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앞에는 ‘써야 하는’ 글이 상당히 많다. 자기소개서, 이메일, 보고문부터 독서 감상문, 논술문, 인터넷 글쓰기에 이르기까지 글의 종류도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학년이 높아질 때마다, 진학과 취업에 이르는 단계마다 글쓰기라는 관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양해진 글의 종류에 맞게 특별한 글쓰기 전략이 필요하다. 『글쓰기 기본기』는 글쓰기라는 어려운 과제를 앞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참조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글쓰기 안내서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글쓰기의 기본적인 법칙과 핵심 사항을 이해하면서 막막하던 글쓰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단지 글 잘 쓰는 테크닉에 머무르지 않고 익혀야 할 삶의 태도까지 우리에게 전해 준다. 정직함, 탐구심, 겸손,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성실함 등등 좋은 글의 요건이란 곧 좋은 삶의 요건과도 맞닿아 있는 까닭이다.
저자 이강룡은 EBSi 논술 강사, EBS FM 글쓰기 강사로 활동한 바 있는 글쓰기 교육 전문가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하룻밤에 읽는 서양사』 등을 지었고, 영어권 외서를 몇 권 번역했으며, 여러 매체에 읽기와 쓰기에 관한 글을 기고한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글이 실려 있다.
새 책이 나왔습니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등 기존에 냈던 글쓰기 책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나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같은 책들이 어느 정도 배경지식을 갖춘 특정 직업군이나 특정 매체 사용자에 맞추어 이론적으로 접근했던 책이라면, 『글쓰기 기본기』는 읽기와 쓰기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만으로 꾸린 책입니다. 글 쓰는 일을 커다란 부담처럼 여기는 분들을 위한 책이죠.
글쓰기의 가장 높은 단계는 말과 글과 삶의 일치라고 하셨습니다. 보통 글쓰기를 말할 때 삶의 태도까지 연관 짓지는 않는데. 글쓰기 전 먼저 삶을 이야기하는 태도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그런 관점이 생겼어요. 글쓰기를 가르치려면 좋은 글의 보편적 기준을 제시해야 하거든요.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좋은 글은 대체로 실천적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어요. 훌륭한 작가들은 근사한 말만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걸 직접 실천하더라고요. 문장은 화려하고 멋있는데 내용이 작가의 실제 삶과 어긋난다면 그건 좋은 글이 아니겠죠. 그렇지만 문장이 투박하더라도 그 안에 실천이 깃들었다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올바른 태도로 꾸준하게 오래 실천한 경험보다 좋은 글감은 없습니다.
제목이 ‘글쓰기 기본기’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기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초 중의 기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표현하는 기술이죠. 그래야 독자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은 친구에게 전화로 '지금 어디야?'라고 물어 보면, '거의 다 왔어'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버스로 가고 있는데 지금 시청 앞을 지나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기다리는 친구에게 더 유익한 답변은 뭘까요?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상황을 올바로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판단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버스로 시청 앞을 지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상황을 판단하여 어디서 기다리는 게 좋을지 결정을 하기에 좋죠.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글은 독자에게 올바른 판단 근거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쓰면 판단 근거가 충실해집니다.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연습해 보세요. 이를테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소고기를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안창살을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자는 거죠. ‘횡성에서 온 거면 더 좋고요’를 덧붙여도 괜찮겠습니다.
글쓰기에서 화려한 공격보다는 안정된 수비가 더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다고 하셨는데, ‘실점을 하지 않으려는 수비적인 글쓰기’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좋은 걸 하기에 앞서 우선 나쁜 걸 하지 말자는 말이에요. 축구에서는 공격과 수비 둘 다 중요하지만 순서로 보면 수비가 먼저고 공격은 그다음이라고 생각해요. 쓸모 있는 글쓰기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쓸데없는 나쁜 글쓰기 습관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사소한 거짓말,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자료를 퍼나르는 일, 입맛에 맞게 앞뒤 맥락을 잘라서 정보를 전달하는 일, 90명을 100명이라고 부풀려 적는 일….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아닐 것 같은 이런 나쁜 습관이 쌓이면서 신뢰도를 점점 떨어뜨리고 결국 글을 망칩니다.
글에 오류가 있다면 좋은 표현도 빛이 나질 않을 겁니다. 아무리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을 들여 놓아도 집이 지저분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집을 꾸미기에 앞서 일단 방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겁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멋드러진 문장을 쓰려고 애쓰지 마세요. 먼저 깔끔하게 정돈된 글을 쓰도록 노력하세요. 더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쓰세요. 그런 담백한 글이 오히려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더 자극하고 독자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
멀티미디어 자료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 매체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꼽으셨습니다. 글쓰기 책에서 글이 아닌 멀티미디어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말씀하시는 게 인상적이었는데요, 인터넷에서 효과적인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동영상 자료 등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구성하자는 말이에요. 모두 다 주연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멀티미디어 자료가 인터넷 글쓰기의 엑스트라가 돼선 안 됩니다. 가령 제가 블로그에 "서울 수색로에는 119 글자를 본떠 외벽을 장식한 소방서 건물이 있다."라는 문장을 썼다면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별로 독자의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겁니다. 뭔가 들어가야 할 것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문장 옆에 그 소방서의 실제 사진을 첨부한다면 어떨까요.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게 이미지의 역할입니다. 자기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는 거죠.
수색소방서. 촬영: 이강룡
"메시 선수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을 터뜨렸다."라고 쓴 인터넷 축구 기사가 있다면 이번에는 사진이 아니라 골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첨부돼야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 줄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게 동영상이 맡은 역할이니까요.
저는 이것을 이 책에서 '유기적 관계'라고 표현했습니다. 문자든 이미지든 동영상이든 또는 음악이든, 전체를 이루는 일부분으로서 주제를 잘 전달하자는 한 가지 목적 아래에 충실하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모티콘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쓰면 유용할 겁니다. 유기적 관계에서 불필요한 구성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주제 전달에 도움이 될 만한 것만 남기고 쓸데없는 부분을 모두 버리면, 이미지의 해상도를 어느 수준에 맞추어야 할지, 동영상의 길이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하는 세부적인 결정도 내릴 수 있죠. 그러면서 웹 문서의 완성도도 높아지는 겁니다. 여러분은 글쓰기의 연출자입니다. 글의 각 구성 요소에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세요. 호화 캐스팅이 능사는 아닙니다. 배역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한 거죠. 온라인 글이든 오프라인 글이든, 좋은 글에는 어느 것 하나 뺄 게 없습니다.
글을 더 돋보이게 하는 9가지 기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먼저 인용에 관해 이야기해 보죠.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에서 3번 모두 지고 나서 인터뷰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 있죠.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독자로만 머문다면 이렇게 알아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세돌 9단에 관해 글을 쓴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글 쓰는 이에게는 원래 정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이 했던 말을 실제로 들어 보아야 합니다.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말했죠.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글을 올바로 쓰려면 먼저 실제 일어난 상황, 즉 진상에 접근해야 합니다. 진상을 알아야 진실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진상도 파악하지 못하면 무겁고 진지한 사건의 진상에 어찌 다가갈 수 있겠습니까.
다음으로 낭독입니다. 여러분이 쓴 글을 크게 소리 내어 읽어 보거나, 녹음하여 들어 보면 여러분이 쓴 글에서 어색한 부분이 아주 쉽게 드러날 겁니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여 들어 보면 자기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마치 제3자가 글을 검토해 주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더 쉽게 보입니다. 낭독은 자기 글을 스스로 첨삭할 수 있는 비법입니다. 저도 퇴고의 마지막 단계로 이 방법을 늘 실천합니다.
이 책을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나요?
글쓰기의 기본기를 배우려는 학생 여러분이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고요, 글쓰기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교사 여러분이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글쓰기의 기본기를 잘 갖추는 일은 글을 읽는 좋은 안목을 기르는 일이기도 해요.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잘 구별할 수 있으면 귀감이 될 만한 좋은 삶의 모습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좋은 삶이 어떤 삶이냐는 물음에 대한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듯, 좋은 글에 대한 정의도 무수히 많을 거예요. 우리는 그러한 다양한 해답들을 찾아 갑니다. 좋은 경험을 많이 쌓고 그 경험을 주제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일관되게 기록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려고 애쓰다 보면 좋은 글감이 될 만한 좋은 경험을 일부러 찾아 나서고 실천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가끔씩 글이 앞으로 나아가서 삶을 이끌어 가는 거죠. 저는 이 책에서 글쓰기가 삶을 올바로 인도하고 격려하는 훌륭한 안내자이자 동반자가 된다는 점을 꼭 알려 주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자전거를 타는 일과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어찌 배울지 막막하고 두렵지만 몇 번 넘어질 각오만 하면 누구든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기본기를 터득하고 나면 자전거 타기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죠.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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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기본기이강룡 저 | 창비
자기소개서, 이메일, 보고문, 논술문, 독서 감상문… 써야 할 글 많은 사람들이 늘 곁에 두고 참조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 안내서. 글감 얻기부터 퇴고까지 글쓰기의 기본 법칙과 요령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글 잘 쓰는 테크닉을 얻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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