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기차 정책, 이대로 좋은가?
전기차 보급의 관점에서 전기차 산업 진흥의 관점으로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대기업 위주의 보급 및 산업정책보다 테슬라 같은 전문 회사가 나오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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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는 충분한 물질적 지원하에서도 대한민국의 전기차 산업이 정체된 이유와 반복되는 정책적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지난 10년간 전기차 산업이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 한국은 강점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산업 성장은 물론 국민의 인식 개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우리보다 한참 부족했던 중국은 어느새 국내 상용차,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점령했고 테슬라 역시 우리의 안방 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9년 차 전기차 전문기자인 저자가 밝히는 한국 전기차 산업의 현실과 미래 성장을 위한 방향을 확인한다. 



이 책을 쓰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너무 아쉬워서입니다. 대한민국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과 산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흔히 떠올리는 배터리 산업은 물론 제조 기술과 미래 차의 근간인 전자·정보통신 기술(ICT)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저력으로 산업화를 이루어낸 나라거든요. 둘째, 전기차와 충전 등 연관 산업에서 뛰어난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토가 작고 인구가 조밀하게 분포해 충전 인프라 확대에 유리합니다. 셋째, 우리의 도로 환경이나 생활환경은 초소형 전기차부터 상용차급 전기차까지 다양한 차를 이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테슬라 같은 전기차 회사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잘못된 전기차 보급 및 산업정책 때문입니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과 보급 목표량을 채우고자 돈만 주는 정책 탓에 우리는 산업적 기회를 이미 잃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전기차 역사를 돌이켜보면 보급에서 실패했으며 전기차 및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제대로 된 사업이나 서비스 모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실상과 문제를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인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쭈겠습니다. 전기차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잠재력이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얼마나 충전하면 달릴 수 있을까요?

‘빵점’입니다. 지금까지 수십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쓴 데 비하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들여 다양한 정부 과제 사업을 추진한 데 비하면, 여기에 들어간 10년이라는 긴 시간에 비하면 낙제점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습니다. 배터리 산업은 중국과 일본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고, 현대차 말고는 제대로 된 완성 전기차 기업이 없습니다. 정부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충전 시장에 관여하는 한 세계적인 충전기 회사나 충전 서비스 모델도 나오기 힘듭니다. 

선생님은 “우리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차량당 보조금을 가장 많이 쓰고도 보급 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라고 평가하셨습니다. 우리 정부가 돈은 돈대로 쓰고도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유럽 등 선진국처럼 당근(보조금)과 채찍(규제)을 균형 있게 쓰지 않고 오로지 당근만 주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보급 목표량을 채운 건 2018년 단 한 번에 불과합니다. 당근만 준 것이 그 원인이고요. 전기차 보급을 촉진할 만한 동기 부여형 정책은 없습니다. 채찍이 없다 보니 국내 업체를 비롯해 다들 우리나라 시장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유럽은 강력한 규제책을 병행하기에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팔려고 온갖 힘을 쏟고 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전기차 쪽은 매번 보급 목표에 미달하지만 공사비 전액을 지원하는 충전기 쪽은 매년 조기에 보급이 완료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충전 인프라만큼은 잘 설치·운영하고 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충전기 설치 수량만 채우면 정부가 돈을 주기에 수요가 없는 곳까지 마구잡이로 기계가 설치된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게 설치된 충전기들이 시간이 지나며 슬슬 낙후되어 가는 실정입니다. 충전기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만큼 넉넉하게 자금을 주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정부 보조금을 타내는 데만 혈안이고 차별화된 고객 친화적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받은 보조금 안에서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 단가를 줄이는 데 급급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충전기 산업이 보조금 시장에 매여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전기차 업계에서 필요한 노력이나 개선점은 없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테슬라 같은 스타 기업이 왜 나오지 못하나요?

전기차 보급의 관점에서 전기차 산업 진흥의 관점으로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대기업 위주의 보급 및 산업정책보다 테슬라 같은 전문 회사가 나오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해 테슬라 같은 회사를 만들어보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돈만 날리고 결과물은 없습니다. 지원 정책이나 과제 사업에 허점이 너무 많습니다. 결과를 내려는 목표 설정보다 홍보성 과제를 나열하는 모습이 아직도 너무 많습니다. 

우리와 달리 중국에서는 제2의 테슬라로 볼 만한 회사가 여럿 등장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기존의 허접한 중국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IT 기업 같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미국과 유럽에 진출해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돈만 주고 나 몰라라 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우고 도태되는 기업에는 과감히 지원을 끊었습니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산업 전반에서 우리가 중국에 뒤져 있음을 잘 깨달아야 합니다. 



선생님은 전기차 보급 초창기인 2011년부터 줄곧 전기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온 업계의 산증인 같으신 분인데요. 그동안 이 분야를 취재하며 기억에 남은 사건이나 사람 등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책에 전기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황당함을 느낄 만큼 다양한 사건들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건 전기차의 친환경 이미지에 기대 역대 정부 내내 이어진 정치 쇼입니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 탁상공론식의 쇼라고 하겠네요.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보급과 전기차 4대 강국을 내세웠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까지 100만 대 보급을 외치다가 임기 4년 차에 이르러 25만 대로 줄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2022년까지 43만 대, 2025년까지 113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습니다. 이런 발표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게 충전기 보급 등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은 15만 대 수준입니다. 전기차 보급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정권의 홍보 수단에 이용되는 데 그쳤습니다. 

홍보 수단에 머문 것도 답답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산업을 키우는 데 할애해야 했을 중요한 시기를 애먼 보급 쪽으로 허비했다는 점입니다. 보급에 들인 노력을 산업 육성에 쏟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테슬라와 같은 회사를 볼 수 있었겠지요. 그사이 중국은 우리를 추월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리 기업들의 배터리 시장 세계 점유율은 3위로 밀렸고 현대차 말고는 완성 전기차 기업이 없지요.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뿐 아니라 차량 공유, 자율주행, 스마트 모빌리티 등 미래 차의 연관 산업과 에너지의 이동성을 열어줄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선생님도 전기차를 타고 계시지요. 책에서 “전기차를 한 번 타본 사람은 내연기관차로 못 돌아간다”라는 구절이 재미있었습니다. 전기차 오너가 말하는 전기차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현재 네 번째 전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우선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없고요. 기름 냄새를 맡을 일이 없다는 게 좋습니다. 또 짧은 순간, 짧은 거리에서 다른 차를 쉽게 추월할 수 있는 운전의 묘미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차종과 다른 형태의 흔치 않은 차를 탄다는 사실이 주는 나름의 뿌듯함도 있지요. 저는 내연기관차를 ‘기름차’라고 부르는데, 기름차를 탈 때는 한 달에 주유비가 10만 원에서 15만 원가량 나왔어요. 그런데 전기차를 타니 최근에 전기료 인상에도 한 달에 3만 원가량 듭니다. 이것도 전기차의 매력 가운데 하나죠.

끝으로 이 책의 독자분들에게 하시고픈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일회용 종이컵을 쓰다가 쓰지 않으면 사실 불편합니다. 하지만 환경은 인간의 불편함 없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 “전기차를 타고 싶지만 충전하는 게 불편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은 잠깐입니다. 한번 습관이 되면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심에 사시는 분이라면 (많은 언론이 잘 알지 못하고 떠드는 것과 달리) 충전기가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문제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여전히 시행착오 중이지만 배터리는 절대 위험하지 않습니다. 배터리는 구조상 터질 수 없게끔 만들어졌고, 지금 보이는 문제는 경험이 부족해 겪는 것일 뿐 시간이 지나면 100% 개선될 일입니다. 

우리는 후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상황을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책이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분들에게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박태준

≪전자신문≫ 자동차 팀장이자 전기차 전문기자다. 기자 생활 15년 중 9년간 전기차 관련 분야를 취재했다. 한국전기차협회,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발족에 참여했으며 전기차 산업 육성과 정책 개선, 소비자·산업계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환경부 장관상(2017), 제주도지사 표창(2016)을 받았다. 미국, 중국, 일본, 노르웨이, 프랑스, 덴마크 등지의 전기차 현장을 취재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완성차 업계 자문을 했다. 전기차 현장을 다니는 것 이외에 과학 소양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KAIST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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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저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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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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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jeonhani

2021.07.07

실질적인 사례 중심으로 전기차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정부의 발전방항을 제시한 점에서 흥미롭고 시원합니다. 기존 내연기관 기술자 뿐만아니라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애독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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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