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왜 일본책방을 소개하냐고요? -글자와기록사이
책방 유람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연 눈에 띄는 『동경 책방기』를 만든 최혜진, 김설경, 권아람 저자를 만났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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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설경, 최혜진, 권아람


결국은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어 만든 책

 

출판 영업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책이 바로 ‘누드 사철 제본’이다. 책등에 책 제목을 인쇄하지 못하니 서점에 꼽아놓아도 독자들의 시선을 끌 방도가 없다. 재고 관리도 어렵다. 그렇지만 디자이너들은 한 번쯤 꼭 만들고 싶은 책이다. 예쁘기도 하지만 기능적인 면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10곳이 채 안 되는 독립서점과 4곳의 인터넷서점에서 판매 중인 『동경 책방기』는 두 명의 디자이너(최혜진, 권아람), 한 명의 편집자(김설경)가 만든 여행서다. 올해 5월에 출간, 1쇄 1,000부를 소진하고 현재 2쇄를 준비 중이다.

 

일찍이 『동경 책방기』를 읽은 한 독자는 말했다. “어떤 쪽을 펴도 행복해져요. 빨리 도쿄로 책방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표지부터 내지, 작은 사진, 지도 하나 허투루 작업한 쪽이 없어 ‘보는 눈’이 있는 독자라면 소장 욕구가 저절로 생길 수밖에 없는 책 『동경 책방기』의 출발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10여년 전, 나카메구로 강변 산책로에서 우연히 ‘카우 북스’를 발견했어요. 보자마자 ‘유레카!’를 외쳤죠. 이후 출장이나 개인 여행으로 도쿄를 방문했어요. 갈 때마다 곳곳에 자리한 책방을 들렀고요. 언젠가는 꼭 책으로 묶고 싶어서 오랫동안 자료를 모았어요.”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최혜진 대표는 디자인, 출판 에이전시이자 문화예술 (예비) 사회적기업인 ‘글자와기록사이’를 만들면서 일본 책방기를 꼭 내고 싶었다. 한국의 문화 흐름이 일본과 시차를 두고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도쿄의 서점을 알아보는 것이 한국의 서점 문화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동경 책방을 탐방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신났어요. 도쿄에는 정말이지 멋진 취향을 지닌 책방 주인이 많거든요. 이렇게 조그만 공간에 뭐가 있을까 싶지만, 들어가보면 정말 화수분처럼 책과 전시물이 쏟아지는 곳이 바로 도쿄 책방이에요.” 사진 잡지를 만들었던 김설경 편집자는 실용성 있고, 오래 볼 수 있는 책방 안내서를 만들고 싶었다. 저자의 감성적인 방문기보다는 독자들이 실제 책방 여행을 떠났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동경 책방기』를 기획했다. 누드 사철 제본으로 작업한 것도 휴대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충실한 정보와 함께 사진만 보고 있어도 일본 책방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독자에게 주고 싶었다.

 

“동경에는 구석구석 책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타박타박 언제든 찾아가도 부담 없다고 할까요? 책에 소개된 책방은 총 69곳입니다. 저는 ‘스기나미구’ 지역을 꼭 추천하고 싶어요. ‘리틀 진보초’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마을 사람들이 독서 모임을 갖는 책방, 그림책만 취급하는 책방 등 정말 다양한 공간이 있어요.” 권아람 디자이너는 동경 곳곳을 돌며,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 어떤 공간, 어떤 위치에 책이 놓여져 있는가에 따라 독자의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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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책방기』는 기존 서적에 비해 인쇄비가 다소 높았다. 1쇄가 모두 팔려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텀블벅으로 5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영업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편집자가 영업,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다. 여러 서점에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대량 판매보다는 책을 꼼꼼히 살피는 소수의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읽다, 쓰다』, 『동경 책방기』를 잇는 세 번째 책으로는 서울을 주제로 한 테마 시티 여행서를 기획 중이다. 단행본 외에도 문구, 소품류를 제작 판매하는데 이익의 50%는 취약계층에게 기부하고 있다.

 

세 저자는 독립출판물을 만들 때 이것 하나를 꼭 염두에 두라고 귀띔했다. “결국은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어 만든 책”이라는 점.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 치유’의 차원에서 책을 기획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의 편의성, 가독성, 의미를 따져보아야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만큼은 꼭 가보세요!

 

김설경의 추천 ‘포포탐’
편집자로 일하다 서점 주인이 된 에리코 씨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매장의 절반은 갤러리, 절반은 책과 문구 등을 판매한다. 한국어로 포포탐 소개 팸플릿을 번역해 비치해두었다. 매우 친절한 곳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독립출판물도 만날 수 있다. (www.popotame.net)

 

최혜진의 추천 ‘카우 북스’
2002년에 설립해 15주년을 맞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책방의 양쪽 면을 가득 메운 오크 책장이 천장까지 닿아 있고, 약 2천 권 정도의 양서가 꽂혀 있다. 새 책도 판매하지만 에세이, 문화, 사진집 등 헌책이 많다. 카우 북스의 마스코트가 ‘얼룩소’인 이유는 ‘느릿느릿 쉬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갔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했다. (www.cowbooks.jp)

 

권아람의 추천 ‘유트레히트’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유트레히트는 네덜란드에 있는 도시 이름이다. 마치 ‘독립 서점’의 매뉴얼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준다. 시중에서 보기 쉽지 않은 국내외 아트, 디자인, 패션 관련 서적과 작가가 직접 소량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한다. (www.utrecht.jp)

 



 


 

 

동경 책방기 최혜진, 김설경, 권아람 공저 | 글자와기록사이
2017년 지금을 사는 도쿄의 서점, 북카페, 문구숍 등 69곳에 대한 생생한 정보, 도쿄의 대형서점과 미술관 등에 대한 자료, 곁다리로 이 프로젝트 중 작은 즐거움을 안겨준 맛집 몇 곳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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