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작가는 2015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 한국 그림책 작가로 촉망 받고 있다. 건축학과를 전공한 작가답게 『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한다. 직선과 곡선, 노랑과 파랑만으로 이루어진 『벽』은 우리를 마술 같은 공간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평평한 바닥에 『벽』을 내려놓고 손으로 한 장면씩 넘기면, 머릿속에 공간 전체와 부분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림 속 아이를 쫓아갔을 뿐인데, 마치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처럼 공간 감각을 일으킨다.
『벽』으로 2016년 황금도깨비상 우수상을 받은 정진호 작가는 『흙과 지렁이』로 인천시립박물관 창작 동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부엉이』로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린 책으로는『투명 나무』, 『하얀 소금』, 『지혜로운 아벨라』, 『미녀와 야수』, 『노란 장화』등이 있다.
『벽』을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벽』 은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책입니다. 책에 등장하는 벽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을 가로막는 물질적인 벽, 혹은 마음과 마음 사이를 가로막는 선입견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중요한 것은 벽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이 쪽과 저 쪽, 안과 밖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을 이야기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벽』은 2016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입니다. 전작도 그렇고, 작업하시는 작품마다 국내외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데요. 작품을 시작하시기 전에 어떤 점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에 가장 큰 무게를 둡니다. ‘내가 이 이야기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를 고민하며 주제를 강화해 가고 ‘이야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표현으로 발전되는 식입니다. 결국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품『벽』을 연출하실 때 건축학적 관점이 그림책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소재와 표현 방법에서 반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벽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는 건축 요소입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도 건축적 의미가 담긴 벽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꼭 벽을 소재로 그림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했습니다. 표현적으로도 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는 투시도법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소실점을 이용한 투시도법은 르네상스 건축가들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지요. 이후로도 건축물을 그릴 때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림책에 접목하면 어떤 느낌일까 의문이 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재미있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전작인『위를 봐요!』와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작가님께 주는 영감은 어떤 것인가요?
『위를 봐요!』는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벽』도 양쪽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보다’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겉을 관찰하는 것뿐 아니라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보는 일에 속하는 것이죠. ‘어떻게’ 보냐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항상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하나’를 고민합니다. 제 그림책의 많은 부분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벽』을 보면 ‘안과 밖’, ‘앞과 뒤’, ‘볼록함과 오목함’, ‘오른쪽과 왼쪽’과 같은 공간에 대한 상대성이 등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관점에 대한 메시지를 함축적이고 시각적으로 표현하셨다고 생각하는데, 보면 볼수록 그림이 참 묘합니다. 작가님께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으신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예전부터 공간을 지각하고 느끼는 감각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선천적인 것일까? 아니면 길러지는 것일까? 하고요. 좋은 건축물과 공간들을 만날수록 드는 생각은 공간에 대한 인지 능력은 길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인 그림책에서 이런 공간의 체험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이 벽 뒤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면 <벽>이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림이 간결해서 어린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지만 언론에서는 ‘요즘 같은 불통의 시대,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라는 리뷰가 달렸습니다. 폭넓은 독자층이 같은 책을 두고 자신만의 포인트로 책을 감상하며 울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마법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감상했으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그림책은 읽는 연령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 아이들‘도’ 읽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접하는 아이들에겐 물질적인 벽 자체를 가지고 하는 공간적인 놀이와 경험에 메시지를 두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벽』을 마음의 문제로 읽으리라 생각합니다. 캐릭터도 옷을 입고 있지 않지요. 구체적인 조건을 주기보다 다양한 상상을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읽는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조금 여지를 두자면, 앞면지와 뒷면지를 자세히 관찰했으면 합니다. 『벽』속에 등장하는 벽은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끝나는지, 마지막에 등장한 친구는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더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나요?
서점에 가 보면 감탄이 나올 만큼 섬세하고 감각적인 그림책이 많습니다. 제 그림책은 섬세하지도, 그림이 감각적인 것도 아닙니다. 색도 적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가끔 다른 그림책들과 비교하면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제가 잘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입니다. 못하는 것을 고치기보다 잘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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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정진호 글 | 비룡소
저자 장진호는 건축학과를 전공한 작가답게 『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간을 색다르게 해석합니다. 직선과 곡선, 노랑과 파랑만으로 이루어진『벽』은 우리를 마술 같은 공간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평평한 바닥에 『벽』을 내려놓고 손으로 한 장면씩 넘기면, 머릿속에 공간 전체와 부분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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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