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요리는 이제 우리 생활에 가까워져 파스타, 피자와 같은 음식은 간단한 레토르트 식품으로도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인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10여 년간 살면서 쌓은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든 감성적인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로 우리를 안내한다.
『로마의 미각 반상기』에는 그저 맛있게 만들어 먹는 법이 아닌 누군가와 어떻게 먹는지, 소중한 이들과 ‘같이’ 먹으며 ‘같이’ 감동하는 요리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며, 요리에 큰 재주 없던 저자가 이탈리안 홈 레스토랑 마스터가 되는 따뜻한 집밥 이야기를 담았다.
이력이 조금 독특하세요. 대학교에서 서양화과를 공부하셨는데, 어떻게 요리 블로거에서부터 이탈리아 요리 책까지 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요.
오랫동안 그림 공부를 하던 저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흔히 그 시절 모두의 청춘처럼 분명 대학 졸업 후에 마저 못 정한 그때의 막연한 꿈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말씀하셨거든요.
“너는 창을 크게 내어 이 세상을 크게 보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응원해 줄 테니 언제든 떠나렴!”
그렇게 세상의 큰 창을 내어보고 싶어 떠난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어요. 특히 다양한 식문화를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관심이 있었으면 요리학교를 갔을 법한데 미식에 같은 취미를 가진 이탈리아인 남편을 만나 오히려 부엌에서 함께 놀면서 익히며 성장한 요리들이 요리를 정말 하나도 모르는 다른 분들과 오히려 같이 뭔가를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첫 이탈리아 요리 책 『로마의 미각 반상기』에는 어떤 요리와 내용이 담겨있나요?
왜 뭔가 정말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꼭 그 사람들과 함께 먹고 내가 해주고 싶은 그리고 함께 앉아 먹고 싶은 요리를 담았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우리나라엔 카스텔라나 롤케이크 같은 별다를 거 없는 빵 정도만 있었는데요. 동생과 함께 떠난 외국 여행 가방 안에 들고 온 엄마, 아빠 선물이 뭐였는 줄 아세요? 바로 베이글이요. 아직도 우리 엄마는 베이글을 제일 좋아하세요. 그렇게 가방 안에 하나하나 쟁이고 싶은 함께 꼭 같이 먹었으면 하는 레시피들을 담았어요.
다른 요리책들과 차별되는 이 책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요리책을 볼 때 사진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들이 있잖아요. 책 원서를 따라 배우다 보면 사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섞으라는 건지 여기에 이걸 넣으라는 건지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예쁜 결과물의 사진도 좋지만, 글을 읽지 않고 사진만 봐도 벌써 부엌 안에 들어가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머릿속에 내 손과 내 부엌의 모습이 시뮬레이션 될 수 있을 정도로 과정을 담는 데 정성을 들였어요.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대단하고 원대하게 시작한 블로거는 아니에요. 블로그를 하루하루 하다 보니 어느새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수많은 이웃분들과 소통하며 어떤 부분이 어렵고 어떤 부분에서 꼭 실수를 하는지와 같은 제 나름대로의 경험치가 쌓였답니다. 책으로 배워도 마치 함께 요리 수업을 하는 것처럼 꼭 필요한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신경 썼습니다.
책에 정말 다양한 레시피가 나와요. 전채 요리, 파스타와 리소토, 메인 요리, 빵과 피자, 심지어는 디저트까지. 이 수많은 레시피 중에 이건 정말 맛있다! 책을 펴자마자 이 음식부터 바로 만들어봐야 한다! 그런 메뉴는 무엇인가요?
딱 하나를 고른다면 안초비 브루스케타요. 일단 요리라고 해도 빵 한 쪽에 반숙 달걀 하나와 안초비만 올리면 되니 간단하고, 요리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인 맛도 아닌 말 그대로 누가 만들어도 맛있는 요리 난이도 0인 초간단 레시피예요.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안초비 파스타도 꼭 한번 만들어보세요. 나물 무칠 때나 쓰는 줄 알았던 쌉쌀한 야채의 향과 안초비 향이 파스타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오븐을 사용할 줄 아신다면 포슬포슬한 감자가 들어간 포카치아요. 정말 여느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맛있고 누군가 전문적으로 이 레시피로 판매를 해도 줄 서서 먹을 만한 멋진 요리랍니다.
책에 소개된 요리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얽힌 부분이 인상적이에요. 책 속에 수록된 레시피에 얽힌 특별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희 이탈리아 할아버지의 렌틸콩 수프요. 살아계실 땐 파스타 가게를 여러 군데 운영하시고 파스타 공장도 가지고 계셨을 만큼 요리에 진심인 분이셨어요. 100세쯤 되셨을 때까지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식구들을 모두 모아 직접 요리를 해주셨거든요. 모든 가족들이 할아버지가 만드신 요리 앞에 함께 둘러앉아 할아버지가 한 200번쯤 반복하신 이야기를 마치 처음 듣는 듯 웃어가며 들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보통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비밀 레시피를 잘 공개하지 않아요. 분명 할아버지도 식구 중에 누군가 이 요리를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나를 위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앉을 수 있는 날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으셨던 걸지도 몰라요. 그런 할아버지께서 “쉿! 너만 알아둬!” 하며 딱 저에게만 알려주신 레시피가 바로 ‘렌틸콩 수프’랍니다.
현재 프리미엄 이탈리안 식재료 회사 ‘피스푸드(PEAS FOOD)’를 운영 중이신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모르면 모르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식재료에 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그래서 초기에는 사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나눔을 했어요. 심지어 공구의 개념도 아닌 그냥 제 물건을 살 때 좀더 구매하는 정도로요. 오랫동안 이탈리아 요리 블로그를 하면서 이웃님들이 우리나라 어디에서 이 재료를 구할 수 있을까 찾아보다가 식재료 정보가 판매자 위주로 적용되는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고는 솔직히 화가 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장기 복용하면 간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여 주로 공공장소에서나 쓰이는 저가의 올리브오일이 이상한 이름으로 바뀌어 최고급 오일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구나, 저만의 개인적인 반발심 같은 것이 계기가 되어 제대로 된 정보, 올바른 식자재, 프리미엄급으로 엄선된 정말 좋은 식자재를 소개해 드리려고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블로거들이나 수많은 팔로워들과 함께 하시는 인플루언서들이 결코 혼자 잘해서 잘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제가 틀릴 때마다 과정상의 실수나 계량 등을 지적해 주셨던 분들, 이 요리는 이런 식으로 해봤더니 생선을 안 먹는 우리 아들이 드디어 인생 첫 생선을 맛있게 먹었다며 좋아하시거나, 레시피를 조금 바꿨더니 이 요리를 찾는 가게 손님이 많아져서 매상이 꾸준히 오르게 됐다는 여러분들의 응원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저도 항상 어떻게 만들면 더 쉬울까, 부엌에서 엄마 또는 아빠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요리할 수 있을까 등 많은 고민들을 하며 썼답니다.
분명 요리하다 보면 틀릴 수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요리를 하면서 느낀 건, 아니 살아가는 모든 일들의 대답은 과정 속에 있더라고요. 부디 이 책이 요리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여유, 소중한 분들과 맛있는 요리를 함께 드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하정 선화예술중학교, 창덕여자고등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Interior design 석사 공부를 했습니다. 이탈리아인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의 페스카라에 살면서 요리에 큰 재주 없던 제가 아이 둘과 함께 이탈리안 홈 레스토랑 마스터가 되는 따뜻한 집밥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현재 이탈리안 프리미엄 식재료 피스푸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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