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주변은 없지만 실력으로 승부할게요.” 당신의 부하 직원이 이같이 말했다면 칭찬할 것인가? 아니면 “일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실력”이라고 답할 것인가?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를 쓴 박소연 작가는 분명 후자의 답을 들려줄 것이다. ‘일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달라 외국어를 배우듯이 새로 배워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 조금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의 언어’의 핵심은 “단순하게, 상대방 중심으로 말하기”에 있다.
박소연 작가는 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와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 조직의 상위 0.1% 인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게 됐다. ‘탁월한 언어 감각’이야말로 그들의 핵심 경쟁력임을 발견하고, 그 노하우와 비결을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에 담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졸업, 경제단체에 입사하여 후진타오 주석,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국제행사(APEC CEO SUMMIT)와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총괄 등을 맡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2015년 최연소 팀장으로 임명된 후 팀장 첫 해 23개 팀 중 최고 고과를 받았고 큰 프로젝트를 연달아 성공시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2019년 3월 두 번째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상대방이 가장 관심 있는 건 ‘자기 자신’
전작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에서 딱 한 글자 ‘말’을 보태 신간을 쓰셨습니다.
강연을 다녀보니 ‘말’에 이야기에 반응이 가장 뜨겁더라고요. 제가 12년 정도 기업에서 근무를 하면서 정말 많은 팀장, 임원을 만났거든요. 실무자일 때는 ‘문서의 신’으로 불리며 정말 일을 잘하셨던 분들이 임원이 되고 나서는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경영자 회의에 가면 말을 짧게 해야 하거든요. CEO는 여러 임원의 보고를 받아야 하니까요. 핵심을 갖고 재치 있게 바로바로 예시를 들어가며 말해야 하는데, 그런 분들이 흔치 않죠. 하지만 리더가 됐을 때, 실력이 드러나는 분들이 있었어요. 바로 단순하게 말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머릿속 생각을 혼선 없이 명확하게 전달하고, 논리와 감성을 적절히 활용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써보고 싶었어요.
‘말하기’에 관한 책이 은근히 많습니다. 차별점이 있다면요?
구체적인 팁을 많이 담았어요. 저도 ‘말’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는 많지 않아요. “말의 주인공은 상대방이 되게 하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한 거예요. 시사점을 주는 것 이상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썼어요.
자기계발서로 나온 ‘말하기’ 책들은 대개 프리젠테이션, 토론 등에 적합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는 일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맞아요. 보통의 화술 책은 ‘발표’를 중심으로 한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직장 생활은 발표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어요. 또 하나, 상사와 말할 때 토론처럼 반론을 제시하기 어렵단 말이죠. 일의 언어에 힌트를 주는 책은 많지만, 실생활에는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많죠.
대기업, 공공기관, 지자체와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위 0.1% 인재들의 일 잘하는 방법을 발견하셨어요. 작가님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발탁되어 미래산업팀을 3년간 이끄셨고요. 어떤 팀장이셨나요?
제 목표는 지도교수 같은 팀장이었어요. 팀원들이 각자 맡은 프로젝트가 있잖아요. 말을 대충 전하는 지도교수가 아니라, 이 학생의 논문이 통과될 수 있도록 목차를 같이 짜주고, 참고 문헌도 알려주는 지도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팀장이 되면 각 분기마다 집중 관리 팀원이 생겨요. 그러면 이 팀원이 맡은 프로젝트가 잘되게 엄청 밀어주는 거예요. 저희 팀원들은 거의 다 상을 받았어요. 물론 “저 팀장은 얘를 더 예뻐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제가 목표로 했던 건 가능한 정확하고 친절한 지도교수였어요. “이 보고서 읽어 와”라고 말하지 않고 꼼꼼하게 멘토링 해주는 교수요.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상사에게 가장 원하는 건 ‘정확한 지시’가 아닌가 싶어요. 대충 전달하는 상사를 가장 싫어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돈’인 세상이니까요. 최대한 시간을 아껴서 일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것도 상사가 해야 할 역할이죠. 예전에는 야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부하 직원이 상사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야근으로 업무를 처리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야근을 안 하죠. 너무 당연한 말이기도 해요. 상사는 부서원이 존중받고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언어를 구사해야 해요. 그래야 조직에서 원하는 것을 좀더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정확한 소통의 세 가지 요소로 ‘상대방 중심, 단순한 형태, 말 센스’를 꼽으셨어요. 언뜻 보면 간단해보이지만, 훈련이 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일의 언어는 ‘상대방’ 중심이 돼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상대의 기본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야죠. 피터 드러커는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보고의 언어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줘야 해요. 상대방이 가장 관심 있는 건 ‘자기 자신’이에요. 이를 테면, 혼자 일을 하기 벅차서 팀장에게 임시 직원을 뽑아야 한다고 말할 때, “제가 너무 일이 많이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작업량을 보니 지금 상태로는 예정된 데드라인에 맞추기 어렵다”고 말하는 게 좋죠. 직원이 힘들고 지치는 건 상사의 문제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생기는 건 팀장의 문제니까요. 항상 말할 때, ‘이게 왜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지?’를 생각해봐야 해요.
‘안심 첫 문장’이라는 팁이 있어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내고 큰 기업에 강연을 많이 갔어요. ‘언어’ 이야기를 하면 임원들이 유독 박수를 크게 쳐요. 임원들은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기를 찾아오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얘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 싶어서요. 내 말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은 최악을 상상하게 되는 법이에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간단한 현황 보고입니다”라는 첫 마디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게 좋죠.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30초 두괄식(안심 첫문장 주요 내용)으로 말하는 게 좋아요. 자세한 내용은 그 뒤에 천천히 설명하면 돼요. 예측 가능한 보고만큼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것이 없습니다.
경직된 태도와 프로페셔널함은 다르다
요즘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메신저나 메일로 소통하는 부분이 훨씬 큽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더욱 심해졌죠. 요즘은 고객과 직원 중에 콜 포비아(Call phobia, 전화 공포증) 증상이 있는 사람도 많아 이메일을 가장 선호해요. 커뮤니케이션도 언택트 시대가 온 거죠.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더 단순하고 정확해야 해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시차를 고려해서 완결형으로 말하는 것이 좋아요. 메신저로 “바쁘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문의하는 내용까지 한번에 말하는 게 좋아요. 수신자가 언제 메시지를 확인할지, 발신자는 모르잖아요. 서로 몇 시간에 한 번씩 답변해도 문제가 없도록 완결형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책의 7장 ‘협력의 언어’에서는 “정중한 요청의 기술”을 소개합니다. 소통의 센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직된 태도와 프로페셔널함은 다르다”는 말은 직장인들이 꼭 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싶어요.
어느 조직이든지 직급과 연차가 낮을수록 요청 사항을 말할 때, 딱딱하고 명령조의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요.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나서도 자기 주장만 고집하고요. 부끄럽지만 저도 1,2년차에는 다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무례하게 군다고 말에 힘이 생기지 않아요. 오히려 기분이 상한 상대방은 도와줄 마음이 사라져서 일이 몇 배로 힘들죠. 정중하게 이야기해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딱딱한 말투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요청하는 거죠. 첫째는 요청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둘째는 상대방의 도움을 갚아줄 호의를 약속하고, 셋째는 도움을 받고 나서는 꼭 감사 인사를 하는 거예요. 가끔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요청하는 걸 업무 노하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만나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하는 것이 원하는 걸 더 쉽게 얻는 지름길입니다.
작가님의 강연 영상을 보았는데, 정말 말씀을 잘하시더라고요. 호감이 가는 말하기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저도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말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회사에 들어오니 제 말이 ‘장황하다’는 거죠. (웃음) 비서실에서 오늘의 안건을 보고하는데, 제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서?”라는 말이 나왔어요. 저도 고치려고 글쓰기 강좌도 듣고 책도 많이 봤어요. 그리고 가장 컸던 건, 말을 잘하는 임원, 팀장들을 관찰한 거예요. 큰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실무자들도 배석을 하잖아요. 평소에는 대충 말했던 임원들이 이런 자리에서는 정말 촌철살인으로 말을 잘해요. 경영자 회의, 클라이언트 회의에서는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그때 많이 배웠어요.
이번 책의 주효한 타깃 독자는 누구인가요?
엄밀히 말하면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헌정 책인데요. 첫째는 사회초년생들이에요. 직장에 처음 들어오면 언어의 화법이 완전히 바뀌잖아요. 일도 잘하고 싶고, 상사에게도 잘 보이고 싶은데 자꾸 혼나고 깨지죠. 그런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둘째는 주니어 레벨에 올라온 직장인이에요. 예전에는 팀장이 시키는 일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된 거죠. 여러 사람과 일을 조율할 때,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나 중요하죠. 그리고 마지막은 리더들이에요. 실무자 때는 일을 잘하기로 유명했어도 리더가 되면 그때부터는 경영진이 강하게 대하거든요. 부하 직원과 경영진 사이에서 욕받이가 돼서 너무 괴로운 분들, 소통의 감이 잘 안 잡히는 분들이 읽고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국무총리상을 수상할 만큼 기업에서 일의 성과를 꾸준히 인정받았는데, 작가로 전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파이어족’이 생겼잖아요. 죽을 때까지는 아니지만, 예전만큼의 수입이 없어도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뭘 해도 최소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가를 택했고요.
후속작은 어떤 내용인가요?
문제해결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요. 모든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책인데요. 지금 하고 있는 강연과도 엮어볼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회사 소설을 쓰고 싶어요. 작년에 장류진 작가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작가님만큼은 못 쓰겠지만,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상사에게 잘 질문하는 법1. 지시받을 때 질문합니다 잘 모르는 상태로 일단 “네”하고 돌아서면 일이 커집니다. 하다못해 커피 몇 잔을 사오더라도 손님용인지, 팀 회의용인지에 따라 다르지 않습니까. 어떤 일에 필요한지(why), 원하는 결과물과 가장 비슷한 표본(how)은 어떤 건지, 언제까지(when) 필요한지는 기본적으로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처음 지시받는 시점에 말이죠. 2. ‘이런 방향인가요”라고 초안 상태에서 점검합니다 지시한 상사도 머릿속에 완벽한 결과물이 있다기보다는 어렴풋한 그림 정도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초안이라도 봐야 아는 거죠. 핀터레스트 이미지 검색이나 구글링 등을 통해 담당자가 생각하는 후보군 두세 개를 뽑아서 이 중 무엇에 가까운지 물어보세요. 기획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에 한 페이지짜리 조감도(문제, 프로젝트명, 주요 과제 등)을 그려서 상의하세요. 그래야 두 번 일하지 않습니다. 3. 질문은 모아서, 가능한 한 객관식 또는 OX로 합니다 ‘이런 것까지 질문해도 되나?’라고 고민하는 분이 많아요. 묻고 싶지만 질문하긴 좀 유치해 보이는 거죠. 상사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말도 안 하고 사고 치는 것보다 낫습니다. 다만 좀 모아서 해주세요. 하나 물어보고, 또 5분 있다가, 또 10분 후에 이런 식이면 방해가 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객관식으로 묻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할까요?’라는 열린 주관식보다 ‘A,B,C 안 중에 어떤 게 좋을까요?’라는 선택형 질문이 훨씬 좋습니다. 설령 상사가 담당자의 제안이 아닌 ‘D’라는 대답을 하더라도 말이죠.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96-9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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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