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질문을 생각해보자
젊다는 것은 지금까지 몇 해나 살아 왔는가와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당신의 지적 토양이 얼마나 비옥하고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가에 달려있고 다른 종류의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해서 이전에 없던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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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발견 저자사진_시어도어 젤딘(사진 크레딧 Hannah Assouline).jpg

 

『인생의 발견』은 여든의 노학자가 우리 인생에 던지는 담대한 질문들을 담은 책이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은 무엇일까’, ‘헛된 삶이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등.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교수인 시어도어 젤딘은 우리가 인생에서 답해보아야 할 28가지 질문들을 모아내고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인류 기억의 유산’ 속에서 그 힌트를 얻고자 지적 모험에 나선다. 고대 동양 세계부터 오늘날의 이케아 매장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동서고금의 수많은 작가, 시인, 화가, 과학자, 경영자들의 경험과 지혜에 접속하여 길어 올린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여든의 노학자, 이미 지적 완숙기에 접어든 ‘대가’임에도 시어도어 젤딘은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역사 속 수많은 인물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지혜에 끊임없이 귀 기울인다. 글로나마 그의 생생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조심스레 서면 인터뷰를 청했을 때도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소통과 발견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의 책과 온전히 포개지는 인터뷰를 독자들과 나눈다.

 

시어도어 젤딘은 독창적인 연구로 유럽에서 가장 존경 받는 역사학 석학이자 옥스퍼드 성 안토니 칼리지의 명예교수입니다. 전작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비롯하여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저작들을 집필했고 『프랑스 정감의 역사』로 역사 저작물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울프슨 상(Wolfson Prize)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행복』, 『프랑스인』, 『대화』 등 그의 저서들은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인생의 발견』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책을 처음 접하게 될 독자들도 있을 텐데,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나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조금 더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을 탐색하고자 했다. 대안적인, 우리가 과거와는 다르게 새롭게 추구할만한 목표를 세워보고자 했다. 나는 세 가지에 집중했다. 하나는 개인들 간의 연결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타인과 조금 더 유익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 대륙, 다른 사람들, 그리고 다른 형태의 지식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 번째는 새로운 사회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 특히 사람들의 생기를 앗아가는 ‘일’의 영역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

 

여기에는 물론 방해물이 많다. 낡은 이상(Ideal)과 통념들이 여전히 견고하게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인생에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쉼 없이 자기 계발에 매달려야 한다거나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서 평생 일해야 한다는 주문들 말이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 괜찮은 집을 사고 즐거운 여가를 누리는 일에만 모두의 관심이 머물러있다. 현대 사회의 여러 불안을 치료해준다는 각종 테라피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그런 접근과는 다른 해법을 탐색하고자 했다.

 

당신은 인류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방대한 기억의 유산’이라고 소개한다. ‘기억’이 인류에게 그토록 소중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자신의 기억’은 절대적으로 신뢰할만한 것이 못 된다. 기억은 맨 처음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변형되어 우리 뇌에 저장되고, 앞서 가지고 있던 우리 자신의 편견, 욕망과 뒤섞인 채 출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잘못된 기억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기억’이 없다면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삶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또 불가능한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기억이라는 재료가 필수적이다.

 

기억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는 ‘기억의 범위’를 넓히는 데 목표를 두었다. 나 자신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 모든 사람들이 가진 기억으로 범위를 넓히고자 했다. 과거에 사람들이 소망했던 거대한 정치경제적 전략들뿐만이 아니라 과거를 살다 간 무수한 개인들, 그들이 거대한 변화들 속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무엇에 좌절했고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까지도 주목하고자 했다. 과학자들이 아주 작은 입자의 운동까지도 관찰하듯이.

 

책에는 “역사는 비단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한 기록만이 아니다. 역사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구절이 나온다. 역사는 어떻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가?

 

기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 요소다. 역사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를 순서대로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무엇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알기 위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더 필요하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드러난 것을 파악하는 데 있지 않다. 그 아래, 드러나지 않은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이면을 바라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간에게 이러한 상상력이 없다면 자동차도 비행기도 나머지 모든 것들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에서 증기를 보고, 증기에서 엔진을 발명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상’은 새로운 진실을 찾는 과정이다.

 

책에는 우리가 인생에서 스스로 묻고 답해보아야 할 28가지 질문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특히 젊은 세대에게 권해주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젊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질문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젊다는 것은 지금까지 몇 해나 살아 왔는가와는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당신의 지적 토양이 얼마나 비옥하고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가에 달려있고 다른 종류의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해서 이전에 없던 생각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 나이는 오히려 그 사람의 사고가 얼마나 젊은지, 얼마나 지적으로 충만한지를 가려버릴 때가 더 많다. 신체적 젊음보다도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은 우리 정신의 젊음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라는 질문도 흥미로웠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저 “심장이 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온전히 살아있는 삶(fully alive)’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그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을까?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삶이 온전히 살아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오래된 삶의 의미는 ‘산다는 것’그 자체였다. 더 많은 삶을 ‘재생산’하는 것.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기본적인 활동, 자손을 남겨 종의 존속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종교를 통해 죽음 이후에도 ‘살게’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재산 증식과 성공 같은 목표들도 생겨났다. 나의 목표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 아주 먼 대륙의 사람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를 최대한 많이 살펴보는 것이다. 이 책은 나를 살게 해준, 세상에 보내는 감사의 선물이다.

 

오늘날 우리 삶을 좀먹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호기심의 상실’을 꼽기도 했다. 인류가 호기심을 잃어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의 역사 자체가 호기심에 이끌려 위험에 도전하고 세상에 저항한 이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온전한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방해물은 ‘두려움’이다. 대상이 뚜렷한 두려움이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가 우리를 가로막는다. 내가 아는 두려움의 유일한 치료제가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우리가 낯설어하는 것들을 더 자세히 보게 만들고 더 작은 단위로 쪼개 관찰하면서 그 안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과학 역시 이러한 호기심의 산물이다. 우리는 광대한 자연을 위험이 가득한 곳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자원이 가득하고 심지어는 아름다운 곳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성(gender), 정치이념, 인종 등을 축으로 한 대립과 서로에 대한 혐오가 극심하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조화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나 태도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경험과 기억, 편견으로 조합된 개성 넘치는 존재들이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존재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우리의 근본이며, 그 다름을 통일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각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 그래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그것이 이 갈등의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본다. 또 나는 '사생활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친밀한 관계 안에 변화의 씨앗이 있다고 본다.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할 수 있고 신뢰와 지지를 기대할 수 있는 관계들이 소중하다.


 

 

인생의 발견시어도어 젤딘 저/문희경 역 | 어크로스
옥스퍼드 성 안토니 칼리지의 명예교수 시어도어 젤딘은 독창적인 연구로 유럽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사학 석학이다. 이 책 『인생의 발견』은 인간과 삶에 관한 그간의 성찰을 유감없이 펼쳐낸 그의 작업의 결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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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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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젤딘

런던 버크벡 칼리지와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라틴어와 철학, 역사를 전공했다. 프랑스 역사 연구로 옥스퍼드 성 안토니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에서 교수와 학장직을 역임했다. 영국 학술원과 유럽 학술원의 정회원이며 하버드대학교와 HEC 파리 경영대학을 비롯한 세계 16개국 대학에 초빙되어 강의했다. 영국 BBC,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프랑스 정부 산하의 아탈리위원회를 비롯하여 수많은 기업과 공공 기관, 두뇌 집단들에 조언을 해왔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그를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사상을 가진 4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낯선 사람들 간의 지적인 교류를 돕는 비영리단체 ‘옥스퍼드 뮤즈(The Oxford Muse)’ 재단을 이끌고 있으며, 옥스퍼드 성 안토니 칼리지의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 20세기 프랑스 남녀들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근대사를 조망한 2000페이지 분량의 대작 《프랑스 정감의 역사(A History of French Passions)》를 집필하여 역사 저작물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울프슨 상(Wolfson Prize)을 수상했고, 이후 프랑스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전 시대에 걸친 인류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독, 공포, 호기심, 사랑 등 삶에 밀접한 주제들을 고찰한 이 책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27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연대기 순의 평면적인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개인들의 삶을 조명한 저작들을 통해 ‘현대의 발자크’라는 별칭을 얻었고,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국인’,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이고, 사랑스럽고, 신랄하고, 낙천적이고, 심각하고, 영리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 소개된 《인생의 발견》, 《대화에 대하여》를 비롯하여 《프랑스인(The French)》, 《행복(Happiness)》 등 그의 저서들은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