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싫어하는 글쓰기가 나의 의무’라고 말했던 소설가 이갑수의 첫 장편소설 『#킬러스타그램』이 출간되었다. 『#킬러스타그램』은 근래 한국 소설에서 보기 드문 경쾌하면서도 엉뚱한 유머가 담긴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이 냉철한 문장으로 독특한 블랙 유머를 치밀하게 배치해놓은 장면들 속에는 ‘이갑수표 소설’이라는 인장이 강하게 박혀있다. 소설의 본령은 ‘재미’라고 항변하는 기상천외한 킬러가족 이야기 『#킬러스타그램』은 한국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의 새로운 상상력을 제시한다.
2011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후 2018년 단편집 『편협의 완성』을 내셨습니다. 그 후에도 꾸준히 단편을 발표해 오시다가 드디어 첫 장편소설을 출간하셨어요. 장편소설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고 단편을 쓰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으셨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장편을 발표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장편은 아무래도 호흡이 길고,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단편소설을 쓸 때와는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단편을 써야겠다거나 장편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쓰다 보면 이건 좀 더 긴 이야기가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런 경우에 장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문단은 문예지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청탁이 주로 단편소설 위주라서, 몇 개 정도 장편을 쓰려고 생각해 놓은 이야기가 있기는 한데, 시간이 없기도 하고 언제 본격적으로 손을 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킬러와 인스타그램을 합친 발상도 재미있고 제목 앞에 해시태그를 단 아이디어까지 정말 독특합니다. 어떻게 『#킬러스타그램』이라는 제목을 생각하셨나요?
조금 분절된 형태의 소설이고, 그게 사진을 올리고 태그를 다는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킬러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한 장의 사진과 함께 밑에 이야기를 적는 형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은 원래 좀 철학책 같은 제목이었는데, 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킬러스타그램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런저런 제목을 말해봤는데, 킬러스타그램이라고 말하니까 계속 별로라고 하던 친구가 처음으로 좋다고 반응을 했습니다.
『#킬러스타그램』의 첫 문장은 ‘헤겔은 합기도 유단자였다’입니다. 책을 읽고 헤겔의 '합기도 입문'이 실제로 있는 책인지 검색해보았다는 독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왜 하필 헤겔이고, 왜 하필 합기도였을까요?
원래 오래 전부터 무술을 하는 칸트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읽을수록 칸트는 제가 하려는 이야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겔은 끝까지 나폴레옹을 지지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화가 많아서 활용하기도 편했습니다. 쓰면서 헤겔의 저작을 몇 권 다시 읽어 봤는데, 사실 어려워서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세계관이나 가치관에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겔이 말하는 ‘정신’은 결국 동양에서 말하는 ‘기’에 해당하는 것 같았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고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게 합기도 같았습니다. 헤겔의 '합기도 입문'은 실제로 한 권 있기는 합니다. 저희 집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킬러들이란 말이 모순적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상한 여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 어디에도 더 나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정확히 말해주지 않고 있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일까요?
나름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이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은 어떤 시를 써도 감옥에 가지 않는 세상. 특정한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존중받지 않는 세상. 대의라는 이유로 희생되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면 다양성이 보장되는 세상입니다. 각자 생각과 취향이 다른데, 무조건 어떤 게 좋은 거라고 강요한다거나, 보는 관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는데, 사람이나 현상에 대한 판단을 확정한다거나 하는, 그런 일이 없는 세상을 바라고 썼습니다. 자본주의의 잣대로 보면 비싸고, 잘 팔리는 게 좋은 거겠지만, 세상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잣대가 많고 그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바라는 더 나은 세상은 글쎄요. 마음껏 소설만 쓰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인 것 같기는 한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책 속의 큐알코드를 찍으면 실제 작가님이 계신 오픈 채팅방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했습니다. 소설 속에 이런 실제로 존재하는 오픈 채팅방을 연결시켜 놓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종의 메타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독자들과 소통을 할 수도 있고, 독자들끼리 소통을 할 수도 있구요. 또 아직 많은 분이 들어오지는 않았고, 그런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채팅방을 통해 킬러들에게 의뢰를 하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말을 대신한 소설적성검사가 인상적입니다. 특히 검사의 결과가 충격적인데요.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것을 넘어 소설을 쓸 것을 권유하고 있어서 정말 당장 책상 앞에 가서 뭐라도 써야 되는 건가 싶었습니다.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소설작법 강의를 꾸준히 해오고 계신 것으로도 알고 있는데요.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신 작업인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다들 무엇을 쓸 것인가에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새로운 이야기 같은 것은 없고, 결국에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논리적 구조물이고, 그게 유기적으로 짜여진 거라면 거기에서 어떤 원리를 찾을 수 도 있을 겁니다. 그 원리를 찾고 새로운 원리를 만들고, 결국, 어떻게 하면 새로운 방법으로 쓸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수업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작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뭔가 현실적인 소설 작법서를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소설은 혼자 쓰는 것이긴 한데, 워낙 외로운 작업이라 온전히 혼자만은 쓸 수가 없고, 서로 교류와 자극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킬러스타그램』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지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소설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요즘 다들 너무 힘들고, 세상이 재미있지 않으니까. 아주 잠깐이라도 즐겁고, 재미있었으면 합니다.
*이갑수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편협의 완성』, 『첨벙』 등이 있다. 앤솔러지 『식스센스』에 참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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