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라 데이(Andra Day), 진한 알앤비 앨범의 완성
재즈, 소울 등의 흑인음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보컬은 물론, 작곡 전반에 참여할 정도의 역량은 이미 검증된 아티스트임을 증명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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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떠오른다. 재즈와 소울, 펑크를 한데 엉겨놓은 반주와 그 위를 자유로이 거니는 탁한 목소리. 일각에선 안드라 데이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재즈를 주무르는 능력, 다듬어 지지 않은 빌리 홀리데이의 감정선, 그리고 아델의 음역대와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치켜세운다. 앨범의 전반부를 담당하는 둔탁한 비트와 빈티지한 보컬,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사운드에 자전적 가사도 남다르다. 정말로 ‘암사자 에이미’가 연상된다. 「Only love」에 등장하는 DJ 재지 제프(Jazzy Jeff)의 스크래칭은 복고풍 감수성을 현재와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지금’을 놓지 않는 감각마저도 닮아있다.

 

에이미의 「You know I’m no good」을 연상케 하는 라틴풍의 「Only love」를 비롯해 재즈 색채가 강한 곡들이 연달아 흘러 나오며 블루스 혹은 모던 재즈에 대한 단상을 이어갈 때 즈음 등장하는 「Not today」는 60~70년대 이지리스닝을 구현해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를 분기점으로 디스코의 문법을 녹여낸 「Mistakes」와 이후 이어지는 후반부의 팝 트랙들은 수용층의 범위를 늘릴 만큼 충분히 대중적이다. 「Rise up」은 희망적인 가사와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폭발적인 그의 목소리로 교육 캠페인 「Better make room」의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Cheers to the fall」은 금방이라도 카페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다.

 

장르 간 크로스오버 덕분에 흔한 팝 멜로디에 더해진 재즈적 터치는 지루함을 상쇄한다. 섹시한 분위기 속에서 도발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Honey or fire」은 오르간을 통해 빈티지함을 극대화 하여 마치 어른의 사랑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앨범 전체에 걸쳐 R&B 소울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재즈 뿐 아니라 록 사운드도 적지 않게 들려오는 데 이는 네오소울의 거장 라파엘 사딕과 밴드 더 건(The gun)을 이끈 애드리안 거비츠가 트랙을 양분하여 편곡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례로 「Rearview」는 군더더기 없는 소프트 록을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앨범이지만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다른 이의 색이 겹쳐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Only love」와 피아노 중심의 악기 편성이 돋보이는 「Red flags」, 흔치 않은 목소리 톤까지. 그러나 안드라 데이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도, 누군가를 모방하지도 않는다. 재즈, 소울 등의 흑인음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보컬은 물론, 작곡 전반에 참여할 정도의 역량은 이미 검증된 아티스트임을 증명한다.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진한 알앤비 앨범.

 

2016/04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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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라 데이 #알앤비 #Cheers To The Fall #흑인음악 #재즈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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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