 취미인 시대가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덧붙이는 말)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은데 정답을 외치는 퀴즈들이란? 이런 것이다.
-> 심재천 작가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에서 ‘나’는 ‘지원자격 : 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에서 ‘넌 꺼져’라는 목소리를 듣고, 꺼지기로 결심합니다. 이 때 ‘나’의 토익 점수는 몇 점이었을까요?
<작가들의 추천 도서>
손보미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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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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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아르토 파실린나의 블랙유머를, <크리미널 마인드>의 마지막 명언을, 김기덕과 홍상수를 좋아하지만 어둡지 않아요. 밝고 유머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여자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