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보이, ‘찌질 감성’의 안정화
특출나진 않으나 보편의 공감을 추구하고, 이를 세련된 만능 프로듀싱으로 풀어내는 기리보이와 이번 앨범 타이틀이 꽤 잘 어울린다.
글ㆍ사진 이즘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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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나진 않으나 보편의 공감을 추구하고, 이를 세련된 만능 프로듀싱으로 풀어내는 기리보이와 이번 앨범 타이틀이 꽤 잘 어울린다. 저스트 뮤직 재단의 지원과 그 세를 급격히 불려가는 크루 우주비행(WYBH), 코드 쿤스트와 유라, 헤이즈 등 다양한 초빙 교수들을 불러 설립한 <100년제전문대학> 역시 아티스트의 멀티 플레이어적 면모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전작 <기계적인 음악>과 <공상과학음악>을 거쳐 팝적이고 현실에 더욱 맞닿은 사운드는 성숙과 공감의 면에서 앞서나간다. 시티팝의 정취를 물씬 담은 「도쿄」는 신스 인스트루멘탈을 쌓아나가다 감각적인 기타 리프를 교차하고, 유라(youra)의 쓸쓸한 목소리를 제시하며 트렌드와 개성을 둘 다 잡는다. 의식의 흐름을 재즈적 터치로 풀어내는 「레인드랍」, 나른한 보컬과 그에 맞는 보사노바 스타일 기타 리프의 「교통정리」도 무던하고 편안한 감상이 가능하다. 

 

기리보이는 불완전하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다. 코드 쿤스트의 비트 위 주목받는 래퍼들과 함께한 단체 곡 「아퍼」가 대표적인데, 젊은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포부와 자유로운 영혼을 과시하면서도 ‘내 친구들은 아퍼’라는 노랫말처럼 어딘가 감정적으로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위더플럭 레코즈의 릴 타치(Lil tachi)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고, 과하다 싶은 노엘에 이어 <킁>으로 다시 태어난 씨잼을 배치한 것도 좋은 결정이다. 

 

우주비행 소속 프로듀서 코스믹 보이(Cosmic Boy)의 손길 위 마냥 늘어질 수 없는 일상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우린 왜 힘들까」, ‘난 너의 crush / 난 너의 그레이 / 난 너의 딘딘 / 난 너의 딘’이라 노래하며 본인의 예술관을 풀어놓는 「예술」도 같은 맥락에서 공감을 더한다. ‘기타 멘 무사시’ 한요한의 브릿팝 스타일 곡 「결말」도 처연한 이별 감정을 무난히 구현한 결과다. ‘찌질 감성’의 안정화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대중음악 프로듀서 중 한 명임을 무리 없이 증명한 작품이다. 치열한 고민이나 창작 갈등, 새 아이디어로 번득이진 않아도 다양한 상황과 공간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가요 모음집이라는 의미가 있다. <100년제전문대학> 커리큘럼만 잘 따라가도 트렌드를 쫓는 덴 어려움이 없겠다. 

 


 

 

기리보이 (Giriboy) - 100년제전문대학기리보이 노래 | (주) 카카오 M / 린치핀뮤직
살면서 느끼고 알아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예술 같은 사랑부터 덤덤한 이별 이야기, 친구들과 함께한 힙합 트랙까지 다양한 감성의 곡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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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