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가사가 돋보이는 EP
젊은 세대에게 친화적인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 '참고사항'의 흥겨운 리듬을 발판 삼아 재생을 시작하면 소년과 입시생, 그리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바라본 자신의 삶을 하나로 꿴 서사가 귀에 들어온다. 진지한 통찰보단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서 나올 수 있는 솔직함으로 풀어낸 가사로 잔잔한 재미를 연출한다. 가사의 내부 요소 간 조밀한 연결은 부족하나 한편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에서 오는 신선함이 가수 특유의 당돌함을 드러낸다.
앨범 전반적으로 선율에 동양적인 장식음을 얹어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매력적인 멜로디의 발라드곡 '8번 연습실'에서 이러한 연주가 가장 도드라진다. 이 까닭에 어쿠스틱한 정서와 구성진 감성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못한 앙상블로 흐를 뻔하나 개성 있는 톤, 날렵한 음정 이동 등 기본에 충실한 가창력으로 어색함을 상쇄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커버린 자신의 대비를 표현한 팝 재즈 곡 '우주비행사'부터 대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서 과거의 공간을 바라본 아쉬움을 담은 전형적인 포크 트랙 '자취방'까지 곡들을 여러 장르로 편곡한 모습이 가수의 음악적 욕심을 발견하게 한다. 앨범을 꿰뚫는 하나의 음악 콘셉트가 없는 것은 몰입도를 덜어내는 요소이나 아티스트에게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긍정적인 예표로 기능한다.
곡들의 차트 성적 추이가 최근 논란 중인 '신호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진솔한 서사가 있어 소포모어 징크스를 연결 짓는 건 가혹하다. 오히려 이무진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건네는 장면에서 순수한 뮤지션의 전형이 스쳐 흐뭇하다. 그의 음악이 대중의 정서를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략이 아니라 솔직함 때문이었다. 차트 성적과는 별개로 이 솔직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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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