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꽃이 참 많아
대도시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는데, 알고 보면 빌딩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숨 쉬는 것들이 잔뜩 있다.
글ㆍ사진 이진슬(문구 디자이너)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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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오늘을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 문구 디자이너 이진슬 작가가 낯선 도시에서 순간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깊게 즐기는 기술을 보여줍니다.
 매주 수요일 만나보세요.

여름의 능소화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서울은 꽃이 참 많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게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내가 본 서울은 꽃들도 나무들도 참 많다. 잘 가꿔지고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내게 서울은 빌딩숲,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극강의 대도시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었는데, 알고 보면 빌딩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숨 쉬는 것들이 잔뜩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극장 나무/서촌의 노란빛깔 은행나무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오래된 수목들, 빌딩만큼이나 큰 키를 자랑하는 길 따라 서 있는 가로수들. 서초역 사거리 사이에 있는 보호수를 볼 때마다 나는 신기한 광경을 본 듯 입을 벌리고 사진을 찍는다. 서촌 길을 걸어 다니면 큰 은행나무를 만나게 되고, 망원동 사이를 걷다 보면 나오는 작은 공원에서도 아주 큰 나무들이 반겨 준다. 그러고 보면 서울은 동네마다 작은 쌈지 공원들이 곳곳에서 짜잔하고 숨어 있다 나타난다.



효창공원 벚나무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꽃도 흐드러지듯 피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봄, 만개했던 벚꽃이 지고나면 라일락이 폈다 지고, 이팝이 지고, 장미가 지고, 능소화가 지고, 백일홍이 지고, 맥문동이 지고 금세 계절이 변해간다. 자기들끼리 순서라도 정한 듯이 줄지어 피었다가 다음 차례의 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 모습을 눈에 가득 담느라 봄은 늘 바쁘다. 여름에는 한 벽을 가득 메워 피어난 능소화와 긴 더위를 보낸다. 꽃과 나무 들이 내 하루에 작은 숨이 된다.



숙대입구역/안산자락길 메타세콰이어 숲 _Illust by 이진슬, 자그마치북스 제공 


*꽃과 나무를 구경하는 곳

-신대방역 도림천의 벚꽃길

-봄의 효창공원에서 만나는 벚나무

-가을 효창공원의 노란 은행잎 카펫

-여름의 경의선 숲길 사이로 피어있는 보랏빛 가득한 맥문동

-5월의 마포 음식문화거리 따라 길게 피어나는 이팝나무

-가을에 서촌이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

-대학로 주변의 거대하게 줄 서 있는 플라타너스

-공덕에서 대흥 사이의 벚꽃길

-숲 같은 양재천



*이진슬 (문구 디자이너)


마음이 서툴고, 말도 서툴러서

어쩌면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걸지도 모른다.

글을 그리면 그림이 되고 그림을 그리면 내가 된다.



온 방향으로 걷기
온 방향으로 걷기
이진슬 저
자그마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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