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Yoga)는 ‘연결하다’, ‘결합하다’라는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 동사 ‘Yuj’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일. 여섯 명의 소설가―김이설 김혜나 박생강 박주영 정지향 최정화는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를 통해 요가가 스며든 일상으로부터 파생된 ‘연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동시대적 문제에서 발화한 현재형의 소설들을 가장 첨예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요가를 시작하는 우리의 공통적 목적은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것. 여섯 편의 이야기, 그 복판에 서 있는 인물들은 그들을 위협하는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스스로를 보호하려 부단히 애를 쓴다. 안정된 마음과 안온한 삶을 갈급하게 원하던 그들이 택한 것은 어쩌면 가장 고요하고 고독한 수련의 과정을 견뎌야 하는 일, 그렇기에 나의 내면과 심연에 깊숙이 침잠하여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수행인 ‘요가’이다.
요가 앤솔러지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축하드려요!
김이설 : 청탁을 받고 요가를 하며 소설을 쓰는 과정은 혼자였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을 보니 ‘혼자였던 모두의 시간’이 담긴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함께 앤솔러지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었습니다.
김혜나 : 감사합니다. 이번 책은 동료 작가님들과 같은 기간에 같은 주제로 집필을 해서 출간 뒤에도 마냥 즐겁고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박생강 : 전 요가를 배운 적이 없어서 소설을 쓰기 전 이틀 정도 개인강습으로 요가 기본 동작만 배웠습니다. 그때의 근육통을 보상받을 만큼 재미있는 앤솔러지가 나온 것 같아 기뻐요.
박주영 : 오래간만에 쓴 단편이라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이랑 같은 주제로 작업해서 아름다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와서 기쁩니다. 소설은 혼자 쓰는 고독한 작업인데 이번 앤솔러지는 어딘가에서 나와 같이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좀 덜 외롭고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정지향 :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뻤고,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 주제를 이토록 다양하게 풀어내는구나, 새삼 놀랍고 즐거웠습니다. 앤솔러지의 매력을 실감했어요.
최정화 : 독자로서 더 기다려졌던 책이에요. 요가를 하는 동료 작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했고 그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모두가 미리 서로 약속한 듯이 요가의 다양한 측면을 골고루 다루고 있어 신기할 정도였어요.
이 책은 2021 서울국제도서전 ‘가을 첫 책’에 선정되어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했었는데요. 도서전에서 독자들을 만나신 경험은 어땠나요?
김이설 : 많은 분들로 도서전이 북적이는 걸 보니 마음이 들뜨더라고요. 저도 한 명의 독자가 되어 전시를 보고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며 책을 구입하고 그랬습니다. 무엇보다도 북토크를 하는데 독자님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어요. 서로의 눈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김혜나 : 요가 매트를 들고 서울에 와서 수련한 뒤 도서전을 바로 찾아와주신 독자님과, 저의 신작 소설까지 구매해 표지에 사인을 부탁해주신 열정적인 독자님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변함없이 문학과 요가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어 마음 따뜻하고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박생강 : 그 공간이 굉장히 하얗고 초현실적이고 외부와 괴리된 우주선 내부 같은 느낌이 있어가지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외계인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갔던 것 같습니다.
박주영 : 부산에 살아서 서울국제도서전을 처음 경험해보았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눈앞에서 보면서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직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리고 저렇게 조용히 열정적이구나 싶어서 안심도 되고 흥분도 되고 그랬습니다.
정지향 : 우연히 그날 북토크에 오셨던 독자분의 리뷰를 봤어요. 요가를 시작하신 지 6개월이 되었는데, 제가 이번 소설에 쓴 것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계셨나봐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기뻤습니다.
최정화 : 환경 이야기가 왜 요가 이야기에 속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요가가 개인의 신체수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류와 다른 종, 지구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더 폭넓은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알릴 수 있어서요.
요가 테마소설집이라고 하니, 어떤 소설들이 모였을지 정말 큰 기대가 됩니다. 작가님의 단편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김이설 :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나’가 처음 비용을 치르는 운동인 요가를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비밀과 오해에 관한 이야기랄까요. 요가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게 여기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쓰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김혜나 : 「가만히 바라보면」은 10년간 요가 강사로 일해 온 주인공이 무리한 요가 수련으로 인해 부상을 입고, 휴양차 태국 파타야로 떠나온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만난 ‘잠’이라는 트랜스젠더 친구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박생강 : 제 소설 「요가고양이」는 인류 최초의 요가강사 바스테스의 후손 요가고양이들의 빙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인간과 만나고 헤어진 역사가 담겨 있는 소설이죠.
박주영 : 안식년을 맞이한 ‘나’가 코로나 때문에 인도 요가 수련을 포기하고 집에서 혼자 요가 수련을 하면서 뜻밖의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정지향 : 요가를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요가 강사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이 믿어왔던 요가'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최정화 : 시간을 멈추는 소녀는 소수민족인 가상의 부족 게데투인 소녀가 개발을 막기 위해 북극의 시간을 멈춘다는 이야기입니다. 성장과 개발을 멈추고 지구를 살리자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시나요?
김이설 : 소설이란 결국 우리 삶의 언저리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우리들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일이죠. 이 소설은 요가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소시민적 삶에 대한 고단함과 피곤함을 토로하고 있어요. 그러니 나만 힘든 건 아니야, 사실은 우리 모두 힘들어,라는 혼잣말을 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혜나 : 언제나 다른 사람, 다른 세계를 바라보며 외부로 향하던 시선이, 요가 그리고 소설과 함께 자기 내부로 향하며 스스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생강 : 요가고양이 주인공이 뮤지컬배우고 플롯도 좀 뮤지컬적인 느낌이 납니다. 이 소설에서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요가댄스하며 춤추는 무대가 어떨지 상상해 보시면 재밌지 않을까요?
박주영 : 이 소설은 층간소음 문제 뿐 아니라 제 경험이 많이 반영된 소설입니다. 소설 속 화자는 오랫동안 꿈꾸던 인도 요가 수련을 가지 못해서 좌절하는데, 저는 코로나 때문에 그라운드석에 추첨된 콘서트가 취소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독자들이 화자의 상황에 공감하고 아울러 요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지향 : 세상이나 사람에 대해 실망하게 될 때, 내가 믿어온 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정화 : 주인공인 아타가 그랬듯, 우리들 각자가 심신을 단련해가면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면서 많은 분들이 지쳐 있는 것 같아요.
김이설 : 네, 그렇죠. 그런데 저는 다른 곳에 정신 팔리지 않고 온전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해요. 좀 답답한 감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을 기회로 이루고 싶었던 무엇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을 전념해보는 시기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김혜나 : 개인적으로는 홀로 요가를 수련하고 소설을 쓰는 일상에 더 집중할 수 있어 편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합니다.
박생강 : 제 작업실 2층에 요가고양이의 모델이었던 네 마리 고양이 뽀뽀, 호호, 팡팡이, 소소가 삽니다. 그 친구들이 자주 창문 넘어 들어와서 고양이랑 놀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합니다.
박주영 : 원래 집순이라 그리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점점 힘들어요. 저는 글을 내 공간에서만 쓰는 타입이라 차이가 없을 거 같은데도 은근히 힘든 면이 있어요. 이를테면 글 쓰고 뭘 해야지, 했을 때 그 ‘무엇’ 중에 할 수 없는 것들이 쌓이니까 힘이 빠지더라고요. 요즘은 코로나가 끝나면 할 것 리스트를 만들고 있어요. 원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지향 : 다가올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기약할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지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계속 읽고 소통하며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정화 : 인간의 활동을 자제하고 되돌아볼 시기라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집과 동네정도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김이설 : 소설가의 계획이란 그저 쓰는 일이죠. 지금은 장편을 쓰고 있어요. 부디 완성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내년에는 산문집 원고도 탈고 했으면 하는데, 지금으로선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그저 열심히 쓰는 사람으로 살 것 같아요!
김혜나 : 올해는 단편소설을 쓰는데 더 집중했고, 이렇게 쓴 소설들을 모아 내년 하반기에 소설집으로 인사드릴 계획입니다. 보다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스며든 요가 이야기들도 있으니 출간 뒤 한 번 더 찾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생강 : 현재 제 고향 파주 배경 소설,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선보일 '몬스터콜렉터', 재미교포 고교생이 주인공인 소설을 작업 중입니다. 3편 모두 경장편인데 「요가고양이」처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박주영 : 꾸준히 장편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편소설을 좀 쓰고 싶어졌습니다. 소설을 구상할 때부터 장편 규모로 설계하는데 익숙했는데 단편소설로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도 있으니까요. 제일 관심 있는 이야기부터 써보려고 합니다.
정지향 : 또 좋은 기회를 통해, 다른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도록 잘 준비하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가을도 건강하게 맞고요!
최정화 : 요가특강을 준비하느라 인도철학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1년 동안 연재했던 환경에세이를 정리해서 다시 독자들을 만날 준비도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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