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숙 “교직에 있는 한 계속 그림책을 공부할 거예요”
평소에 친구 관계와 가족 간의 관계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답변을 적었더군요. “저는 이 활동을 절대로 안 할 거예요. 이 활동은 나를 너무 많이 울게 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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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  은 초등 교사 이태숙이 매일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소통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30년 경력의 이태숙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책들 위주로 읽어주었지만 지금은 시기별 테마에 맞는 책들을 모아 읽어주고 있다. ‘자존감’ ‘친구’ ‘가족’ ‘인권’ ‘환경’ 등 일상과 연결되는 다양한 주제별 읽기를 통해 아이들은 눈에 띄게 성장해갔다. 같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과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들을 서로 비교해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생각을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의 풍경이 이태숙의 따뜻한 문체를 통해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  에 오롯이 담겼다. 책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모아 저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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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 읽어주기는 제가 좋아하는 활동이에요. 아이를 키우면서 초등학교 4~5학년이 될 때까지 책을 읽어주기도 했지요. 아들과 제가 제일 재밌게 읽었고, 기억에도 남는 책은 자유문학사에서 출간된 ‘돌리틀 선생님 이야기’였는데, ‘장편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잘 집중해서 듣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후 학급 아이들에게 장편 소설을 1년에 두 편 정도 읽어준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매일 책을 읽어주기로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독서에 다가가지 않는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래, 아예 책을 읽어주자!’ 결심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책들 중에서 왜 그림책을 매일 읽어주시기로 하셨나요?


아침에 고전을 읽어준 적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설의 구절을 뽑아 읽어준 적도 있고, 한 학기 동안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를 읽어준 적도 있습니다. 독서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참 다양한 시도를 했었지요. 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완결된 하나의 서사를 경험하는 데에 그림책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림책의 주제는 정말 다양해서 어떻게 읽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고학년이든 저학년이든, 책에 관심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요.

 

선생님은 처음에는 재미 위주의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주제별로 그림책을 읽어주게 됐다고 하셨지요. 주제별 그림책 읽기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제별 그림책 읽기의 장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이왕 읽어주는 그림책, 어떻게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습니다. 해답은 ‘주제별 읽기’였습니다. ‘자존감’, ‘독서’는 제가 주제별 읽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기 전부터 늘 자연스럽게 읽어주던 주제들이었어요. 이 주제별 읽기를 다양하게 확장하자고 결심하고 시기별로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책을 읽어줬습니다. 매일 아무 그림책이나 읽어줬다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그러나 주제를 정하고 2주~3주 읽기를 하면서 책 고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주간학습을 작성하고 일주일 동안 읽을 다섯 권의 책을 책꽂이에 정리해 놓고 하루 한 권씩 순서대로 뽑아서 아이들에게 읽어줬습니다.


이렇게 주제별 읽기를 하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들을 만날 수 있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머릿속 생각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재조직되지요. 그러는 사이 생각은 커지고 사고는 깊어지게 됩니다. 아이들은 내가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림책끼리 서로 비교하며 읽기도 하고, 다채로운 시각을 접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갔어요.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서 알게 모르게 생긴 고정관념이나 편견도 벗어날 수 있었고요. 주제별 읽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저도 성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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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 속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그림책 독서에도 관심이 많으시지요. ‘마음을 보듬는 독서’ 활동을 하시면서 힘든 과정은 없었나요?


‘마음을 보듬는 독서’(이하 ‘마보독’)를 시작한 지도 5년이 지났습니다. 유난히 마음이 아프고 벽을 높게 친 아이들을 학급에서 만나면서 ‘교사로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제가 심리상담가도 아닌데 섣불리 아이에 대해 단정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저는 아이의 마음 근육을 단련시키는 가장 좋은 활동은 ‘독서’라고 믿고, 책을 매개로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했지요.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이들도 ‘마보독’ 회기가 쌓여갈수록 자기 이야기를 조금씩,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면 조금 시원해진다는 소감을 전해줬고요.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아이의 억눌린 감정을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제일 처음에 했던 ‘마보독’ 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회기 마지막 시간에 활동 소감을 전하고, 계속 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지를 돌렸는데 한 아이의 답변이 저를 무너지게 했어요. 평소에 친구 관계와 가족 간의 관계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아이였는데 이렇게 답변을 적었더군요. “저는 이 활동을 절대로 안 할 거예요. 이 활동은 나를 너무 많이 울게 했어요.” 매 시간 눈물을 쏟으며 자기 아픔을 이야기하던 그 아이 때문에 저도 참 힘들었는데, 아이의 답변을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마보독은 교단을 떠날 때까지 계속 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미술 시간을 대체해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한 학기 내내 진행하신 적도 있지요. 그림책 만들기는 독서교육 사례로 많이들 소개하고 있는 활동인데요. 다만 선생님께서는 그림책 만들기를 하기 전에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필수적으로 지도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치유적 글쓰기’란 것을 접하고 처음에는 ‘초등학생도 치유적 글쓰기가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실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방학동안 줄리아 카메룬의 『치유적 글쓰기』와 에린 그루웰의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를 읽고 매일 3쪽 글쓰기를 하면서 내 속에 있는 무언가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개학 후 아이들에게 제가 글쓰기를 한 공책을 보여주면서 “자 봐라, 선생님도 하지 않았냐, 너네도 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써보자고 권했지요. 그러자 아이들은 정말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글을 쓰면서 상처를 극복하더라고요. 글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실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방향을 바로 잡도록 조언하는 일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 누군가 내 글에 빨갛게 첨삭하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잖아요. 아이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잠재성을 끌어내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이 과정을 잘 거친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과 문제에서 가벼워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지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과도 그림책 읽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교사들과 모임을 진행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우리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수업을 하는 과정을 보고 함께 하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서 모임을 시작했어요. 교사들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들이 참 많거든요. 그림책에서 위로를 찾고 마음을 보듬자고 시작한 모임이에요. 모임을 하면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위로를 하고,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 늘 ‘이 모임을 시작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도 참 낯을 많이 가리고, 자존감이 낮고, 숫기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무엇보다 제 자신이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대구의 한 독자분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서울까지 오셨어요. 예전의 소심하고 숫기 없는 저였다면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를 만나는 것에 겁먹고 저어했을 텐데, 아무 고민 없이 그 분을 만났지요. 그 분과 유쾌하게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는데 그러시더라고요. “아니 책에는 뭐 자존감이 낮고 낯을 가린다고 하시더니,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친화력도 좋으신데요!” 이렇게 제가 변화한 데에는 교사들과 꾸준히 하는 그림책 모임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을 만나고 그림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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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가진 힘이 정말 크네요.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  의 서문에서도 선생님은 교단을 떠나는 날까지 그림책 읽기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하셨는데요. 선생님에게 ‘그림책 읽기’란 무엇인가요?


그림책이 아이들과 소통하는 도구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자신에게는 삶을 보여주고 깊은 통찰로 이끄는 매체라고도 생각합니다. 교직에 있는 한 저는 계속해서 그림책을 공부할 것이고, 이 배움과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눌 생각입니다.


책이 나온 후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제 이야기를 접한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이 그림책 읽기가 정말 좋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책을 쓰는 내내 전국 곳곳의 교실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이야기에 몰입한 아이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면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수업』  을 읽고 나서 매일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어요” 하는 소감을 들을 때 저는 무척 설렜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그림책 읽기, 많은 분들이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이태숙


매일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초등 교사.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동료 교사와 소통하고자 한다. 현재 덕수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은 ‘변화’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고 믿으며, 아이들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데에는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의 세계를 만난 후 그림책 전문가 과정을 공부했으며, 현재 동료 교사들과 함께 그림책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알리고, 아이의 마음을 보듬는 그림책 읽어주기를 전파하는 데 관심이 있다.

 

 


 

 

하루 한 권, 그림책 공감 수업이태숙 저 | 학교도서관저널
아이들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서로 비교하기도 하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허물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세상으로까지 시야를 확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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