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지 않는 뮤지컬, 춤으로 소통하다 - <댄스시어터 컨택트>
춤과 음악의 완벽한 호흡, 판타지, 섹시, 위트, 반전까지… 노래의 빈자리를 꽉 채웠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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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지 않는 뮤지컬


<댄스시어터 컨택트>(이하 <컨택트>)는 노래하지 않는 뮤지컬이다. 이 무슨 말장난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무대 위의 배우들은 단 한 차례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뮤지컬 작품에서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과 예술적 경험이 빠져있는 셈인데, 어딘가 허전해 보이기보다는 빈틈없이 꽉 차있다. ‘댄스시어터’라는 생소한 장르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춤’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재즈, 현대 무용, 발레, 자이브, 스윙 등 다양한 춤을 활용해 각기 다른 리듬과 감각을 형상화한다. 덕분에 <컨택트>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뮤지컬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논쟁 속에서도 2000년 토니어워즈 뮤지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1999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컨택트>는 이듬해에 브로드웨이 링컨센터로 무대를 옮긴 후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는 2010년 트라이아웃 형식으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발레리나 김주원의 뮤지컬 데뷔작이자 그녀에게 신인여우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으며, 실험적인 장르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컨택트>는 ‘만남과 소통’을 소재로 하는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오리지널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수잔 스트로만은 이 작품이 ‘도시에 사는 바쁜 현대인들은 타인과 컨택트(접촉)할 시간이 없다’는 매우 보편적인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와 함께 <컨택트>를 완성시킨 극작가 존 와이드만 역시 관객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인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 개의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타인과 접촉한다.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상대와 소통하려는 이들의 시도는 성공하거나 실패하고, 때로는 그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 ‘그네타기’는 낭만주의 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색다른 접촉’ 안에서 유희를 찾는 귀족들의 모습을 섹슈얼하고 위트 있게 그려낸다. 두 번째 에피소드 ‘Did you move?(당신 움직였어?)’는 권위적인 남편과 접촉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상상 속에 빠져드는 아내의 이야기를, 마지막 에피소드 ‘Contact(컨택트)’는 외로움 속에서 자살을 택하려던 남성이 우연히 이상형의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삶을 이어가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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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 허락되는 ‘짧지만 강렬한 접촉’


<컨택트>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춤’이다. 클래식,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완벽히 융화된 안무는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발레에서 스윙까지 각자의 리듬과 온도를 가진 춤들은 그 자체로 다채로운 언어가 되어 하나의 예술과 열정으로 녹아 든다. 이를 위해 <컨택트>는 7년 전 국내 초연을 함께했던 발레리나 김주원, 토메 코즌 연출가를 포함해 새로운 춤꾼들과 의기투합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기대 이상의 춤 실력을 보여줬던 배우 김규리,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당시 유일한 한국인 배우로 참여했던 노지현 안무 감독, <댄싱 9>를 통해 타고난 춤꾼으로 인정받은 실력파 댄서 한선천이 합류했다. 특히 김주원과 함께 ‘노란 드레스 여인’ 역할에 캐스팅된 김규리는 세 번째 에피소드 ‘Contact(컨택트)’에서 매혹적인 환상 속의 여인을 연기한다. 두 사람과 호흡을 맞출 남자 주인공 ‘마이클 와일리’는 배우 배수빈이 연기한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춤과 음악의 완벽한 호흡, 판타지와 위트, 인상적인 반전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댄스시어터 컨택트>는 단 10일 동안만 상연된다. 짧지만 강렬한 접촉으로 기억될 만남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오는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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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